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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위안부 피해 일본의 사과 함께 받아내요"

[현장] 5월 30일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평화콘서트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5.06.02 15:48

“이렇게 먼 길 직접 오시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평화콘서트 사회를 맡은 김성희 전북겨레하나 사무국장)


“97년 전라북도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모두 11명이었습니다. 그러나 2013년에 고창에서 살던 할머님이 돌아가시면서 현재는 등록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전라북도에 계시지 않습니다. 너무 늦게 관심을 가진 것 같아 죄송합니다” (전북여성단체연합 조선희 상임대표)


“평화의 소녀 동상을 세운다고 고생들이 많아요. 몸이 여의치 못해 직접 가지 못하고 이렇게 영상으로 보낼라고 하니 너무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여러분들이 힘써준 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려가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몸이 아파 직접 오시지 못한 김복동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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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전주 평화콘서트 현장. 이날 콘서트에 함께한 300여 명의 청중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서로에게 먼저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평화콘서트는 최근 전주 풍남문광장(기억의 광장)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평화의소녀상건립시민추진위원회’가 주최했다. 시민 모금(시민위원)을 중심으로 제작비를 마련하고 있는 시민추진위원회는 전북지역 6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구성했다. 이날 콘서트는 시민위원 가입을 독려하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모셔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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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의 25년 투쟁, 우리가 이어받아요”


사과가 필요한 일본의 아베정부는 과거사 청산은 뒤로한 채 역사 왜곡을 무기삼아 일본의 군사화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아베정부의 역사 왜곡에 적극 대응해야 할 한국 정부는 미·일 군사 동맹 앞에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비판의 목소리는 내고 있지만, 그보다 더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 양국의 군사협력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아베 정부는 국제사회 앞에 위안부는 자발적이라는 망언을 쏟아내며 자신들의 범죄를 감추기 급급하다.


“일본 정부에게 사람이 잘못을 했으면 당연히 사과를 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 사람들은 사과를 할 줄 모르나봐요.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 하는데. 그게 없어요. 안 해요. 그러니까 열심히 사과해라고 재촉하고 앉아있죠.”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일본의 진정어린 사과를 요구하며 할머니들이 거리로 나선지 벌써 25년이다. 매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시위도 무려 1180회. 고령의 할머니들은 몸이 앞아 어디 쉽게 이동하는 것도 힘이 든다. 분노와 억울함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떠나시는 분들도 계시다. 콘서트가 열린 30일에도 경남 마산에서는 90세의 고 이효순 할머니의 장례식이 있었다.


“우리 할머니들은 25년 동안 싸우셨어요. 이제는 여러분이 할머니들의 기다림을 짧게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윤미향 상임대표)


오는 8월 15일 전주 풍남문광장(기억의 광장)에 건립 예정인 평화의 소녀 동상은 아베정부가 부정하는 전쟁과 폭력의 참상을 ‘기억’과 ‘진실’로 복원하는 상징의 조형물이기도 하지만, 할머니들과의 연대를 시민들이 약속하는 의미도 함께 담겨있다.


“길원옥 할머니는 지난해 힘든 몸을 이끌고 유럽에 다녀왔고, 유엔 회의에 참석하여 증언도 하셨어요. 그리고 우리 정부 유엔대표단을 만나서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하라고 압력을 넣어달라는 요구도 하셨죠. 그리고 스위스에서 만난 국제여성단체 활동가들은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부끄러워하면서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들로부터 할머니들의 활동과 이야기가 나이지리아 등 전쟁의 현장에서 폭력으로 절망에 빠진 여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겠다는 이야기와 연대하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윤미향 상임대표)


90세가 다 된 할머니들이 만든 평화의 운동. 윤미향 상임대표는 그 운동을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이 이어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윤미향 상임대표의 그 바람은 어쩌면 조금씩 실현되고 있는지 모른다.


전주에 평화의 소녀 동상을 세우자는 움직임은 작년 가을 청소년들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전주여고 이여원, 김서현 학생은 작년 봄 한옥마을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앙케이트 조사를 진행했는데, 예상보다 시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전주시에 제안했다.


전주시는 처음에는 이 제안을 채택하지 않았지만, 여성단체에 문의를 하면서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 후,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논의를 시작했고 올 초 본격적으로 추진이 결정됐다.


그래서 이날 평화콘서트를 통해 전주 시민들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만나 서로 교감할 수 있었던 것은 평화의 소녀 동상 건립을 처음 제안한 청소년들 덕분인지 모른다. 이날 평화콘서트에서 처음 제안한 두 청소년이 길원옥 할마니의 양손을 맞잡고 손 들어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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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몸이 천근만근, 할머니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당초 평화콘서트에는 두 분의 할머니를 모시고자 했지만, 길원옥 할머니만이 자리에 함께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뼈마디 통증과 몸살로 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날 자리한 길원옥 할머니도 몸이 아파 전주까지 오는 걸음이 무거웠다. 결국, 예정된 시간보다 약 1시간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할머니에게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주최 측이 준비한 도립국악원 김세미 명창의 판소리와 한영애 행위 예술가의 살춤 공연은 사전에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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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행사장을 방문한 길원옥 할머니는 “전 고향은 평양이고 13살에 나와서 한 번도 가보지 못했어요. 살기는 서울에서 살아요”라며 짧게 소개를 했다. 평소 지병인 당뇨와 기관지염으로 말을 오래 잇지 못했다. 그러나 그동안 살아온 인생과 13살에 고향을 떠나서 가볼 수 없었다는 그 말 한마디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현실을 말해줬다.


길원옥 할머니는 전주 방문에 그치지 않고 조만간 건강을 회복하여 미국 4개 지역을 순회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지켜달라는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화콘서트 참가자들은 길원옥 할머니와의 짧지만 의미있었던 대화가 끝나고 크게 “건강하세요”라고 외쳤다. 그리고 “할머니, 고맙습니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시민추진위원회는 시민추진위원을 5,000명까지 모아서 평화의 소녀 동상을 건립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1,200여 명이 추진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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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추진위원회 실무를 맡고 있는 방용승 전북겨레하나 대표는 “우리가 침묵했기에 일본은 과거사를 무시할 수 있었고, 재무장을 추진하고 있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아픈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으로 건립하고자 한다”며 많은 관심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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