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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강정 해군기지를 책을 통해 평화와 상생의 땅으로 만들자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평화의 섬을 염원하며 지난 6월부터 모은 책 3만 5,000여권을 싣고 17일 인천항에서 출발한 ‘강정 책마을 십만대권 프로젝트’ 참가자 400여 명은 18일 오후 강정마을에 도착했다.

 

▲강정마을 어린이들이 18일 새로 생긴 도서관 앞에서 책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제주해군기지로 강정마을은 범죄자 마을이 됐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등 주민들과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강정천 인근에서 ‘책맞이 인사’를 하고 각자 책을 들고 강정마을로 향했다. 그러나 경찰은 강정에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을 병력을 동원하여 인간 펜스를 설치하는 등 삼엄한 경비로 일관했다.

 

▲이날,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책맞이 인사' 행사에 앞서 배치된 경찰병력에 크게 분노했다.

 

이에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울분을 참지 못했다. 강 마을회장은 참가자들을 맞이하며 “7년 전 강정마을은 전국에서 가장 범죄가 없는 마을이었다. 그러나 해군기지가 들어오고 지금 강정마을은 세계에서 가장 범죄자가 많은 마을이 되었다”면서 “주민 1,900여 명 중에 700여 명의 주민과 지킴이들이 연행됐고 범죄자가 되었다. 그리고 범죄 없는 마을, 해군기지 없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찾은 이들을 경찰이 대하는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강 마을회장은 “지난 7년간 투쟁하면서 과연 평화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정리했다”면서 “결코 평화는 힘(해군기지)으로 지킬 수 없다. 평화는 평화로만 지킬 수 있다”면서 강정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촉구했다.

 

그리고 강 마을회장은 “책을 들고 찾은 여러분들이 평화유지군”이라면서 “강정을 평화의 마을로 만들기 위해 70년이 필요하다면 포기하지 않고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책을 들고 강정마을로 행진하는 참가자들

 

고권일 위원장도 “지금은 강정과 관련된 주민들과 지킴이들에 대해 검사는 기본 2년을 구형한다”면서 “72세의 강부언 어르신은 72세의 고령으로 평생의 추억이 담긴 구럼비 바위가 발파되는 것을 보고 적극적으로 반대에 나섰다. 그런 고령의 어르신을 법정에 세우더니 법정 구속까지 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정부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비판했다.

 

강부언씨는 9년 전 위암 수술을 받은 상황에서 최근 우울증, 전립선 등 하루 4가지 이상의 약을 먹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 게다가 부인이 8년 전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하여 강씨는 농사와 부인의 간병까지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강씨는 작년 8월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몸싸움 중 여경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강정마을회에 따르면 폭행 당했다는 여경은 제주에 있는 병원에서 전치 2주 진단을 받았으나, 다른 병원에서 전치 12주 진단을 받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 대해 고 위원장은 “지금 강정마을에서는 사는 것 그 자체가 죄가 된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난 4월 강정마을에 문을 연 평화책방 1호점

▲평화책방 1호점 내부 모습

 

“평화와 정성의 한 모금이 강정을 평화로 만들 것”

 

참가자들은 자신이 가진 책을 들고 찾은 강정마을에 곳곳에 비치된 이동 서가에 정리했다. 이동식 서가는 제주 삼달리 마을에서 ‘레지던스 아트창고’를 꾸린 설치미술가들에 의해 제작됐다. 오래된 냉장고 등을 활용한 이동식 간이 서가는 모두 8대. 설치미술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이동식 간이 서가를 만들어 제주 강정마을 곳곳에 설치하여 ‘책 올레’를 만들 계획이다.

 

▲'레지던스 아트창고'가 만든 이동식 간이 서가.

▲이동식 간이 서가에 책들이 정리되어 있다.

 

한편, 통물에 컨테이너 도서관을 설치했다. 책 3만 5,000권은 이곳에 설치된 4동의 도서관에 자리할 예정이다.

 

▲18일 오후 제주 강정마을 통물 앞마당에 도서관이 설치되고 있다.

 

오후 16시에 통물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는 노종면 기자의 사회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렸다. 이병률 시인과 김선우 시인의 시낭송과 함께 이들의 시를 노래로 만든 이규규 밴드의 멋진 노래공연은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병률 시인은 “그동안 신문을 통해 ‘십만대권 프로젝트’의 소식을 듣고 있었으며, 동료작가들이 이 현장에 있기에 같이 있고 싶었다”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강정마을과 주민들이 그동안 받았던 상처들이 치유되는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18일 오후 통물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김선우 시인도 “책과 문화, 예술과 정성이 한 모금 모아지면 이처럼 훌륭한 일을 만들 수 있다”면서 “우리에게 실제로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일이지만, 이 한모금의 마음과 이 여정이 강정을 지키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토크콘서트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통물 앞마당에 설치된 도서관에 책 3만 5,000여 권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강정 책마을 십만대권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책들을 옮기고 있다.

▲'강정 책마을 십만대권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책들을 옮기고 있다.

▲'강정 책마을 십만대권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책들을 옮기고 있다.

▲'강정 책마을 십만대권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책들을 옮기고 있다.

 

노종면 기자는 “아직 더 채워야 하고 앞으로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면서 “그러나 여백은 강정마을을 찾는 분들이 채워줄 것이라 믿는다. 지금은 우리가 우리 마음만 믿고 시작했지만, 이곳이 손때가 묻고 정성을 쏟으면 모두가 참여하는 집단창작예술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책을 정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참가자들이 3만 5,000여권의 책을 도서관에 정리하고 있다.

▲도서관에 책을 정리하는 참가자

▲잘 정리된 도서관의 책들

 

1박 2일의 ‘십만대권 프로젝트’는 통문에 도서관을 설치하고 책을 정리하면서 마무리됐다. 강정을 해군기지가 아닌 책마을과 평화의 마을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는 처음 아이디어를 기획한 작가들과 프로젝트 참가자들만의 몫이 아니게 되었다. 마무리는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한다.

 

▲18일 강정마을은 책으로 가득했다.

 

노종면 기자의 말처럼 통물도서관과 강정 책마을 십만대권 프로젝트가 강정을 찾는 이들의 손을 거쳐 진정으로 강정마을이 평화의 마을로 새로 태어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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