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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주 강정 강제 진압, 붉은발 말똥게 어쩌나

합동취재팀( 1) 2011.09.03 01:54

2일 제주도 강정마을에 경찰병력이 전격 투입되면서 붉은발 말똥게 등 멸종보호종들도 위기를 맞았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환경보존을 위해서라도 중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강정 해안가는 길이 1.2킬로미터에 달하는 한 덩어리 용암바위인 ‘구럼비 바위’가 있고, 해안 주변의 토지 대부분이 대규모 역사 유물 산포지인 동시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의 희귀종인 ‘붉은발 말똥게’가 살고 있다.

▲  붉은발 말똥게. [출처 : '해군기지 결사반대 강정을 생명평화의 마을로' 까페(http://cafe.daum.net/peacekj)]


최근 해군은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위해 강정마을 중덕 해안가 주변 ‘붉은발 말똥게’ 서식지에 통발을 설치하고 이식을 재개했다.

 

해군이 선정해 이식을 맡은 업체인 에코션 관계자는 통발을 설치하며 “이식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50여개의 통발을 설치해 이번에 최대한 이식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  통발에 수박 조작을 넣어 붉은발 말똥게를 포획, 이식하려는 시공업체 관계자들.


붉은발 말똥게는 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면서 강정마을 인근 약천사로 이식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환경단체, 강정마을회 등은 기지 건설이 적절한 환경조사나 보호 대책이 부실한 상태에서 공사가 강행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식을 재개한 에코션 관계자는 “추가 포획을 하는 건데, 붉은발 말똥게를 최대한 옮기는 것이고, 100% 옮길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금개구리 등 법적보호종이 상당히 많은 데, 인공서식지를 만드는 것보다 최대한 자연 방사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마을주민의 방해로 제대로 이식을 할 수 없다고 토로하면서도 “붉은발 말똥게에 대해 모니터링 중인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느 기간 안에 개체가 나타나는지, 안 나타는지 확인 중이다”며 “붉은발 말똥게에 대해서는 이렇다하게 밝혀진 게 없다. 전문분류학자도 확실히 밝혀진 게 없다고 했다”고 말해 멸종위기종에 대해 환경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드러냈다.

 

또 이 관계자는 “조사 범위에 대해서도 아직 확정된 게 없다”며 “영산강 환경유역청에 보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멸종위기종에 대한 이같은 인식에 강정마을회와 환경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에만 방점을 둔 정부의 ‘무식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6월 초 해군이 이식이 안 끝난 붉은발 말똥게 서식지에 삼발이 공사를 하면서 주민과 공사업체간 3시간 대치, 평화운동가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주민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해군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붉은발 말똥게 서식지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주민들이 차량을 막으며 저항, 충돌한 것이다.

 

강정마을회에 의하면 해군은 붉은발 말똥게에 대한 정밀조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009년 환경영향평가 당시 붉은발 말똥게 서식지 자체를 부정했다. 또, 7~8월이 가장 왕성한 활동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기지 공사 일정 상 6월말까지 이식을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왕성하게 활동하는 기간이 7~8월인 만큼, 붉은발 말똥게가 동명에 들어가기 전인 9월까지 포획, 이식 작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은 “보고서조차 공개하지 않아 해군만이 독점하는 정보가 됐다”며 “해군은 사업부지 내 붉은발 말똥개가 서식하고 있다는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우겼지만 서식지로 확인돼자 망신만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군은 공동조사 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해군의 보호종 이식작업이 ‘생색내기 수준’이라며 “사업부지 내 법정 보호종보다 해군의 공사 일정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KTX 천성산 공사를 언급하며 도룡뇽이 국책사업보다 중요하냐며 비아냥거린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천박한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식도 문제인데, 설사 이식을 한 다 하더라도 전체 서식지의 10%도 안 되는 개체수가 이식되고 있어 나머지는 다 죽는 것이다”며 “서식지를 토지이용계획에서 제외시켜 놔눠야 하는데, 정부는 그럴 계획이 전혀 없이 무식하게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강하게 제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제주도 토질 성격상 물이 흡수되는 데 강정마을은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곳으로 유일하게 농사가 됐던 곳이다”며 “이런 천혜에 조건이기 때문에 보호되어야 할 다양한 생물종이 살고 있다”고 전했다.

▲  해군기지 공사 현장 내 습지. 해군은 기지 공사를 위한 삼발이 등을 습지를 비롯해 공사 현장 이곳 저곳에 놓았다.

▲  [출처 : '해군기지 결사반대 강정을 생명평화의 마을로' 까페(http://cafe.daum.net/peacekj)]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 ‘문화재 보호구역’, ‘절대보전지역’

 

한편 강정마을의 동쪽에 위치한 하천인 강정천은 예로부터 물이 많아 마을 이름에 물강(江) 물정(汀)자를 땄다. 제주의 일반 하천과 다르게 언제나 맑은 물이 흘러 서귀포 식수의 70%를 공급하는 생명의 젖줄이며, 사계절 흐르는 한라산의 천연 암반수가 수려한 자연환경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명소로 제주 올레코스(7코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곳이다.

 

특히 강정 앞바다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 ‘문화재 보호구역’, ‘절대보전지역’ 등 경관이 아름답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제주에서는 보기 드물게 은어가 서식하고 있고, 천연기념물 제327호 원앙새가 무리를 지어 날아다닌다. 환경단체들이 환경부 지정 멸종귀기 야생동물 2급 맹꽁이가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부지 안 습지에서 발견됐다고 밝혀 서식지가 사라진다면 멸종위기 맹공이의 생존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산호 가운데 국내 존재하는 130여 종의 연산호류 중 분홍바다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등 90여 종이 제주연안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강정 앞바다에서 만날 수 있는 보호 요망종 큰수지맨드라미는 수심 5m 전후의 암반 조하대에서만 주로 발견되는 산호류이다.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과 범섬 사이에는 세계적으로도 몇 안 되는 색색가지 연산호 군락지여서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  중덕 해안가 구럼비에서 한가로운 한 때를 보내는 이들. 이제 이들은 구럼비로 들어갈 수 없게 됐다.

 

미디어충청, 참소리, 참세상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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