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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강정마을에서 맞는 두 번째 아침입니다. 예상외로 정신없는 일정들에 못 일어나면 어쩌나 살짝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 아침 일찍 일어났네요. 함께 온 유랑단 활동가들은 아직 자고 있군요. 아침도 먹을 겸 구럼비 해안가로 나가 봅니다. 햇볕은 뜨거웠지만 왠지 구럼비는 뜨거움보다는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어제 밤늦게 들렀던 해안풍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해안가를 걸으면서 문득 이 곳에 오고 싶다 생각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봅니다. 지난 8월 23일이 현역 군 입영일이었던 저는 병무청에 병역거부 의사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바로 이곳 강정마을이었습니다. 해군기지관련 소식이야 훨씬 이전부터 듣고 있었지만 그런 결정을 한 뒤에는 반드시 들러야할 장소가 되었습니다. 진정 평화가 무엇인지 평화를 이루기 위해 헌신하는 삶은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아침이었습니다.

 

오전부터 제주지방법원의 집달관이 마을에 해군기지 공사방해와 접근금지 가처분 결정 고시 표지판을 붙이러 올 예정이란 소문들이 들려봅니다. 이와 함께 공권력이 투입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어 마을주민들도 활동가들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먼저 찾아온 서귀포 경찰서 정보과 형사들과 논의해 마을주민들은 표지판 작업에 대해 저지하거나 마찰을 빚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전하고 경찰도 공권력의 투입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사진제공 - 날라리 평화유랑단>

▲<사진제공 - 날라리 평화유랑단>

 

결국 오후 두 시가 되자 법원 집달관과 집행용역들이 도착했습니다. 집달 공무원들을 맞는 고시 표지판 설치를 바라보는 마을주민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안타깝고 아프다. 그러던 와중에 기자들 틈에서 상습적으로 채증을 하던 사복 경찰이 마을주민들에게 발각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합의했고 평화적으로 설치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경찰은 불법적으로 채증을 하고 도발적인 행동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경찰은 결국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고 쫓겨났습니다.

 

한편 하루 종일 주말에 있을 평화콘서트와 평화비행기 홍보를 나갔던 꽃마차 팀은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마을 대책위에서는 중산간 지방의 홍보가 부족 했다는 의견을 듣고 마을 서쪽으로 홍보를 다녀왔습니다. 제주에서는 요새가 가장 바쁜 농번기라고 합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주민들이 집에 계시지 않고 밭에 나가 일을 하고 계십니다. 그럼에도 밭 고랑사이사이로 홍보물을 나눠 드리고 인사를 드리는 꽃마차 팀을 맞이하는 어머니들의 호응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한 아저씨는 차를 타고 지나가는 활동가들을 불러 세우시고는 아이스아메리카노 커피를 사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매일 열리는 오전 열한시 미사 외에도 오후 여섯시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생명평화미사가 열렸습니다. 특별히 미사 집전을 맡아주신 전주교구에서 사제 20여 명과 많은 신자분들이 찾아오셨습니다. 진정 강정마을의 평화를 바라며 함께 기도했습니다. 미사 끝에는 사제들이 앞장서 구럼비 해안가로 침묵행진을 진행 했습니다. 구럼비에서는 문정현 신부님의 일일 가이드가 되셨습니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와 해군기지 건설 논리의 부당성, 구럼비를 지켜야 하는 이유들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사진제공 - 날라리 평화유랑단>

▲<사진제공 - 날라리 평화유랑단>

 

저녁 여덟시에는 해군기지 사업단 앞에서 매일 촛불문화제가 열립니다. 오늘의 사회자는 김제동 못지않은 진행솜씨를 보여준 랑희 활동가가 맡았습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일상예술 창작센터의 달꿈님과 성공회대학생인 지민님은 ‘강정마을 힘내요’라는 내용으로 만들어 오신 퀼트 현수막을 설명해주시고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오늘 전국의 환경단체 회원분들도 함께 오셨습니다. 그중 녹색연합 최위환 활동가가 두 번째 발언을 해 주셨습니다. 제주를 찾은 것이 두 번째라고 이야기 하면서 다음에 올 때는 해군기지 문제가 잘 해결되어 투쟁이 아닌 신혼여행으로 강정마을을 방문하고 싶다고 합니다. 여러 발언자들 중에 특별히 서울대교구 신사동 성베드로성당의 이승주신부가 부른 넬라 판타지아는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정마을 어머니 한 분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눈물을 글썽이며 마을을 찾아온 사제들과 방문자들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큰 절을 하셔서 참석자들 모두 격려의 박수로 화답해 드렸습니다.

 

유랑단의 하루는 길기만 합니다. 숙소에 돌아와서고 바로 내일 서귀포 시내 선전전을 위한 조형물들을 함께 만드는 작업들을 했지요. 붉은발말똥게도, 구럼비 바위도 돌고래도 연산호도 만들었습니다. 예쁜 작품들을 들고 서귀포 시민들을 만나는 그 시간들도 기대해 봅니다.

 

날라리 평화유랑단 (홍이, 인권운동사랑방)

 

▲<사진제공 - 날라리 평화유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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