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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신부님을 구속하고, 뼈다귀동동 석방하라”

합동취재팀( admin@nodongnews.or.kr) 2011.10.14 14:45

“신부님을 구속하고, 뼈다귀동동 석방하라.” 구걸하지 않았다. 천주교 신부를 ‘구속’하란다. 액션영화의 인질 맞바꾸기 작전도 아니고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

사건은 경찰이 신부들을 연행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12일, 신부들은 오전 11시 미사를 하려다 제주해군기지 공사 현장 정문으로 레미콘 차량이 드나들자 ‘불법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레미콘 차량 밑으로 들어가 2시간가량 농성했고, 경찰과의 대치는 4시간가량 이어졌다.

그동안 경찰, 해군, 공사관계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신부들은 연행됐어야 한다. ‘불법 공사’라는 주장에 귀 기울이기보다 공사 강행에 열을 올리는 이들의 ‘업무 방해’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법 적용은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은 채 현상만을 대변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왜 경찰은 신부들을 연행하지 않았을까?

“당일 경찰은 신부들에게 현행범이라 하고, 3차까지 연행한다고 경고방송 했는데 연행하지 않다. 어떠한 이유로 신부들을 연행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지만, 신부들은 면책특권자도 아니다. 힘없고, 빽없고, 가진 것 없이 양심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만 법 집행의 대상자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3시간가량 레미콘 차량을 막는 등 ‘업무방해’를 저지른 당사자 이강서 신부의 말처럼, 평화순례자 뼈다귀동동 김동원 씨, 개 ‘중덕이’의 아빠이자 중덕해안가에서 ‘할망물 식당’을 운영하던 주민 김종환 씨, 모두 가진 것 없고, 소위 말해 ‘빽’ 없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 천주교 활동가 한경아 씨가 긴급체포로 연행되었다. ‘화풀이 연행’, ‘보복성 연행’ 등 각 종 수사가 붙었고, 한 씨는 지금 제주 동부서 유치장에서 단식농성을 하며, 항의하고 있다.

차별을 둔다는 것 자체가 법 집행의 정당성에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해군기지 반대 운동 시위 현장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강정마을처럼, 풍자와 해학이 공존한다. 그 속에서 진지한 성찰과 즐거운 놀이가 만나고 있다. ‘업무 방해’ 당사자 이강서 신부의 말이 귓가를 스치고, 구속됐다 11일 석방된 ‘빽’ 없는 주민 김미량 씨가 경찰에서 하트를 날리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터지는 이유다.

동시에, 평화와 평등을 향한 열망과 차별과 배제가 공존한다.

 

(미디어충청 참세상 합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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