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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갯벌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거리로 300여 킬로미터, 1200리 길. 그냥 걸어 갈래도 힘든 이 길을 '세 번 걷고 한 번 절하며 걷겠다(三步一拜)'는 이들이 있다.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 이희운 목사, 김경일 교무. 4개 종단에서 뜻을 모아 삼보일배(三步一拜)를 하는 이유는 스스로 몸을 던져 죽어 가는 새만금 갯벌을 지금이라도 살려보고자 하는 뜻이다.


새만금 삼보일보 첫째날 풍경 (2분 22초)

- 이전 관련기사 : [기고] 고행의 길 떠나는 문규현 신부의 기도

- 관련기사 : [허철희의 포토갤러리] 틱낫한 스님의 새만금 방문


27일 오전 11시, 불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4개 종단의 기도의 집이 사이좋게 놓여있는 해창 갯벌엔 이들의 기도수행을 지지하고 함께 하고자하는 5백여 명의 참석자들이 장승들 앞 자갈밭을 가득 메웠다. 기도의 집들은 새로 예쁘게 페인트 단장을 하고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장승들 주위를 탑돌이 하는 20여명의 스님들 뒤를 신도들이 따르며 기도를 한다. 기도의 집 앞에 놓인 십자가에서 기독교인들도 소리 없이 고개를 숙인다. 종교는 다르나 이들의 기도는 하나. "바다의 어머니, 갯벌을 살려 주세요."

"점점 좁아지는 물길로 인해 지난 겨울은 그 어느 해보다 고통스러웠습니다. 마을주민들 입에선 서서히 이제 마을을 떠나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간척사업 이후 어민들의 실상에 대해 계화도 주민 염정우 씨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농지를 만들겠다던 새만금 사업이 농지로서 효용성이 없음이 드러났다고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이를 중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새 정부도 여전히 '반칙이 난무하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정부 아니냐"고 꼬집는다.

▲삼보일배가 시작되기 전 해창갯벌 장승 주변을 도는 스님들과 참석자들



▲새만금 공사가 시작된 지 12년. 12번의 경종을 울렸다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김경일 원불교 교무 이희운 목사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꺼져가는 관심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대안을 만들어 보자며 1200리 길, 삼보일배로 고행 길을 가겠다는 문신부와 수경스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며 그는 끝내 목이 메었다.

"신부님 가다 스러지면 어쩌나.." "스님 이 고행 마치고 영영 못 일어나시면 어떡해.."
하루만 걸어도 온 몸이 몸살이 난다는 삼보일배를 60여 일을 간단다. 목숨을 내놓은 일이다.

오후 1시, 장승들의 내리굽은 시선아래 삼보일배의 첫 걸음이 시작됐다. 멀리 베트남에서 온 틱낫한 스님도 묵묵히 이들의 뒤를 따른다. 날선 바닷바람 속에 바다와 갯벌과 인간들이 하나의 주문으로 삼보일배를 따른다. "바다의 어머니 갯벌을 살려주세요" "추악한 인간의 욕심으로 더 이상 무고한 생명을 죽이지 말게 하세요"

▲틱낫한 스님의 새만금 삼보일배 지지 방문.


▲삼보일배는 60일간 계속된다.



새만금 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간절히 염원합니다
-새만금 갯벌에서 서울까지 三步一拜를 떠나며


지금 이 순간, 온 세상은 가장 추악하고 야만적인 시간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때보다도 부끄럽고 마음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세상은 전쟁과 죽음, 폭력과 파괴, 두려움과 고통 속에 휩싸여 있습니다. 저마다의 존재가 지닌 존엄성과 고귀함, 공존과 관용의 가치는 설자리가 없습니다. 잔인한 힘이 작고 힘없는 약자들을 향해 무차별로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바로 이런 상황을 만든 공범자임을 뼈아프게 고백합니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크고 작은 폭력과 파괴의 범죄자는 바로, 그칠줄 모르는 우리의 이기심과 탐욕입니다. 내 것이 아니면 바로 외면하는 무관심과 냉정함입니다. 자본과 물질의 노예가 되어버린 우리의 생활입니다.

우리는 우리 종교인들 자신을 비롯한 만인에게 간곡하게 호소합니다. 진정으로 참회하고 고난을 두려워 마십시오. 우리는 지금, 그 누구보다 앞서서 생명과 평화에 대한 깊은 믿음을 간직하고 이를 전파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절망의 시간에도 희망을, 죽음의 현장에 생명을, 그리고 폭력이라는 무기를 평화로 녹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기도와 실천을 행해야 합니다.

여기 새만금 갯벌에서도 십년이 넘게 소리없는 파괴와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인간의 그릇된 허상과 탐욕이 빚고 있는 거대한 전쟁터입니다. 무기를 동원하고 총성이 울려야만 전쟁은 아닙니다. 우리는 새만금 갯벌의 허덕이는 숨소리에서 이라크 어린아이들의 비명소리를 듣습니다. 저 무고한 갯벌의 고통과 죽음으로 눈앞의 이익을 채우려는 우리의 차가운 가슴이 바로 이라크의 죄 없는 시민들을 흐생하여 소위 국익을 챙기겠다는 수치스러운 행위와 맞닿아있음을 직시합니다.

이 어려운 때,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 이희운 목사와 김경일 교무가 이곳 새만금 갯벌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의 길을 나섭니다. 장장 300여 km, 1200여 리의 기나긴 여정을 그 어느 때에 비할 수 없는 간절함과 비장함으로 떠납니다. 우리의 이 길은 고되고 혹독할 것입니다. 어쩌면 목숨을 거는 일이기조차 합니다. 그러나 오체투지, 우리의 온 몸과 온 마음을 던져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 온 세상의 속죄를 촉구하며 생명과 평화를 구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 기도와 고행을 통하여 생명과 평화를 위하여 행동하는 모든 이들과 뜻과 마음으로 하나되고자 합니다. 작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실천의 단순함과 굽힐 수 없는 신념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에게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농지조성 목적을 상실환 새만금 간척을 즉시 중단하고 대안을 모색하십시오. 노무현 대통령은 농지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새만금 간척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마땅히 갯벌을 다 죽이는 방조제 공사를 즉시 중단하고 대안을 찾는 일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낡은 가치관과 명분 잃은 논리에 집착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진정으로 마음을 돌리기를 염원합니다. 21세기에 걸맞는 미래지향적인 친환경 대통령이 되어주기를 거듭거듭 촉구합니다.

우리는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와 새만금 간척사업에서 깨끗이 물러설 것을 요구합니다. 지난 3월 14일 농림부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새만금 간척을 통해 농지조성은 포기하더라도 자신들이 주체가 되어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동시에 쌀 재배면적을 축소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소위 식량안보와 우량농지 확보를 위해 새만금 간척을 포기할수 없다고 주장하던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가 그렇게 한 순간에 자기말을 뒤엎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참으로 탄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직이기주의에 찌들고 한낱 건설업자요 땅 투기꾼으로 변해버린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에게 우리는 분명하게 요구합니다. 명분과 논리, 도덕성을 상실한 새만금 간척사업을 즉각 포기하십시오.

우리의 무기라면 그저 기도할 수 있는 마음과 고행할 수 있는 맨 몸입니다. 우리는 그 마음과 그 몸을 다 바쳐 생명의 소중함과 평화의 아름다움에 대해 계속해서 말할 것입니다. 길 위에 쓰러지고 더 이상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온다해도,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구하는 우리의 여정은 계속 될 것입니다.

2003년 3월 28일
새만금 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간절히 염원하며
새만금 갯벌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 참가 종교인 일동



*누구든지 삼보일배 수행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문의: 박인영 011-9873-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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