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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이틀 후, 영등포역 안 - 어머니와 나

집에서 금지령이 내렸다. 아침과 저녁에는 아무것도 먹지 말라는 제일 무서운 언니의 불호령이 떨어진 것이다. 어머니는 더하신다. 나 못먹게 하려고 당신도 안드신다.

"엄마는 밥심으로 살아양게 그냥 드셔요..저 걱정 말고..."
"아녀. 아녀. 나도 살빼야혀...힘들어 죽겄어. 내가 이렇게 힘든디 너는 얼마나 힘들겄냐"
"하고미 너희 언니 와서 헐말 다헝게 속이 다 시원허다."


으윽 막내딸년 성질 날까봐 조심스레 말을 하던 어머니 언니 왔다간 이후로는 언니보다 더한다. 그러다 꾸욱 참다가 그만 화를 버럭 내버리고 방문을 잠궈버렸다...

"너 또 잠자려고 그러지? 긍게 살찌지.."

으윽 나의 인내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우리 어머니는 왜 갑자기 저렇게 심술쟁이가 되어버렸을까...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또 잠이 들었었다.....한참을 자다가...또 일어나서 심심해서 엄마한테 다시 갔다.

"엄마. 왜 여기있어"
"니가 나가라그랬잖아..."


그러고나서 안되겠다 싶어 내려갈 차비를 하고 6시 50분차니까 밥 좀 달라고 했다가 또 싸웠다. 결국 짐 싸들고 한줄에 천원하는 김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4시 50쯤 영등포역에 도착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구경하고 그래도 한시간이 안지나는 것이다. 엄마는 금새 자리를 잡아 앉으시고 난 무거운 김치통을 들고 서점에 들어가 책 한권을 사들고 옆에 앉았다.

5시 50분! 고시원에 있는 사람들 밥해줘야한다면서 자꾸만 가신다고 하신다. 1시간이나 남았는데 처음에는 말리다가 자꾸 가신다고 하셔서 그냥 가라고 하면서 쳐다보지도 않았더니 진짜 가신다. 순간 눈물이 주루룩~~~~~~(아, 나이가 몇살인데 눈물이 난단 말이냐..)

그리고 쪽팔려서 눈물을 닦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연두색 메론바가 발가벗은 채로 푹하고 나타난다. 아이고미 놀래라...이게 뭐야.... 뒤돌아보니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신다.

"안먹어 안먹는다니까"
"에이, 먹어라 시원허게 어. 얼렁 먹어. 이거 한개 먹는다고 살 찌는거 아닝게...어 얼렁 먹어라"
"싫어 엄마나 먹어.나는 안먹는다니까"
"에이 먹으랑게"


순간 사람들이 우리 둘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쪽팔려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마구 도망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왜그리도 많은지...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나가서 숨을 돌리려고 했더니 금새 어머니 또 내 눈앞에 나타나신다.

"먹어라..녹기 전에"
"엄마.(거의 울기 직전) 안먹는다니까...자꾸 왜이래."
"에이 먹어라..그만 화 풀고..."
"엄마. 나 실은 메론바 싫어한단말여....왜 그걸 사왔어...딴 걸로 바꿔와. "


그 소릴 들은 엄마 황당한 표정을 지으신다. 그러면서 혼자서 나 주시려고 한거 순식간에 다 드시고 나머지 하나를 먹으신다.. ^^* 하도 맛나게 드시는 모습에...

"엄마 나도 한 입 먹어볼게"

하고 순식간에 하나를 맛나게 먹어부렀다.

먹고나서 보니 우리는 사람들 표검하는 곳에서 둘이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서 그 실갱이를 다 한 것이다.

"엄마 나 다리 아프다 저기 자리가서 앉자"
"그래"


사람들 인나는 틈을 타 재빠르게 자리에 앉은 두 모녀......

"엄마 근데 간다면서 왜 다시 왔어?"
"그믄 딸년이 울고 있는디 놓고 가냐?"
"봤어?"
"엉"
"몰라. 그냥 눈물이 나왔어."


그리고 한시간 동안 딸은 어머니에게 기댄 채 차마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한다.

"엄마, 나 힘들어. 그 힘든 거 맘대로 표현 못해서 더 힘들어. "

그냥 마냥 힘들다고만 하면서 한숨을 쉬어대는 막내딸을 곁에 둔 어머니의 심정을 생각하려니 괜시리 방금 한말이 후회가 된다.

"근데 니가 어디 있든 그런 위기는 다 있어. 누구는 없겄냐. 다 똑같어. 그것이 현실이라 생각하고 니가 거기서 이겨낼려면 용기를 가져야 허지. 너 예전에는 누가 때려도 안쓰러지게 생겼더만 왜 그냐. 이상허네 우리 막내딸 "

여성으로서 이 험한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님을...... 그러면서도 자꾸 움츠려드는 딸에게 예전의 밝고 명랑한 모습을 찾으라 하신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든 당당하게 맞서라고 하시며 자신이 해결해주지 못함에 안타까워하시며 잠시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자기 품으로 왔으면 하는 바램도 비추신다.

표검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창살로 갈라진 창문 하나하나에 어머니가 나를 바라보는 보습이 박혀있다. 지하로 내려가면서 마지막까지 어머님의 그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하는 마음을 질질 끌고 기차에 올라탔다. 올라오는 기차에서도 그냥 맥없이 눈물이 흐르더니 내려가는 기차에서도 그렇다. 왜 매번 하지 않았음 하는 다짐들을 반복하게 되는지.......

어머니가 옆에 있었으면 이런 말을 했겠지.

" 우리 막내 딸. 그간 참 힘들었구나 "
"........"


한번도 꺼내지 못했던 말을 되뇌여본다.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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