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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나라 외통위 의원, 남경필에 강행처리 반대 문자 보내

김용욱(참세상)( newscham@newscham.net) 2011.11.03 10:53

한나라당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한 의원이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에게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하면 안된다는 문자를 보내는 장면이 <참세상> 카메라에 잡혔다.



문자를 작성하던 시각은 2일 오후 3시 31분께로 외통위 소회의실에서 남경필 위원장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전격 상정하면서 소회의실 테이블 위원장석 주변으로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이었다. 이 의원은 직사각형의 회의 테이블 위에서 남경필 위원장을 바라보며 계속 강행처리를 하지 말라는 압박을 가한 셈이다.

2일 오후 외통위 소회의실에서 남경필 위원장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전격 상정하면서 소회의실 테이블 위원장석 주변으로 여야가 대치하고 있다.

이 의원은 남경필 위원장에겐 3시 07분에 “14개 부수법안/ 본회의 모두 브레이크 걸리면 다 외통위 책임 됩니다. 하시면 안됩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는 그 이전엔 “위원장님 하시면 안됩니다”라며 외통위 강행처리 반대의사를 담은 문자를 보냈다.

또 외통위가 정회상태로 대치를 이어가던 3시 31분께엔 “일방 강행처리 하시면 돌이킬 수 없어요 산회하세요”라는 문자를 썼지만 보내지 않고 자신의 핸드폰 문자 보내기 창에 남겨 두었다. 이 의원이 마지막 문자를 보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의원은 회의 테이블에 앉아 있던 같은 당 구상찬 외통위 위원에게도 비슷한 내용으로 같은 시각에 문자를 보냈다. 그는 3시 07분에 구 의원에게 “14개 부수법안/ 본회의 모두 브레이크 걸리면 다 외통위 책임됩니다. 법사위도 벌써...단 절대하면 안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 전에도 남 위원장에게 보낸 것처럼 “이렇게 하시면 안돼요”라고 보냈다.

이 의원은 또 구상찬 의원에게도 “위원장이 이제 그만 해야... 쇼도 아니고...”라는 문자를 쓴 뒤 역시 보내지 않고 문자보내기 창에 남겨 두었다.


외통위 강행처리 시도, 본회의 직권상정 위한 명분?

이날 이 의원이 보낸 문자 내용은 사실상 본회의 직권상정으로 처리해야 부담이 덜하다는 뜻으로 읽혀 한나라당 의원들의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야당에선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면 강행처리를 하지 않겠다던 남경필 위원장이 외통위에서 강행처리를 하려는 제스쳐를 보이는 것을 두고 직권상정의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는 상황이었다.

남경필 위원장도 이날 오전 외통위를 점거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에게 “이렇게 벼랑 끝 전술을 쓰면 이게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 해라, 밟고 지나가라, 직권상정 하라’고 한나라당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선택하는 것밖에 남겨놓지 않는 것 아니냐”고 직권상정을 언급한 바 있다.


2일 오전 한미 FTA 비준안 상정을 막기 위해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출입구를 막고 있던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의 의자를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간이 강제로 빼내려다 김선동 의원이 중심을 잃고 의자와 함께 넘어지고 있다.[사진 : 노동과세계 이명익 기자]

한편 이날 외통위 충돌은 오전 9시 30분께부터 이어졌다. 이날 외통위는 외교통상부 소관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위해 오전 10시부터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외통위 소회의실과 전체회의장 입구에서 농성을 벌이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이 “예산안 심의가 끝나고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남경필 위원장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어 남경필 위원장이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이게 민주노동당의 민주주의냐”며 김 의원의 의자 아랫부분을 잡아당겨 김 의원이 뒤로 넘어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남경필 위원장이 계속 전체회의 개최를 시도하자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김선동, 강기갑 의원 등은 전체회의실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궜다.

의원들이 문을 걸어 잠그자 남경필 위원장은 전체회의실 열쇠를 가져오게 해 전체회의실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여야 간사끼리 예산안 심의 전체회의에서 비준동의안 처리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면 열어줄 수 없다고 버텼다.

남경필 위원장은 “이렇게 벼랑 끝 전술을 쓰면 이게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 해라, 밟고 지나가라, 직권상정 하라’고 한나라당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선택하는 것 밖에 남겨놓지 않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 위원장은 이어 “어제도, 그제도 물리적 충돌이 있으면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민주당과 민노당도 약속을 지켜라”고 촉구했다.

또 10시 50분께는 국회 경위 10여 명이 외통위 소회의실 등 회의장 주변에 배치돼 야당 보좌관들과 당직자들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남경필 위원장은 11시 40분께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이 예산안 심의를 막은 이유는 남경필 위원장이 이미 한 차례 약속을 어기고 비준동의안을 기습 상정해 처리하려고 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일 오전 외통위 전체회의실에 들어가려고 하는 남경필 위원장.

남 위원장은 지난 10월 25일 오전부터 열린 외통위 회의에서 통상절차법을 논의하고 통과시킨 뒤 오후 6시20분께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기습 상정해 처리 수순을 밟았다. 당시 유기준 한나라당 외통위 간사는 통상절차법 논의가 끝날 무렵 여당 위원들 자리를 돌아다니며 ‘오늘 통과시키자’고 의논을 하는 모습이 목격됐고, 남경필 위원장도 기습 상정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이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처리를 시도하는 데 강력 항의하자 남경필 위원장은 “이미 끝장토론을 통해 충분히 논의했다. 이제는 처리할 시점”이라고 강행처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몸싸움도 불사할 태세를 보이자 남 위원장은 처리를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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