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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회 삼보일배 일곱째날 소식

편집팀( 1) 2003.04.02 00:13 추천:2

2003년 4월 3일 목요일, 삼보일배 7일째
오전에는 맑고 햇살이 좋았지만, 오후에는 옅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바람이 세차게 붐

오늘은 김제시 성덕면에서 만경읍내를 조금 벗어난 곳까지 6킬로미터를 왔습니다. 오전에는 맑은 하늘에 햇살이 따끈하여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이제 개나리와 진달래가 활짝 피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에는 삼보일배를 시작하기 전에 개나리가 피었는데, 이곳이 남쪽이긴 하지만 꽤 추운가봅니다.

▲김제를 넘어 만경읍내를 지나간 삼보일배 순례단

맑고 푸른 하늘에는 제비 두 마리가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하도 농약을 많이 치고, 도시화가 이루어져 제비도 보기 드문데, 내일이 삼월삼짓날이라 그런지 어김없이 찾아온 제비를 보면서 봄이 왔다는 것을 느끼며 괜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오늘 삼보일배 순례에는 멀리 전주에서 맹인안내견인 '찬미'가 시각장애우인 송경태님과 함께 왔습니다. 7살짜리 암컷이라는 '찬미'는 이런 도보순례 경험이 아주 많은 베테랑이라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목포에서 판문점까지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도보순례를 다녀왔었고, 1999년에는 두 달 동안 미국을 횡단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장애우인권운동을 하시는 송경태님과 함께 이런 많은 활동을 했는데, 2년전부터는 갯벌체험도 하며 갯벌으 소중함도 알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찬미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고, 죽음의 방조제를 생명의 갯벌로'라는 홍보물을 옆구리에 걸치고 하루종일 주인인 송경태님을 무사히 인도하여 삼보일배를 잘 마쳤습니다. 찬미도 이렇게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한 길에 나섰는데, 세상에는 간척사업이 지상최대의 과업인양 생각하는 찬미보도 못한 사람들이 참 많이 있나 봅니다.

▲맹인안내견인 [찬미]도 시각장애우인 송경태님과 함께 왔습니다. [찬미]도 이렇게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한 길에 나섰는데, 세상에는 간척사업이 지상최대의 과업인양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찬미]보다도 못한 사람들...

어떻게 앞도 잘 못보시는 분이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시게 되었냐는 질문에 송경태님은 "새만금 개발은 절대 반대한다. 세계 어디를 다녀봐도 자연환경처럼 중요한 것은 없더라. 우리나라도 이제는 개발을 그만 하고,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후 들면서는 구름이 끼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먼지가 많이 날리고 기온이 떨어졌습니다. 걸어다니기만해도 목이 칼칼하고 편도선이 조금 붓는데, 삼보일배 수행하시느라 체력이 떨어진 성직자님들이 난로도 켜지 않은 천막 속에서 자야 하는데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수경스님은 무릎이 붓고 관절에 이상이 생긴지 오래이며 계속 다리를 절고 계시는데, 오늘은 손목도 안좋으셔서 파스를 붙이고 삼보일배를 하셨습니다. 하루에만 삼천여번 절을 해야하니 손목인들 성하겠습니까.

이렇게 고단하고 힘든 길을 다섯분 모두 별 탈없이 일주일이나 왔다는 것은 자축할만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녁에는 새만금 지역의 특산물인 쭈꾸미 등을 사와서 조촐한 잔치를 마련했습니다. 삼보일배 하시는 성직자나 도보순례단이 서로 감사하다는 인사도 나누고, 마지막에는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노래를 부르며 마쳤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자리가 보름·한달·두달로 무사히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잠 잘 숙소 근처에 화장실이 없어 땅을 파고 천막으로 가려 임시 해우소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기독생명연대 공동대표이신 최갑성목사님과 김제 요촌성당 주임신부이신 김진용신부님, 원광대학교 대학법당 교감이신 김현교무님, 문정현신부님, 전북평화인권연대, 전북환경연합, 한울생협, 원불교와 천주교 신자 여러분 등 70여분이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셨습니다.

아침·점심·저녁을 다 김제 요촌성당에서 마련해 주셔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물과 음료수, 과일, 빵 등을 전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온 길 : 김제시 성덕면 - 만경읍 (6킬로미터)
앞으로 갈 길 : 김제시 성덕면 - 청하면(내일) - 군산시 대야읍 - 금강하구둑 - 충남 서천시 장항읍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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