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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회 해외여행 다녀온 시의원들에게

편집팀( 1) 2003.02.10 10:48

지난달 14일 김제시의회의원들이 유럽(영국, 프랑스, 독일) 연수여행을 다녀왔다.

7박 8일간의 일정으로 초선의원 8명, 수행공무원 2명 모두 10명인데 올해 안에 재선의원들이 가는 것으로 되어 있고 이들의 소요경비가 수천만원에 이른다. 11명의 초선의원 중 3명은 유권자와의 공약이행이나 개인적인 사유로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원들의 해외연수가 합법적이라고 하는 규칙을 지난해 5월 김제시의회가 제정했는데 <김제시의회의원공무국외여행규칙>에 따른 것이다.

이 규칙의 제9조 3항에 '위원이 심사대상이 될 경우에는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부터 잘못되고 말았다.

심사를 하였다는 위원들 과반수가 전·현직의원이며 관내 대학교수 2명, 단체장 1명 총5명으로 구성되었었다. 말이 단체장이지 그 사람은 3선 의원을 지낸 사람이고 마땅히 참석해야 되는 일반시민의 몫은 아예 묵살해 버렸다.

심사과정에서도 심사대상이 심사위원으로 참석, 심사를 한 것인데 그런 행위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의회사무국도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과오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들을 뽑아준 유권자한테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그래도 고향 땅을 버리지 못하고 사는 시민으로서 시쳇말로 '뚜껑' 열리는 일이다.

논농업직불제 예산삭감으로 그렇지 않아도 촉수가 곤두서있는 터에 시의원들의 해외여행이 불거져 나왔기 때문에 이에 분개한 시민단체들이 원칙을 무시한 심사는 불법이라고 항의하는 서명운동과 1인 시위 등 강력하게 나오자 여론을 의식, 재심사를 하는 등 해프닝을 벌이기도 하였다.

심사위원을 개별 방문하여 찬반의사를 묻는 참으로 소아병적 발상을 실천(?)하는 모범을 보였다. 심하게 말해서 배꼽이 웃을 판국이다.

2002년도 해외여행경비를 어떻게든 쓰기 위해서 지난 연말경, 행정자치부에 질의까지 하는 뜨거운 열정을 발휘, 얻어낸 답은 '연말까지 여행사와 계약만 하고 내년(2003년) 2월까지 여행을 가면 된다'는 유래 없는 위대한 명답을 얻어내어 강행할 의지(?)를 더욱 굳혔고, 보란 듯이 12월 31일에 여행사와 계약을 하였다.

시의회는 2003년도 예산에도 3천만원이 넘게 책정해 놓은 상태이고 이번에 가지 않은 시의원은 2003년도 예산으로 갈 계획이다.

지난해 4대 의회개원 후 파행운영으로 시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준 시의회가 무슨 염치로 여행을 가겠다는 것인지 정말로 시민을 염두에 둔다면 반납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하고, 그 돈을 뜻깊은 일에 써야한다는 것이 많은 시민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시의장 선출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주류와 비주류간의 갈등으로 제대로 된 의정활동도 하지 못하고 감투싸움으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한 시의회가 '선진문물을 배워와서 봉사하겠다며 이해를 바란다'(문호용 의장의 말)지만 그걸 믿는 시민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김제시의회는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법 조항을 스스로 어기는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는데도 시민들에게 단 한마디 사과를 하지 않는다. '위원회 의결은 심사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법을 어기면서까지 그들이 공무국외여행을 강행한 것은 유권자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깡그리 무시해버린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들을 시의원으로 뽑아 줄 때는 이런 식으로 의정활동을 하라고 선택해 준 것이 절대 아니다. 이런 행동은 유권자를 배신하는 행동이 아니고 무엇인가. 김제에서 산다는 것이 서글프고 부끄러워 말을 못할 지경이다.

묻고 싶다. 시의원들의 해외연수가 합법적이라고 주장하는데 절차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명백하게 밝혀야 시의원 자질이 있지 않은가.

그간 시민들로부터 받은 눈총을 조금이라도 부끄럽게 여긴다면 유럽여행은 가지 않았어야 옳았다. 그랬더라면 4대 시의회가 출발부터 버그러졌다는데 일말의 책임을 느끼는 것으로 시민들은 받아들였을 것이다. 정말로 의회다운 의회로서 진정으로 신뢰받을 것이며 땅으로 추락한 명예를 회복하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법을 어기면서까지 강행한 이유가 남은 예산을 쓰지 않고는 못 견디는 중병을 앓는 탓인지 원. 해외연수여행을 가야만 시의원으로서 체면이 서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나. 눈곱만큼이라도 시민들 편에서 일을 한다면 그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유권자를 딛고서서 개인의 영달만을 생각한 어리석음의 산물이다. 지난 3대 때에 해외연수를 다녀와서 변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시민들의 말이다.

다음에는 그 사람의 낙선운동을 벌여야 되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번 사태를 자기성찰의 중요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뼈 깎는 자기반성 없이는 거듭나지 못할 것이고 유권자를 스스로 떠나는 커다란 아픔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런 시의원들한테 유권자는 등을 돌릴 것이고 배신을 한 시의원들에게 표를 절대로 주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다.

서해안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자나깨나 열망하고 낙후된 지역경제로 인하여 불안스러워하는 대다수의 시민.

나날이 줄어드는 인구. 무엇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고장이다.


- 박순여(김제시민센터 운영위원)
- 기사출처 : 김제시민의신문 ( http://gj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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