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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효고노동안전위생센터에서 만든 석면 피해 자료집의 사진. 1995년 대지진 이후 복구 현장의 모습이다.

오사카 방문단 일정에서는 칸사이 지역의 사회운동 단체들과의 만남도 있었다. 효고노동안전위생센터(이하 효고노안센터) 방문도 그 중 하나였다. 효고노안센터는 고베지역 노조들이 모여 만든 노동안전보건 단체였다. 2002년에는 노동안전보건 과제를 가지고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과 건설노조 등과 교류사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효고유니온, 요코하마유니온과 함께 진행한 간담회에선 먼저 효고노안센터의 활동을 중심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효고노안센터는 석면피해자 문제 대응, 과로사 문제,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 등의 3가지 문제를 중점적으로 대응해오고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석면피해 문제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다.

1995년 대지진 당시 고베시 건물 대부분이 붕괴했는데 그러면서 발생한 비산먼지에 석면이 다량으로 포함되었다고 한다. 더욱이 석면이 인체에 들어가도 곧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이 지나 다음에야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큰 문제가 된다. 이러다 보니 석면문제는 석면을 접하는 노동자들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고베 시민 전체의 문제가 됐다. 그럼에도 고베를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는 여전히 석면을 공공시설 공사 등에서 부주의하게 사용하는 상황이었다. 석면이 포함된 슬레이트를 콘크리트와 분리하지 않고 같이 분쇄하거나 분쇄한 석면을 주차장 공사에 이용하고 제초제 등으로 사용하는 등 석면 피해를 조장하는 일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이에 대해 효고노안센터의 경우 석면산업 노동자를 비롯해 시민들을 상대로 상담활동도 전개하고 있었다. 또한 석면피해자 유족들이 조직한 산재 환자 가족 모임 등과 함께 정부와 기업 등을 상대로 협상을 하며 석면피해에 대한 산재 인정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도 산재 환자 가족 모임의 활동가가 함께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 모습. 왼쪽이 오사카 방문단, 오른쪽이 일본의 활동가들이다.

한편 효고노안센터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는 효고유니온이 인상적이었는데 퇴직한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한 것이 효고유니온이었다. 효고유니온은 석면관련 산업에서 일하던 퇴직 노동자들이 조직한 노조인데 자신들이 일하던 회사와 석면피해 보상에 관한 교섭을 하고 있었다. 회사는 퇴직노동자들이라는 이유로 효고유니온과의 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효고 지역의 중국 산업연수생 상담을 진행하는 활동도 하고 있었다. 

효고노안센터와 효고유니온만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요코하마유니온도 석면피해 대응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요코하마유니온은 요코하마 지역에 있는 한 슬레이트 제조회사의 노동자들이 석면피해를 입은 사건을 대응하고 있었다. 회사의 13개 공장 중 10개 공장에서 130명이 사망하고 50명 이상이 치료를 받는 등 많은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었다.

다행히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지원으로 퇴직한 노동자는 물론 공장 주변의 피해 주민들에 대한 보상도 회사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을 비롯해 일본에는 20여 년 전부터 석면추방전국연합이 조직되어 석면 문제에 대한 전국적인 연대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석면 피해 잠복기인 30~40년이 지난 2030년에서 2040년 정도가 되면 일본에서 40만명의 석면피해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대응 활동을 기획해가는 게 단체들의 주된 활동 중에 하나라고 했다. 또한 2006년과 2007년에 만들어진 석면대책 기본법제정과 석면 전면 금지 규정 등이 개악되면서 피해자 구제대책이 어려워지고 있어서 이에 대응하는 활동도 기획해가고 있었다.


석면 기업, 개발도상국으로 자리이동...국제연대가 필요하다

한국은 슬레이트 등을 이용한 건물 등이 아직 많이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슬레이트 등의 석면을 다루는 과정을 보면 방제 대책 없이 매우 부주의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있었던 전주 남부시장 가구거리 명도집행 등이 그 예일 것이다. 강제철거로 인해 발생하는 비산먼지 속에 얼마나 많은 석면이 포함되어 있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이에 2007년 부산의대의 연구와 부산 MBC의 보도 등이 이어지며 석면문제가 알려지고 석면 피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그 결과 사회단체들과 시민들이 2008년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를 결성하고 석면문제에 대응해오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선진국의 기업들은 규제를 피하고 이윤을 좇아 개발도상국 등으로 이동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석면 문제가 이를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50년대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칸사이 지역에서 한국의 부산경남지역으로 왔던 석면 산업은 이제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로 거점을 옮기고 있다.

석면만이 아니라 미국에서 일본으로, 다시 한국과 타이완 등으로 자리를 옮긴 반도체 산업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아무 규제없이 마음대로 하는만큼 노동자 시민의 건강과 인권은 언제나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 국경을 마음껏 넘나드는 기업에 맞서 느리고 더디지만 건강권을 노동자 시민의 국제적인 연대를 고민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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