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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대명동, 개복동, 정읍, 장수 등 지난 몇 년간 유독 전북지역에서 수많은 성매매 화재참사 사건이 일어났다. 대형화재로 인해 드러나게 된 것은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유린과 경찰공무원들의 비리유착의혹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인권단체들은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성매매 화재참사의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을 위한 활동의 자리에서 꼭 얼굴을 볼 수 있는 한 여성활동가가 있다. 전북여성단체연합 산하 성매매인권지원센터 소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정미례 씨. 학생운동을 거쳐 현장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여성운동의 필요성을 실감하며 이 활동에 온몸을 투신하고 있는 정미례씨를 만나 활동내용과 새해의 소망을 들어 봤다.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정미례씨는 최근 발생한 장수 모 클럽 여종업원 화재참사 사건 해결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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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바쁘신 것 같은데 요즘 주로 하고 계시는 일은?
항상 그랬듯이 성매매피해 여성을 구조하고, 지원하고, 상담하고, 성매매방지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장수에서 화재사건이 발생해서 유가족들에게 도움을 주려 하고 있는데 실제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5일 발생한 장수 화재사건은 현재 명확한 책임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유가족들이 장수군청에 관계자 엄중처벌, 군의 도의적 책임시인과 유가족에 사과, 도의적 책임에 따른 군의 장례비용 협조, 유가족에 대한 위로금지급 등을 요구했으나 군청이 수용하지 않아 장례식도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 여성운동을 시작하게 된 과정과 어떻게 활동해오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서울에서 학생운동을 하다가 현장에서 노동운동을 했고, 결혼을 하고 나서 인청여성노동자회 활동을 하면서 여성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 전에는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한 활동을 했는데, 활동하면서 여성의 차별,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문제의식을 많이 느끼게 됐어요. 그리고 결혼 후에 불평등한 가족관계를 몸으로 느끼면서 (웃음), 이것을 해소하고 평등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지요.
그리고 97년에 남편이 군산 기아특수강에서 해고당하고 원직복직을 위한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군산으로 이사를 왔고 군산여성의전화 창립부터 같이 활동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인권국장으로 서울에서 잠시 활동을 했고 2001년에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1주기 추모식을 한 다음날 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를 개소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인권지원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2000년 대명동 화재참사2001년 개복동 화재참사
▼ 전북지역에서 특히 여러번의 화재참사와 이를 통해 드러난 감금, 납치 등의 인권유린의 문제가 실태가 성매매에 대한 문제의식을 확산시켰던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북지역에서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느냐"고 사람들이 물으면, 성매매 인권유린이 마치 전북지역에만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저는 그동안 곪고 곪았던 문제가 터져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북지역에서는 이런 것들에 대한 방비책이 부재하다보니 집중적으로 화재참사가 발생하는 것 같아요.
2000년 이후로 끊임없이 이런 사건이 발생하고 있어서 저희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데, 실제 상담을 해보면 정말 전북지역이 악명이 높습니다. 성매매 문제와 관련해서는 남성들의 성의식, 여성의 사회적 지위 등이 큰 영향을 미치는데 전북지역이 조금 여성의 지위가 낮은 편이고 성차별이 많다보니, 계속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성매매 문제는 발생된 사건의 단순한 해결이 아니라 우리사회에 뿌리깊이 박힌 성차별 문화를 극복해야만 같이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 정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대안을 주장하고 있나요?
우리의 대안은 큰 게 아닙니다. 관련 공무원, 경찰 공무원의 유착 등의 비리 문제 척결을 첫 번째 과제로 얘기하고 있고, 두 번째로는 범죄를 저지른 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 그리고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보호하며 사회가 이들에게 재활의 기회를 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일각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공창제 도입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치 공창제가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것처럼 일각에서는 주장하지만, 다른나라의 사례를 보았을 때에도 공창제를 통해 여성의 인권이 보호됐다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나라의 실정 때문에 규제주의를 채택하지만 채택한 나라도 스스로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공창제가 건강한 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성매매여성인권상담소가 작년에 개소했는데요. 현재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요?
지난해 여성부 발전기금을 받아 현장상담소를 만들었는데 전북지역에는 전주 선미촌 앞에 상담소가 있습니다. 상담소를 특별히 만든 이유는 우리나라는 성매매에 관한 법이 딱 하나, 윤락행위방지법이 있지만, 그 법에 따르면 성매매여성도 가해자로 규정되어 처벌받도록 돼 있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실제 피해 여성들을 구조할 수가 없는 거지요. 그래서 이 여성들에게 직접 다가가기 위한 상담소를 열은 겁니다.
상담소에서는 외국에서도 보편화된 방식인데, 매주 1회 길거리 상담을 정례화해서 성매매여성들을 직접 만나고 있구요. 여성에게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상담소를 알려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도와줄 곳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 실제 상담은 많이 들어오고 있나요?
2002년 개소한 이래로 상담건수가 900건이 넘었고 이중 구조한 여성이 30명이 넘습니다. 이 여성들에게 의료지원, 법률지원, 생계지원 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들이 새로운 길을 찾아 탈성매매에 성공할 수 있게 된 겁니다.

- 얼마전에 정읍윤락가를 탈출한 여성들에 대한 얘기도 언론에 크게 보도된 바가 있는데...
그 여성들도 우리가 준 홍보물을 보고 구조요청을 한 겁니다. 그러나 그 여성들을 우리 지역에서는 보호를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쉼터와 같은 재활할 수 있는 환경·조건이 마련돼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한계가 있어서 지속적인 상담을 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하고 연계해야만 하는 상황이죠. 이런 여성들 가운데 몇명은 현재 집으로 돌아가 새로 직업교육을 받고 있고 가끔 전화를 해서 안부도 전해주고 있습니다.

▼ 얼마전 장수화재 사건에 대해 언론들이 초반의 긍적적인 보도와 달리, "핸드폰 충전이 문제였다"며 화제예방대책을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요. 성매매에 대한 현재 언론들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언론은 기본적으로 관심사에 몰리게 되는데 성매매에 관해서는 애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 여성들의 삶을 관심있게 봐주고, 왜 그 숙소에서 살면서 비인간적으로 사망하게 됐는가의 문제를 파헤치는 것이 올바른 언론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사건 사고 중심의 1회성 보도는 문제가 있습니다. 애정을 갖고 깊이 있게 다뤄줬으면 좋겠습니다.

▲화재참사 규탄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미례 씨
▼ 이런 활동을 쭉 해오면서 같은 여성으로써 느끼는 심정은 어떤가요?
그동안 우리 사회는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게 됐다며 여성들을 비난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왔는데, 이 여성들에게 대안이 주어진다면 탈매매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상담하면서 얻은 결론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일할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해줘야 하고 여성들이 실수로 갔다고 하더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책이 주변에 마련돼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포기하게 되는 겁니다.
또 성 구매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가부장적이고 왜곡된 회식문화가 성행하며, 도시 자체가 유흥업소화 돼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대안을 찾는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 인터뷰를 볼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특히 우리 지역 분들과 얘기해보면 성매매 여성들과 자신의 가족을 분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사람이 내 동생, 주변의 친척이라는 가족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여성들에게 비난을 맞추지 않을 거예요. 이들이 다시 지역사회에 생산적인 일에 복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 해결할 수 있도록 함께 동참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또 이런 성매매 근절을 위한 활동이 정말 인권을 회복하고 건강한 사회로 나가는데 중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하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 올 한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연이어 화재사건이 나서, TV에서 화재소식이라도 나올라 치면 바짝 긴장하게 됩니다. 올 한해 화재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꾸준한 활동을 통해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돼서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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