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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자연을 착취하는 인간 중심의 탐욕을 버리기 위해 쉰 네 번째 절을 올립니다.”

 

버린다.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 평화를 위협하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막기 위해 자신을 낮추고 절을 올리며 버린다. 이들이 마음을 비우고 절을 올리며 버리는 것은 무엇일까?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 고권일 위원장이 ‘해군기지 없는 생명평화 마을, 군사기지 없는 생명평화 비무장지대를 염원하는 3만 배’를 올리기 시작했다.

 

 

고 위원장은 70일 간의 공사 중지 결정에도 매일 공사 차량이 드나드는 기지사업단 정문 앞에서 올리기 시작했다. 매일 평화지킴이들과 주민은 정문 앞에서 처절한 공사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에 대한 해군과 사업단 측의 고소·고발은 상당하다.

 

문규현 신부는 지난 12월 24일과 25일, 정문 앞에 있었다는 이유로 출석요구서를 통보받았다.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받는 재판 횟수와 벌금도 상당하다. 1주일에 한 번꼴로 제주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중이다. 이렇게 평화를 염원하는 강정지킴이들에 대한 고소와 고발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제주해군기지가 애초 공사중지 결정과 달리 공사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공사를 ‘불법공사’로 규정하고 있지만, 해군과 사업단은 공사는 멈출 줄 모른다.

 

고권일 위원장과 대책위는 이 불법공사를 막기 위한 행동으로 3만 배를 선택했다. 매일 아침 7시부터 매 시간마다 100배씩 하루 1,000배, 한 달 동안 3만 배를 올릴 계획이다. 100배를 생명평화 100배 서원문에 맞추면 약 45~50분. 약 10분을 쉬고 계속 100배를 하는 이 여정에 많은 지킴이들과 주민이 동참하고 있다.

 

강정주민의 동의 없이 강행된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지난 6년 동안 소통보다는 불통의 논리가 지배하는 구조 속에서 2011년부터는 구럼비 바위로 가는 길목들을 모두 3m 이상의 펜스로 막아버렸다. 제 8올레길은 이 제주해군기지 때문에 길을 틀어버렸다. 모든 것이 주민과 평화지킴이들의 뜻과 다르게 진행되었다. 

 

▲강정마을에서 본 한라산

 

“진리가 삶을 자유롭게 한다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첫 번째 절을 올립니다“

 

지난 10월, 강정 주민과 평화지킴이들은 용산 철거민들과 쌍차 노동자들을 만나 ‘함께 살자’를 외치며 기나긴 전국의 아픈 곳을 찾아다니며 가는 곳마다 작은 손을 내밀어 서로의 아픔을 나눴다. 그 따뜻한 손길이 부족한 탓이었을까? 12월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많은 노동자가 아픔과 분노를 호소하고 하늘을 선택하는 비극을 우리는 경험했다.

 

그 아픔은 강정도 마찬가지. 새해 벽두부터는 공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여·야는 1일 예산 삭감 없이 15만 톤급 크루즈 선박의 입항 가능성에 대한 검증과 항만관제권 등 국방부와 제주도의 협정서 체결 등을 70일 이내 조속히 이행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 후에 예산을 집행하도록 합의했다. 검증 없이는 공사를 강행할 수 없다는 것을 못 박아둔 것이다. 그러나 2013년 1월 중순까지도 공사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밤새 지킴이들은 기지사업단 정문 앞에서 감시의 눈을 감지 않고 있다. 700여 명이 넘는 연행자가 속출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있는 강정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 이들이 지키려는 가치는 무엇일까? 폭력 앞에서 그들의 3만 배는 어떤 의미일까? 참소리는 지난 18일 제주해군기지 공사 현장을 찾아 고권일 위원장과 지킴이, 주민들의 3만 배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고권일 위원장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

 

“비폭력 호소, 3만 배를 올리며 불법공사 막는다”

 

Q. 생명평화 3만 배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 : 그동안 생명평화 100배 서원문을 가지고 백배를 하루에 1~2번도 해왔고 꾸준히 해왔다. 지난 2011년 3월 생명평화결사가 들어와서 지킴이들 중심으로 백배가 전파되었다. 그리고 작년 5월 도청에서 6,000배를 진행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해가 바뀌고 이번에는 반드시 공사를 막아야 한다는 지킴이들과 주민의 결의가 있었다. 사실 대선 정국이 끝나고 나서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작년에 정말 지킴이들과 주민이 어렵게 온몸을 불사르며 모든 활동을 다 하여 공사저지투쟁을 했는데, 해군은 작년 예산 중 15억만 남기고 다 써버렸다. 우리가 그렇게 힘들게 투쟁해서 공사가 저지되며 보람이 있었겠지만, 그렇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공사비용을 다 썼다고 생각하니까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공사저지를 하더라도 우리가 많이 다치지 않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동안 경찰이 물리력을 사용할 때 스크럼을 짜고 혹은 드러누워 우리 자신을 버려가며 막아왔다. 이와 같은 효과를 보면서 호소력도 가질 수 있고 기존의 비폭력 평화적 방식을 좀 더 승화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하루에 1,000배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가장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군기지 문제의 국면을 바꾸고 싶었다. 누가 보더라도 가장 평화적이고 비폭력이고 인간에게 남은 가장 최고의 호소력이 기도다. 평화의 섬 제주를 소망하고 생명평화마을을 기원하는 기도활동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우리의 뜻을 제대로 전달해보자고 생각하며 앞으로 한 달 동안 3만 배를 할 생각이다. 

 

700여 명의 연행과 벌금 약 3억 원, 평화를 공권력으로 누르다

 

Q. 그동안 사실 비폭력 평화적 방식으로 투쟁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럼에도 많은 구속자와 연행자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규모가 어떻게 되나?

 

고 위원장 : 연행자는 약 700여 명, 구속자는 22명, 처벌된 사람은 480여 명이었다. 지금까지 벌금형을 받은 사람들의 벌금만 약 1억 5천만 원 가까이 된다. 이번 달에만 벌써 30여 명이 40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 벌금을 두들겨 맞았다. 1월 말까지 그런 선고들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앞으로 20여 분이 더 벌금을 받을 예정이다. 이들의 벌금을 포함하면 약 1억 5천이 추가된다. 결국, 1월 말이 되면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에 정부는 3억의 벌금을 매긴 꼴이 된다. 

 

Q. 강정마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벌금 3억만 본다면, 무슨 비폭력이냐고 비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강정마을 주민을 불법을 일삼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겠나?

 

고 위원장 : 그동안 강정마을 주민과 지킴이들에 대한 벌금과 형사처분은 국가가 국민을 합법과 위법이라는 잣대로 국민을 길들이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정부와 해군은 우리에게 국가가 하는 것은 합법이기에 너희는 어떠한 쪽으로 반대활동을 하더라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나? 제주해군기지를 막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적극 움직여야 한다. 이들이 움직이려면 시민이 무언가 해야 하는데 법적 처벌을 받지 않으려고 의견서만 전달해서 정치권이 움직여준다면 과연 우리가 이렇게 할 필요가 있겠나?

 

강정의 경우, 합법적인 집회를 하려고 해도 집회신고조차 내주지 않는다. 결사의 자유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구럼비 바위에 들어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무자비한 법의 칼날을 들이댄다. 제주도와 서귀포시같이 공유수면에 관한 점용권을 실제로 가지고 있는 기관에서 출입통제를 하지 않았다는 답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구럼비 바위 안에 들어가서 기도를 하는 것에 대해 경찰은 딱지를 끊듯이 벌금을 매긴다. 합법인지, 위법인지 판단할 문제인데도 연행하고 법정에 세워 벌금형을 매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평화적이고 호소력 있게 하고 싶어도 위법한 행위가 된다. 더불어 경찰이 물리력을 동원해서 고착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저항하다 경찰이 작게라도 다치면 특수폭력으로 기소된다. 그리고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내리면 승복하지 않고 항소한다. 경찰과 해군은 법을 이용해서 주민들과 함께하는 평화지킴이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하는 것을 보면서 정부가 정말 국가폭력에 의해 수많은 사상자가 났던 제주를 평화의 섬이라고 선포하면서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대표인 문규현 신부는 최근 강정마을에서 머물며, 생명평화 미사와 3만 배에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1주일에 한 번 꼴로 재판이 잡혀있다.

▲문규현 신부가 손에 쥔 출석요구서. 그는 이 날 하루에 5통의 출석요구서를 받아보았다.

 

Q. 정부, 해군, 경찰이 주민과 지킴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폭력적이라는 말로 이해하면 되나?

 

고 위원장 : 우리가 맞은 벌금 액수만 놓고 보면 중범죄를 짓는 것의 규모다. 500만 원의 벌금은 음주운전보다 높다.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나 다름없는데 그것보다 높다. 우리를 살인자 취급하면서 주민과 평화지킴이들이 굉장히 중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여론을 펴는데 사실 우리가 한 것이 여기서 무엇이 있나?

 

공사장 앞에 앉아있으면 자신들이 집시법에 맞게 신고한 우리의 집회신고를 승인하지 않았으면서 승인하지 않았다고 해서 집시법 위반. 공유수면에 대해 시와 도가 통제한 사실이 없다고 하는데도 구럼비 바위에 들어갔다고 해서 벌금. 과연 이게 중한 범죄인가? 지난 2008년에 제주 도정과 국정원, 경찰, 해군이 모여서 회의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들은 조그마한 일이라도 처벌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외부세력이 개입할 수 없도록 정보를 차단해야 한다고 논의했다. 그리고 인신구속의 수위가 높을수록 저항을 죽을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회의를 거쳐 해군기지 찬성 측이 반대하는 이들을 자꾸 고소 고발해줘야 경찰이 움직일 수 있다고 하면서 찬성 측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리고 본격 공사가 시작된 2010년부터는 업체들을 이용해서 업무방해 고발을 넣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이야기를 업체직원이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4월에는 정부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강정마을을 공안정국으로 규정해버렸다.

 

또 같은 해 7월 강동균 마을회장이 구속되어 연행되어 갈 때 우리 주민이 앞뒤로 경찰을 에워싸 연행하지 못하도록 막아서 경찰이 7시간 동안 포위된 적이 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경찰이 시민에게 최초로 고착 당한 것이라고 하더라. 경찰은 이를 수치로 표현하고 강정 주민을 폭도로 취급했다. 그 후, 육지경찰이 대거 투입되었고 구럼비 해안을 포위하고 담을 치고 본격적으로 시민과 주민을 공권력으로 억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데 사실 원인제공은 모두 경찰이 했다. 강동균 회장을 구속한 것도 그렇고 경찰이 동기 유발을 하고 시민이 이에 반응하면 그것을 더 큰 공권력으로 제압하는 구조이다. 해군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주민들을 종북좌빨로 규정하고 현수막을 걸어서 찬성 측 집회를 주도하고 군이 국민을 적대시하는 군 사업을 지금 벌이고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자들을 적대시하고 경찰이 직접 나서서 이곳을 하나의 사례로 삼으려는 태도가 아닌가 싶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한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국가가 어떻게 탄압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70일 간의 철저한 검증 약속, 지켜지지 않고 있다”

 

Q. 2013년 강정은 어떤 모습인가?

 

고 위원장 : 2013년이라고 해서 강정이 변하지는 않았다. 정치권이 과연 얼마나 힘 있게 이 문제를 가지고 나서줄까에 대해 의문도 가졌는데, 정치권이 문제를 풀지는 못했다. 지난 2011년 말 예산국회에서 2012년도 해군기지 예산 94% 삭감한 것도 끝까지 우리가 항의해서 잘라낸 것이다. 이번 2013년도 예산을 국회가 전액 통과시켰지만, 2012년도 예산은 딱 49억이 통과되었다. 이 49억은 설계보상비다. 당시 예산 심의해보니 문제점이 정말 많았다. 2010년도에 작성된 기본계획서와 보고서를 국회의원을 통해 보니까 너무 어이가 없었다. 군함이 입출항할 때도 예인선을 붙여야 했다. 이것이 무슨 군항이냐. 최악의 입지조건이라는 것이 여기서 확인됐다. 그리고 야 5당이 진상조사단을 만들었고, 도의회가 이 결과를 받아보니 설계에서도 문제가 확인되었다. 그리고 검증을 해보니 크루즈 선박은 아예 들어오지 못했다. 결국, 설계를 철저하게 검증해서 바꾸라 49억만 통과시킨 것이다. 그런데 이를 다 해군기지 공사비로 쓰고, 15억만 남긴 것이다. 명백한 불법을 저질렀다.

 

2013년도 역시 70일의 검증을 거치고 보고 후 예산을 집행하라고 단서를 붙였는데 공사만 하고 있다. 공사가 잘되면 모르겠다. 7개의 케이슨 덩어리를 가져다 놓은 것은 지난 태풍으로 다 부서졌다. 동쪽 방파제 보완공사도 계속 소실을 거듭하다 지금은 중단했다. 방파제를 쌓으면 무너지고 이를 3번이나 반복했다. 해군도 더는 손을 못 대고 있다. 그만큼 입지조건이 안 되는 곳에서 무리하게 하다 보니까 과연 제대로 진행이 되겠나. 요즘 주민은 굳이 막지 않아도 올여름이 되면 그동안 한 공사도 다 박살 날 것이라고 말한다. 주민은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사업인지 자연이 증명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그래도 우리가 6년 동안 치열하게 싸워 얻은 소중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계속 싸워보자고 마음을 모으고 있다. 검증을 철저히 하면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렵게 어렵게 힘을 내고 있다.

 

Q. 최근 시뮬레이션 검증이 말이 많다.

 

고 위원장 : 말도 안 되는 시뮬레이션이다. 철저한 검증을 하라고 했으면 철저하게 검증을 해야 한다. 2011년도 예산국회에도 권고사항이었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이 검증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제3의 공증된 기관에서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검증을 총리실이 주관하고 있다. 작년 1월에 시작했던 기술검증 당시 회의록이 지난 국감 때 공개되었는데 당시 총리실의 외압이 드러났다. 설계가 변경되지 않도록 데이터를 변경하라고 말이다. 그리고 삼성에서 재작년 12월에 개별로 한 것을 마치 권고사항에 따라 한 것처럼 정리해서 공사를 강행했다. 그러나 그 검증은 권고사항대로 한 것도 아니다. 입·출항 시 풍속이 21노트, 22노트, 27노트에 모두 1.5m의 파고가 친다고 규정하고 시뮬을 돌렸다. 그런데 우리 해안에 어디에 이 정도 바람에 1.5m가 치나. 지난 태안에서 벌어진 유조선 사고 역시 파고가 4.5m였다. 그리고 거제도에서 벌어진 유조선 사고도 4.5m였다. 제주도는 같은 바람이 불면 5~6m의 파고가 친다. 그런데 이를 모두 1.5m로 적용했다. 27노트의 바람에서 과연 예인선이 마중 나올 수 있겠나? 그냥 사고 난다. 이미 태안과 거제에서 입증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수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국민대통합 박 당선자, 제주의 진정한 가치 고민해야”

 

Q.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주해군기지 문제에서 신뢰가 깨진 것도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박근혜 당선자는 국민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통합을 위해서는 신뢰와 소통이 중요한 것 같은데, 지금까지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소통도 제대로 이루어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고 위원장 : 신뢰는 역사가 증명해준다.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행동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과가 누적될 때 신뢰가 생기는 것이다. 제주해군기지를 보면 화순에서 주민이 반대해서 무산되었다. 위미에서도 반대해서 무산되었다. 그리고 우리 강정에서도 반대하고 있다. 결국, 제주도민이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화순과 위미, 강정에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제주도민이 이 사업을 원하는 것으로 둔갑된 것인가. 박근혜 당선인이 말하는 것처럼 제주도민이 원한다면 화순과 위미에서 반대하지 말았어야 했다. 역사적으로 반대 여론은 실증되었는데 도민이 찬성하니까 이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하면 과연 신뢰가 쌓일 수 있겠나. 거짓말 아닌가. 적어도 어떤 말을 할 때는 기초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제주해군기지는 아니라는 것을 도민이 보여줬다. 당선인이 국민통합을 강조한다면 제주도민의 뜻이 진정 무엇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

 

제주도는 지난 2007년 1월 27일 평화의 섬으로 선포되었다. 이는 작게는 4.3항쟁에 대한 정부의 학살, 국가에 의해서 벌어진 구체적인 폭력에 의해 대량의 희생자가 났던 그런 섬이기에 사죄의 뜻으로 평화의 섬으로 선포했다. 그것만 보더라도 국가 폭력에 의해 더는 희생이 나지 말아야 한다. 다량의 범법자를 양성하고 발생시키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 700여 명의 연행, 22명의 구속과 480명이 넘는 처벌 대상자 자체만 보더라도 평화의 섬 가치를 훼손한 것이다. 그런데 제주도가 평화의 섬이라고 선포된 것은 4.3항쟁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후에도 제주도는 평화의 가치와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 91년도에는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의 방한과 함께 한·소 수교가 맺어지고, 95년도에는 장쩌민 중국주석이 제주에 와서 정상회담을 하고 한·중 수교를 맺었다. 냉전의 장벽이 제주에 와서 무너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냉전 이데올로기가 높았던 동북아 중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던 한국. 전쟁 확률이 높았던 지역이라 무디스 신용평가에서도 해외 투자를 꺼린 한국의 제주에서 평화회담을 연속으로 성공하면서 냉전 장벽은 무너지고 수교의 길이 열렸다. 그리고 클린턴 미 당시 대통령도 제주를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했다. 96년도에는 일본 당시 총리가 제주에 방문해서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수교의 폭을 넓혀가자는 합의와 함께 과거 청산의 물꼬를 텄다. 한마디로 전쟁 위기에 내몰린 한반도가 제주에서 연타석으로 평화협정에 성공하면서 평화상태가 높아진 것이다.

 

제주가 그 전까지는 단순한 관광지였지만 무비자 관광지로 발전시키면서 해외인들이 쉽게 드나들기 시작한 조건이 형성되고 전쟁위기가 고조된 곳이 아닌 주변국과 전부 수교를 하면서 남북통일 분위기까지 조성시켜내면서 평화의 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것이 반영된 것이다. 그리고 2007년부터는 세계평화포럼을 유치하기 시작했고, 97년부터는 동아시아 군축, 핵비확협상을 시작하면서 연례적으로 열렸다. 전 세계인이 제주도 하면 군축의 회담장소, 평화의 섬. 평화포럼이 지속되어가는 섬으로 인식을 확산해가고 있다.

 

그런데 국방부는 여기를 해군기지, 공군기지, 해병대 1개 사단을 편성해서 마치 군사전략거점으로 활용하여 다시 갈등과 군비 확장의 기점으로 활용하려는 역사적 반전을 꾀하고 있다. 국민이 현명하게 다시 한번 선택을 해주기를 바란다. 정말 제주도가 한반도 평화와 국방비로 너무 국력을 낭비하지 않고서도 안전을 지켜내고 평화통일의 지향점을 만들어내고 안보를 보장받을 길들에 제주가 이만큼 기여를 했다면 좀 더 이 에너지를 통해 동북아 평화와 통일 염원이 싹트게 더 발전시켜야 하지 않을까? 2010년에는 한·아세아 20여개 경제협력국이 모여 경제통상회담을 벌였다. 이제 제주도를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상과 교류의 중심지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는 것이 제주도의 진정한 가치이고 한반도의 제주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과감하게 동북아의 군사완충 지역으로, 비무장 완충 지역으로 선포를 해서 그 어떤 군비경쟁도 무의미하게 만드는 시발점을 제주에서 열어나갈 수 있도록 국민들이 선택해줘야 한다.

 

신뢰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역사적으로 증면된 제주의 가치를 더욱 확고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근혜 차기 정부가 신뢰와 소통, 국민대통합을 이야기한다면 이를 실천하는 것이 진짜 신뢰이다. 말도 안 되는 사업을 소통 없이 정부가 하는 일이니 따라오라는 방법이 아니라 정말 소통해서 증명되어 온 것들을 확고하게 지켰으면 한다. 국민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제주 화순과 위미, 강정을 거치면서 도민이 왜 반대를 했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제주도가 91년도부터 이바지해 온 것을 보면 제주도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것이다. 어떠한 미래를 원하는지 알 것이다. 군사기지로서의 미래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마음을 열고 들어주기를 원한다.

 

Q. 생명평화 3만 배를 하면서 어떤 구절이 가장 잘 들리나.

 

고 위원장: 귀에 잘 안 들어올 때도 많다. 그리고 마음이 힘들 때나 가슴 속에 응어리가 있을 때 잘 들어온다. 모든 생명, 다시 말해 온숨을 아끼고 사랑하고 지키겠다는 가치구현을 위해 만든 기도서원문이기에 우리가 하는 운동의 지향점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여러 구절 중에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는 구절은 할 때마다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가 해군기지 반대를 주장하지만, 이것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도 옳지는 않다. 국방부도 애국과 국가에 이바지하는 마음이 있어서 이 사업을 추진하려는 면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보사업이 국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단순히 군사력만 가지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교, 경제, 민간교류, 문화 등 모든 국민이 함께 지키고 고민해야 하는 것이 바로 안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제주해군기지 사업을 이야기 할 때, 제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 토론과 열린 토론들을 통해 의견을 취합하고 그 결과가 그래도 해군기지를 짓는 것이 마땅하다고 국민이 판단을 내린다면 우리도 자발적으로 양보할 준비는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그런 것이 없이 정부나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우리가 하는 대로 따라오라는 방식대로 하면서 너희는 반대했으니 경제적 보상은 해주겠다고 하면서 돈을 던져주며 이해를 바란다고 한다면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정말 소통이 중요하다.

 

▲하루 1,000배. 1월 한 달간 매일 계속되는 생명평화 3만 배. 고 위원장은 사람들의 염원이 모아져 10만 배, 100만 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판도라의 상자, 그 끝은 희망. 계속 품고 가자”

 

Q. 많은 이들이 희망을 꿈꾸지 못하고 있는 세상이다. 최근에는 노동자들이 안타깝게 세상을 등졌다.

 

고 위원장 : 절망보다는 희망을 기대했던 이번 대선 결과가 마치 진보세력이 패배한 결과로 되어 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 5년 동안 얼마나 참혹했으면 대선 결과 때문에 많은 이들이 희망을 잃어버렸겠나.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만 보더라도 무식할 정도로 밀어붙였다. 오죽하면 불도저라는 별명이 생겼나. 그만큼 소통 없이 밀어붙이는 정권 아래서 견딘 5년이었기에 바뀌기를 소망했던 사람들이었기에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 아닌가. 그리고 철탑에 올라간 노동자들은 길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도저히 내려올 길을 찾을 수 없는 깜깜한 절망 속에 놓여있다. 올라가도 내려올 길이 안 보이는 것이다. 보여야 하는데, 올겨울은 특히 더 혹독한 추위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데, 정부는 내려올 길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노동자가 철탑에 올라갔다는 것 자체는 그만큼 절박한 마음이고 앞길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정부라면 내려올 길을 열어줘야 한다.

 

또 우리는 희망을 품어야 한다. 박 당선자가 어떤 정부가 될지 예측된다 하더라도 우리가 희망을 버리는 한 바뀔 것도 남을 것도 없다. 판도라 상자가 열렸을 때, 온갖 질병들과 악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마지막에 나온 것이 희망이었다. 비록 우리가 연 판도라 상자는 아니더라도 마지막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최근 감사원이 4대강의 총체적인 부실을 발표했는데 이 발표가 박 당선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현 정권과의 차별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나는 적어도 정부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아직은 양심이 살아있는 자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민들이 숱하게 의혹을 제기하니까 정권 말기와 교체 직전 시기가 되어서야 터져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 간절히 원했는데 죽고 난 다음에 나올 수도 있다. 이는 최악의 결과겠지만. 내일 당장 희망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감사원 결과 발표처럼. 결국, 삶이란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모른다. 그래서 열리기 전까지는 희망을 버리면 안 되고, 그런 마음으로 기도를 시작했다. 절박할수록 기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정말로 아플 때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찾는다. 그것은 의지할 대상을 부르는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부르는 행위, 호명하는 행위 자체가 내 마음을 기댈 곳을 찾는 것이다. 그것만큼 가장 절박한 기도가 없다고 본다. 절박할수록 그 마음을 내서 기도하면서 다시 뭉친다면 희망을 찾을 수 있고 견디는 힘을 얻어낼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5년을 어떻게 견디느냐가 아니라 50년이라도 견뎌야 한다. 한 산 넘어갔다고 다음 산이 안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더 깊은 계곡과 산이 나타났다고 해도 삶의 여정 중 하나다. 끝이라고 절망하면 인생도 끝난다. 부디 정말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으로 같이 견뎠으면 좋겠다.

 

▲고권일 위원장이 품은 희망. 2013년에는 현실이 되길...

 

Q. 앞으로 강정마을과 해군기지 투쟁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고 위원장 : 우선 공동체 회복에 집중할 생각이다. 우리가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이유가 예전처럼 살기 좋은 마을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것도 있다. 그런데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오랫동안 하면서 마을을 돌볼 틈이 없었다. 조그만 의견 대립과 의견에서 소외된 부분들, 그 작은 엇갈림이 6년간 쌓이면서 생각보다 큰 골이 되어버렸다. 찬성과 반대, 반대 측 안에서도 서로 갈라서게 된 예도 있다. 그래도 해군기지 반대 기조를 유지하면서 주민 공동체를 회복하고 서로 기뻐하고 즐길 일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자 한다. 5~6년 동안 제대로 하지 못했던 묏부리 제단에서의 별포제도 부활시키고, 지신밟기도 하고 단체로 강정 어르신들을 모시고 세배도 드리고 서로 축하해줄 사소한 일들을 축하해 주려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친목단체와 친목회도 재결성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자 한다. 인간이 살면서 당연히 해왔던 것들을 하나하나 회복시켜나갈 것이다. 또한, 전국의 아픈 현장들과 같이 함께 갈 길을 찾아갈 것이다. 주민 공동체 회복과 함께 연대를 함께할 것이다. 그래서 전국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일들을 진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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