메뉴 건너뛰기

기획

산티아고순례길 그 순간, 산티아고는 나를 불렀다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를 떠나는 이유

윤창영( ycy6529@hanmail.net) 2024.01.03 22:29

1681936239605.jpg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한 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순례를 마친 사람에게는 순례의 기록을 남겨 다른 이들에게 전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간의 게으름으로 인해 피일차일 정리를 미뤄왔던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지난해 3월 7일에 출국하여 50일간의 여정을 프랑스, 스페인, 그리고 포르투갈에서 보냈다. 그 50일은 축복의 시간이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유는 너무도 다양했다. 그러나 그 길을 완주하는 순간, 그들 모두는 그가 원했던 목적을 이루었을 것이다. 아니면 완주하는 순간, 산티아고(대야고보)의 축복이 그의 목적을 합당하게 만들어 줬을 것이다. 지금 이 기록(까미노)을 남기는 것은 가톨릭 신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함도 있다. 그것은 코덱스 칼릭스티누스의 명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코덱스 칼릭스티누스는 칼릭스티누스 2세 교황이 남긴 책으로, 산티아고 순례길(까미노 데 산티아고)의 종합 안내서로 알려져 있다. 물론 전승록이기 때문에 사실관계에 대한 많은 논란과 의문거리로 가득찬 책이기도 하다. 심지어 일부 가톨릭 신자들에서는 이단서적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사실관계가 어떻든 나에게 충격을 준 코덱스 칼릭스티누스의 명언은 다음과 같다.

“산티아고콤포스텔라에 도착한 그대여! 이제부터 진정한 순례를 시작하라.

순례는 그대가 여기까지 온 여정을 기록하고 남기는 것이 시작이다. 그리고 그것을 전해라.”

산티아고순례길(뒤에서는 까미노라는 말과 혼용해서 쓸 것임)에 대한 기록이 이 글을 읽는 많은 이들에게 축복이 함께 하길 기도하며, 여정의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20230309_191158.jpg

<산티아고순례길 출발전 파리근교여행 프랑스길을 걷기 위해 입국한 곳이 파리였기에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파리근교 여행을 떠났다. 사진은 노르망디근교 몽생미셸수도원으로 전 장종혁 가톨릭농민회 회장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 산티아고는 나를 불렀다

바람이 휘날리는 나의 발걸음

물결처럼 우아하게 소년이 되어가는 순간

태양과 바람, 그리고 나무에 물든 나의 사랑

모든 생명 가운데 너무나 작은 존재임을 깨닫죠

내 어깨 위에 실린 삶의 무게를 안고서,

산티아고의 부름이 울리는 그 아름다운 순간

태양과 바람이 나를 감싸고, 작은 나는 그 속을 걸어가죠

무거운 짐을 지고 있지만, 내 모습은 가벼워질 것 같아요.

  * 이 시는 산티아고순례길을 떠나는 내 자신이 결국 미니멀라이프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성찰을 얻었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20230307_165930.jpg

<인천공항에서 우리는 에티하드항공을 이용해 보다 저렴하게 이동하기 위해 아부다비를 경유하는 항공편을 예약했다. 사진은 아부다비행 비행기 탑승전 보딩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이다.>

 

산티아고로 떠나는 이유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쯤이다.

그 해에 새로운 직장으로 전직하면서 담당하게 된 프로젝트 중 하나가 치유걷기였다. 이 프로젝트는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내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생활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기 위해 걷기를 중심으로 한 것이다.

실제 프랑스에서 범죄청소년들이 수감생활을 하지 않고, 40일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프로그램인 쇠이유는 재범률을 10%로 낮추는 놀라운 성과를 얻어냈다.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직접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산티아고로 떠나고 싶은 진정한 이유는 내 내적 성정을 찾아야 한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아픔과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이 길을 꼭 걸어야 할 것만 같았다.

또 다른 이유는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찾고 싶었다. 50년이라는 연륜은 이제부터는 순응하며 삶을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주지만, 속 깊이 답답함과 두려움이 존재했다. 겉과 속이 다른 내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나야 할 때라고 직감했다.

마지막으로 건강이 악화된 몸상태에 마주하게 됐다. 예전과는 다른 몸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몸에게 건강을 선물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성을 느꼈다.

당시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 산티아고 순례길이 새로운 도전의 기회일 것이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사람들의 영상을 보면서 가고자 하는 마음은 더욱 간절해졌다. 그 마음으로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그리고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몸을 맡겼다.

 

20230306_191921.jpg

<형은수 선생님 배낭을 메고   이전 형은수 선생님이 썼던 배낭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나보다 앞서 완주한 선배다. 이 배낭에 의지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계획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