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사회 북부경찰서의 손배소송과 기자의 용기

김보리( 1) 2003.04.13 13:30 추천:1

지난 2월 새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파출소 경찰 피살 용의자 가혹행위 의혹’에 대해 전주북부경찰서는 당월 19일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에 명예훼손 손배소송으로 대응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부에서 '언론에 재갈 물리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언론비평을 하는 전북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의 박민 사무국장은 "대부분의 지역언론이 경찰 쪽의 주장에 입각해 보도를 한 반면 새전북신문은 지역언론으로서는 유일하게 피의자의 가혹행위 주장을 실어줬다"며 이런 언론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일종의 국가기관인 경찰의 실력행사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경찰의 잘못한 점도 꼬집어야 할 언론들에게 (소송의 결과에 상관없이) ‘본보기’식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준형 집행위원장은 "잘못된 수사관행을 꼬집고 피의자의 인권침해를 지적하는 언론의 역할에 재갈을 물리는 일 아니냐"고 우려했다.


"1% 의혹이 있더라도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


이에 대해 경찰의 가혹행위 의혹을 제기한 새전북신문의 손우기 기자(사회부)는 "여론에서 밀리고 가혹행위 의혹이 증폭되자 북부경찰서가 난국을 돌파하고자한 제스춰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손 기자는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1%의 의혹이 있다면 이를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사명이다"며 "이번 사건으로 피의자의 인권보호문제를 사회에 환기시킨 점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전주북부경찰서는 지난해 9월 전주시 금암2동 파출소 백 모 경사의 살해 용의자를 검거했다면서 사건 경과 4개월 뒤인 올 1월 용의자들을 언론에 공개했다. 당시 언론은 경찰의 발표에 근거해 이 사건이 해결된 것처럼 크게 환호하고 용의자들의 얼굴을 그대로 내보냈다.

그러나 YTN과 새전북신문은 용의자의 가족과 용의자들이 경찰의 가혹행위로 허위 자백을 했다는 주장을 내보냄으로써 수사기관의 가혹행위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용의자들의 자백이외 어떤 물증도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이들에 대해 살인혐의로 검찰에 송치하지 못했고 용의자들은 단순절도범으로만 기소되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북부경찰서는 '의혹'보도가 나간 하루 뒤인 2월 3일 곧바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재소하고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그러나 중재위가 반론문을 싣는 걸로 판결하자 이에 불복하고 새전북신문사 사장과 편집장, 사회부 팀장, 사회부 기자 2명 등 5명을 당시 이 수사를 담당한 특수 수사대 52명 전원을 원고로 소송을 제기했다.


손배소송은 일종의 '힘있는 자들의 시위'


기자들이 경찰에게 문제제기하는 기사를 쓰기란 쉽지 않다. 지방언론사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출입국 기자는 정보원인 경찰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는 것 자체가 용기를 요구하는 행위인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의자의 진술에 입각해 경찰의 가혹행위 의혹을 제기한 기자에게 52명의 수사관 전원을 원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일종의 ‘힘있는 자들의 시위’로도 보인다.

한편 전북평화와인권연대가 진정한 경찰의 가혹행위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바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는 4월말께나 조사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 주간인권신문 [평화와인권] 336호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