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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회 "부시도 이 뱃지를 차면 좋겠어요"

최인화( 1) 2003.03.15 19:46 추천:6

시끌벅적 우당탕쿵탕...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 마자 정신없이 뛰어 다니는 학생들. 입학 후 반년 후에 교복을 입는 1학년들은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구분도 가지 않는다.

이 아이들이 지난 14일부터 학교 전교생이 반전뱃지를 착용하기로 해, 지역 언론의 한 귀퉁이를 장식했던 그 반전 청소년들이라고?

의아해 하다 자세히 보니 해맑게 웃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교복 상의에 눈에 뜨이는 파란 뱃지들. 아! 바로 저게 그 반전뱃지로구나!!

"가운데의 지도는 분단이 없는 우리나라이구요. 왼쪽의 파란 땅은 이라크가 있는 서남아시아예요. 그 위에 평화의 비둘기가 생명을 상징하는 녹색 잎을 물고 감싸는 거죠"

뱃지 도안의 의미를 설명하는 서정이의 눈빛에 사뭇 진지함이 감돈다. 서정이는 작년 겨울 효순이 미선이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이리여고 언니들의 성명서를 읽고 "촛불시위에 직접 참가하지 못했지만 미국의 범죄를 이 두눈에 담아 두겠다"는 글을 써 주변을 감동시키기도 했던 중학교 3학년.

왼쪽) 반전 뱃지, 오른쪽) 도안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는 서정이와 미나. 미나는 No Touch World라는 단어를 뱃지에 넣은 장본인


뱃지도안을 공모한 후 '전쟁반대, 미국반대'라는 구호가 나와 평화보다는 반미의 의미가 더 커지지 않을까 선생님들이 부담스러워 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그만큼 분노했던 순수한 아이들은 전쟁을 일으키는 주범에게 '미국반대' 대신 'No Touch World'라는 표현으로 일침을 가했다.

"친구들에게 함께 반전 뱃지도 착용하자고 말하고 전쟁은 안된다고 인터넷에 글 올리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귀찮아 하는 친구들이 있을 땐 안타까워요"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동춘이는 1학년 어린 나이가 무색하게 이곳저곳 발로 뛰어 다닌다. 초기 아지트였던 관촌중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열심히 글을 남기고 있는 동춘이의 이름이 빼곡하다.

▲반전 뱃지는 관촌중 전교생에게는 물론 몇몇 선생님에게도 필수 착용품이 되었다
한국 정부가 이라크 지원병 파병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가 학생들의 반전 운동을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학생들과 함께 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형근 선생님은 "교사들도 함께 반전 뱃지를 착용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기특하다고 칭찬해주고 있다"며 학교의 협조적인 분위기를 설명해준다. 또 아이들에게 힘이되는 것은 전적으로 공감해주고 있고 응원의 메시지들도 보내주고 있는 학부모님들.

도덕시간에 미국과 이라크 전쟁에 대해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한 끝에 나온 뱃지 착용 아이디어. 임실의 조그만 학교에서 시작된 이 반전뱃지 운동은 이제 이리여고, 지원중학교, 전주 동암고 등 지역의 학교들에도 퍼져나가고 있다. 학생들 숫자에 맞춰서 뱃지를 주문했는데 뱃지를 구할 수 없겠냐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어서 추가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란다.

"전세계까지는 아니어도 전국적으로 이 뜻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반전뱃지착용 카페 No Touch World( http://cafe.daum.net/nowar5 )를 개설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인터뷰가 끝나고 교실을 둘러보니 방과후에도 남아서 분주하게 선전물을 만들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사진을 찍자고 얘기하니 아이들은 포즈를 잡고 힘있게 외친다.

"미국이 일으키는 전쟁반대, 전쟁을 일으키는 미국반대 !!!"

▲미국이 일으키는 전쟁반대! 전쟁을 일으키는 미국반대!



"국가에 의한 대량학살은 가장 큰 죄악"
관촌중 김형근 도덕 선생님 인터뷰

요즘 청와대 홈페이지에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글을 올리고 있는 아이들의 열성에 "학교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며 너스레 웃음짓는 김형근 선생님. 그러나 아이들의 반전뱃지운동을 알리기 위해 이곳저곳 언론사에 홍보하고 소식을 전하느라 쉬는 시간 쉴틈도 없을만큼 열성을 보이고 있는 분이 바로 이 선생님이다.

"이라크 전쟁을 막아야 다음으로 예견되는 한국에서의 전쟁을 막을 수 있고, 어린 아이들의 무고한 죽음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도덕을 가르치고 있는 김 선생님은 지금 이 운동이 아이들의 삶에서 체험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도덕교육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도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사랑입니다. 그리고 비도덕적인 것은 생명을 없애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전쟁으로 인한 대량학살만큼 큰 죄악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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