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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공권력에 의한 성폭력 근절해야 한다"

김현상( 1) 2002.12.24 16:51 추천:2

26일 오후 1시 전북지방노동사무소. 쌀쌀한 한낮 바람 속에서 서미숙 씨는 피켙을 들고 있었다. '전북지방노동사무소의 공식 사과와 가해자의 징계 및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의 피켙이었다.

지역인권단체의 활동가인 서 씨는 지난달 27일 방용석 노동부장관 노동사무소 방문 당시 노동단체와 사회단체의 "노동자 생존 압살하는 경제특구법 철회"를 요구하며 면담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이던 중 노동사무소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사람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그리고 이어 밀어닥친 경찰병력에 밀려 질식할 뻔 했다.

곧바로 많은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 벌어진 어이없는 일에 서 씨는 가해자를 찾고 노동사무소로부터 정식 사과를 받으려 했지만 노동사무소는'우리 직원이 가해자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서씨의 요구를 외면할 뿐 한번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또 서씨는 경찰서에 수사를 요구했지만 담당자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사건이 겹쳐있어서 조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 한달 가까이 수사의 진척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진상 규명도 외면하는 노동사무소

이 날도 전주노동사무소 앞에서 1시간 지방경찰청 앞에서 1시간 1인시위를 벌였지만 관계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동안 인권단체 활동가로서, 피해를 입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많이 싸워봤어요. 그런데 정작 내가 피해를 입고 싸움을 하려니 생각만큼 쉽지 않네요. 나의 이런 저항이 저 사람들(노동사무소, 경찰)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동사무소의 외면과 경찰의 미온적인 수사로 사건이 해결될 길이 힘들어 보이는데 어떻게 혼자서 싸울 생각이냐는 질문에 서씨는 이렇게 말한다.

"물론 힘들지만 인권운동가로서의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이번과 같은 사건으로 또 다른 피해 여성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겁니다"

또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권력에 의한 성폭력 관련 자료를 샅샅히 뒤져봤다는 서씨는 "그 동안 집회 중 성폭력, 수사 중 성폭력 등 사례는 무수하게 많았는데 정작 찾으려 하니 딱히 정리된 자료가 없더군요. 이번에 싸우면서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라며 장기적인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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