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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거리를 수 놓았던 촛불이 돌아왔다. 3일 저녁 7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은 '한미FTA반대'를 외치는 5천 여명이 촛불을 밝혔다.


한미FTA범국본에서 주최한 '한미FTA저지 촛불문화제'에 수업을 마친 중고생들, 퇴근 한 직장인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이 대거 참석했다.저녁 7시, 오후 2시 한미FTA저지 범국민대회 참석자들과 시민들 2천 여명이 촛불문화제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5천 여명으로 불어났다.

2008년 촛불집회는 한미FTA 선결조건 중 하나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때문에 일어났다. 5천개의 촛불은 '광우병 쇠고기'라는 출입 관문을 지난 '한미FTA'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예상케 했다.

배우 맹봉학 씨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나오니 또 하나의 희망을 보는 것 같다. 2008년 촛불집회 할 때 나온 학생들에게 많이 부끄러워 이 자리에 나왔다. 촛불만 들지 않고 국회, 청와대를 점령하러 가자. 저는 연행도 각오하고 나왔다. 우리 모두가 연행되면 정부가 무너질 것이다.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해 참석자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촛불 재현되나? 촛불의 주역 여고생 대거 참석
"의료민영화, ISD, 역진방지조항 부당해"


교복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있던 학생들은 무대에 올라서도 당당했다. 강서구에 산다는 중학생은 "한참 시험 앞둔 애가 왜 이런곳에 오냐고 어른들은 말할거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옳고 그른것을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부 잘해도 정치와 경제가 썩어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공부 아무리 잘해도 (한미FTA 통과 후) 의료민영화 되면 치료도 못 받는다"고 말했다.

농촌에서 살고 있다는 최한얼 학생은 오후에 열린 범국민대회에도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농촌에 살고 있는데 한미FTA 때문에 고민이 많다. 쫄딱 망해서 갈데가 없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나와주셔서 고맙다. 왜 우리나라가 물부족국가인가 생각해보니 경찰들이 물대포 쏘아서 그런것 같다"며 경찰의 과잉 진압을 비판하기도 했다.

대학거부선언 투명 가방끈 모임에서 활동하는 장주성 씨는 "이 자리에 참석한 청소년들을 귀엽다고만 하지 말아달라. 한미FTA 저지 하기 위해 이 현장에 모인 동지로 봐 달라. 이 현장에 참석한 것도 공부"라며 "학생인권조례 도입해서 야자, 0교시도 막아내자. 대학 가야만 하는 사회도 함께 바꾸자"고 말했다.



학생들이 한미FTA를 잘 모르면서, 공부 하기 싫어 촛불집회에 참석한다는 보수언론의 말은 틀린 말이었다. 참석한 학생들은 의료민영화, ISD, 역진방지조항을 언급하며 한미FTA의 부당함을 알렸다.

인천 계양에서 왔다는 고등학생은 "엄마에게는 도서관 간다고 말하고 이 자리에 왔다"며 "돈 없는 사람들은 병원에 가지 못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 돈 많이 벌어 잘 살기 전에 죽을 것 같다. 한미FTA 너무 싫다"고 말했다.

중랑구서 온 이환 학생은 비위반제소 조항을 언급하며 "한미FTA의 심각성을 깨달은게 어제다. 트위터를 통해 소식을 알게됐다"며 "조중동이랑 공중파 방송사들 이 자리에 있으면 제대로 보도 해 달라"고 호소했다.

촛불을 들고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들 옆에 다가갔다. 어떻게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한미FTA 반대 하려고 왔죠"라며 주저없이 당당하게 말했다.

인천 부평에서 온 권 모 학생은 "중학교 때부터 한미FTA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 "친구들이 흘려 들을 때면 한미FTA 조항에 대해 공부해서 다시 또 이야기 한다"며 "설마 설마 했는데, 이제 코 앞까지 왔다"며 한미FTA 강행 처리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부천 상원고 이세정 학생은 "언론에서는 늘 연예인 사건사고 기사만 터트린다. 한미FTA 같은 문제를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며 언론의 보도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이 자리에 촛불을 밝힌 이들은 청소년 뿐만이 아니었다. 2008년 촛불집회에 적극 참석했던 소위 '유모차 부대'와 인터넷 패션 까페 회원들도 집단적으로 참석했다.


전업 주부라고 말한 이 모씨는 "친구들끼리 모이면 자식이 어느 학원이 좋다. 좋은 고등학교 가야 한다는 이야기만 한다. 너무 안타깝다"며 "이 자리에 나오지 않을 때는 주변 사람들한테 한미FTA 문제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 그래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희, "한미FTA 저지, 총선으로 심판하자"
"총선 심판론으로만 몰아간다고 해결 안돼" 비판적 목소리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의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한미FTA 벼랑같이 통과시킨다 했는데, 국회에 상정 시키지도 못했다. 우리가 이긴거 맞죠?"라는 발언에 참석자들은 환호성을 보냈다.

그는 "이것이 촛불과 민주주의의 힘이죠? 여러분 힘 덕분에 흔들렸던 야당이 함께 하나가 되었다"며 "국회에서 몸 싸움하면 시민들이 정치를 불신할까봐 두렵기다 했다. 한미FTA 막기 위해 몸 던진다면 까임방지권 정도는 주셔야죠?"라고 물었다.

이어 "정부부가 ISD만 없애면 야당이 통과시켜줄거라고 하는데, 아니다. 이것만 없어진다고 모든게 해결되지 않는다. 10개 재협상하고 19대 국회에서 제대로 된 국회의원 뽑아서 다시 재논의 하자"며 "내년 총선에서 한미FTA막는 야당 밀어주시죠. 그러면 야당 흔들리지 않는다"고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정희 의원의 발언에 우려를 보내는 목소리도 있었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한국종합예술학교 3학년 홍명교 씨는 "한미FTA에서 자꾸 내년 총선과 대선 심판 이런 얘기하지 말아달라. 그런 담론으로 투쟁 확대되기는 커녕 망한다"며 "다른 세계는 어떻게 가능한가, 왜 우리 자신이 저항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가 이야기 해야 한다"며 한미FTA 저지 싸움을 야권연대와 총선으로만 소급하려는 모습을 비판했다.

저녁 9시 20분경 촛불문화제는 마무리 됐다. 한미FTA범국본은 한미FTA 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4일 저녁 7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주말인 5일 저녁 7시에는 서울 시청광장에서 최근 들어 가장 큰 규모의 한미FTA 반대 촛불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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