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전라도와 경상도를 넘나들며 누이의 가슴처럼 포근하게 한반도를 감싸고 있는 섬진강. 진안 마령의 데미샘에서 시작되는 물줄기는 너른 들판보다 작은 마을을 휘감아 산굽이 돌고 논밭두렁 돌아 남도 오백리길을 얼싸절싸 어우르며 흐른다.

2001년 7월 건교부는 2011년까지 12개 지역에 댐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그중 가장 크게 우려되는 지역이 섬진강 상류(전북 순창군 적성면) 적성댐. 2002년 봄에도 적성면 오수천의 물줄기는 흠잡을데 없이 아름답지만 적성댐 건설논란으로 그리 힘차게 보이지 않았다.

봄기운 완연한 2003년 섬진강변 장구목(순창군 동계면)은 예년과 달리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하다. ‘적성댐 건설계획 취소’를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남도의 애환과 문화, 역사가 담겨 있는 섬진강 굽이굽이. 그곳 주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문화행사를 마련했다. 11일 늦은 12시부터 5시간동안 순창 동계면 구미리 장구목 특설무대에서 열릴 제2회 섬진강변음악회 ‘흘러라 섬진강’(주최 섬진문화제전위원회).

■ 장구목 찾아 오시는 길

광주·남원·전남·경상도
① 순창읍 → 남원 24번 국도 4.8킬로가면 삼거리 → 내월·인계방면 좌회전(우측에 '화탄매운탕' 간판이 크게보임) → 1.8킬로 가면 내월보건진료소 간판 → 다리를 두 개 건너며 1.8킬로 가다 보면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장구목'이라고 쓰인 콘크리트벽이 있음 → 장구목 방향으로 틀어 들어가면 10미터정도 지점에서 갈라지는 데 그때 아랫길로 내려감(비포장길) → 시속 40킬로미터 속도로 5분 정도 가면 이정표가 보임. 도왕마을과 입석마을로 갈리는 데 '입석마을'로 → 3분 정도 더 가면 나오는 강경마을 이정표와 구미교가 보임. 구미교를 건너서 → 2분 정도 들어감. 구미리 마을로 가는 길과 장구목으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보임→ 4킬로 외길로 가면 장구목
② 순창에서 전주 따라 가다보면 임실군에 닿고 강진면의 소재지에 이른다.
이곳에서 우회전하면 717번 지방도. 이 길을 따라가면 섬진강이 보이고 천담교가 나온다. 그 길을 통과하여 조금만 가면 언덕이 나오는데 그 오른편으로 장구목가든이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시멘트 포장이 된 이 길을 따라가면 섬진강이 오른편으로 펼쳐지고 오른편으로 구담 마을을 굽이쳐 1킬로 정도 내려가면 장구목 마을이 나온다.

충청·경기·서울·강원·전북
① 전주 → 순창 27번 국도 → 순창군 인계면 도서리 면사무소 앞 3거리에서 792번 지방도로 좌회전 → 계속 진행 →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장구목'이라고 씌인 벽이 있음 → 장구목 방향으로 틀어 들어가면 10미터정도 지점에서 갈라지는 데 그때 아랫길로 내려감 → 시속 40킬로미터 속도로 5분 정도 가면 이정표가 보임. 도왕마을과 입석마을로 갈리는 데 '입석마을'로 → 3분 정도 더 가면 나오는 강경마을 이정표와 구미교가 보임. 구미교를 건너서 → 2분 정도 들어감. 구미리 마을로 가는 길과 장구목으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보임 → 장구목
강가 오솔길에선 화가 송만규씨와 전영철 교수(상지대), 순창사진동우회 회원들이 준비한 회화사진전시회 ‘아! 섬진강’이 강변사람들의 애환을 담아 전시되고, 600년 남원 양씨 집성촌을 지켜낸 구미마을 주민들은 옛 정서를 되살리며 찹쌀떡메치기, 우리 콩두부 시식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 모인 사람들 모두 돌을 모아 ‘흐르는 두꺼비 강, 섬진강’을 상징하는 탑을 쌓는 퍼포먼스를 통해 자연과 삶터를 지켜나가는 의지를 모은다.

하이라이트는 시노래모임 나팔꽃 동인들이 이끄는 음악회. 창작음반‘흘러라 섬진강’ 수록곡을 중심으로 진행될 음악회에서 섬진강시인 김용택씨는 노래 사이사이 등장해 섬진강의 아름다움과 봄날의 자연을 이야기하고, 백창우·김원중·김현성·홍순관·이지상·이수진씨 등 나팔꽃 가수들은 섬진강의 영원함을 기원한다.

농민가수 오은미·윤애경씨와 전북여성농민노래단 '청보리사랑'은 ‘장구목에 가면’‘나눔의 약속’‘여럿이 함께 꿈꾸리라’ 등을 발표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돋우어낸다.

섬진강은 남도의 3개도 16개 시 군을 흐르는 강. 이날 공연에는 하류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어린이합창단 '아름나라'와 지역 통기타 자선노래패 '아름다운 세상' 등이 섬진강을 찾아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준다. 문의 063)653-6533.(임양호 011-761-5850 이광희 016-650-3143)






[리뷰]지난해 열린 제1회 섬진강 문화축제
문화축제 열린 섬진강 장구목 현장

▲작년 1회 섬진강변 음악회

‘섬’섬옥수 고운 물에 ‘진’심을 가득 담아 ‘강’물처럼 살아가려는 이들의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장구목에 이르는 길은 천가지 만가지 표정을 담은 바위들이 물위로 드러나 장관을 이룬다. 수만년 물기운에 씻긴 바위들은 온화한 자태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것은 세월의 흐름을 담은 지난 바위였고, 변화와 생성을 거듭해 나가야 하는 앞으로의 바위였으며, 박힌 자리에서 흐르고 출렁거리는 지금의 바위다.

봄은 봄비로 익어간다. 처음엔 차갑고 그 다음엔 점점 따뜻해진다. 그러다 보면 촉촉한 느낌만 남는다. 나무는 그 촉촉함으로 목을 적셔 켜켜이 싱싱한 물이 오르고 태양을 향해 발돋움하는 떡잎도 힘이 생긴다.

기상대 예보는 늦은 저녁까지 폭우가 쏟아진다고 했다. 천둥번개에 산짐승이 움찔하고 4월 봄날이지만 난방지수를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이 비에 섬진강문화축제를 잠시 미룬다해도 누구하나 흉볼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알음알음 확인한 이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비 내린다고 섬진강댐 건설을 안 한다고 허드냐?”

두 번째 섬진강문화축제가 한창인 섬진강 상류 장구목 일대는 폭우에도 그리 질척거리지 않았다. 트럭 두 대에 천막을 씌운 무대와 온통 비옷을 걸쳐 입은 출연자와 객석, 이 정도 비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은 ‘겁나게’ 많았다.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순천… 곳곳에서 ‘저무는 섬진강 따라가며’ 보려는 사람들. 모두들 그저 질퍽하니 앉아 ‘봄이 오는 섬진강, 섬진강은 흐르고 싶다’는 물살이 시키는 대로 웃음과 진지함을 머금고 있었다.

섬진강 울린 '흙피리' 한태주군

오카리나는 찰흙이나 사기로 만든 비둘기 모양의 서양식 피리. 섬진강 문화축제에서 이 흙피리를 연주해 눈길을 모은 한태주군(16·경남 하동)은 오카리나라는 서양식 이름보다 유일하게 흙으로 만든 악기라며 흙피리라고 불러주기를 희망한다.

태주는 두 번째 섬진강 문화축제에서 자신이 직접 작곡을 한 ‘고구려의 벽화 수렵도’와 ‘바람’을 연주했다. 벽화 ‘수렵도’를 본 뒤 느낀 웅장한 기운을 담았고 ‘바람’은 바람이 불 때 들리는 여러 소리들을 테마로 흙피리로 흉내 내본 노래란다.

자연을 재료로 만들어진 오카리나처럼 태주군의 삶도 자연을 닮아있다. 비단 초롱한 눈망울이나 아무렇게나 뒤로 묶어 맨 긴 머리 때문만은 아니다.

학교를 다녔으면 중학교 3학년이었을 태주군은 “학교에서 받는 수업보다 집에서 음악 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태주는 한문이나 영어는 부모님들과 함께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물론 태주의 가장 큰 지원자는 부모님이다.

강가나 산에 올라 택견을 하거나 오카리나를 부는 것이 그의 주생활이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래는 ‘지리산’‘생명의 강’‘아! 천지’‘물놀이’ 등 상당수. 모두 자신이 작곡을 했다. 악보를 먼저 그리기보다 대상에 대한 느낌을 생각하며 자주 불다보면 자연스럽게 음이 연결된다고 했다.

태주는 흙피리뿐 아니라 다른 악기를 더 배워 음역을 넓힐 계획이다. 그런후에 이어낼 소망은 따로 있다. 세계적인 흙피리연주가로 우뚝 서는 것.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흙피리의 힘차면서도 구슬프고 우아하면서도 소박한 이 매력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다.
강가 바위 틈틈이 깊이 박혀드는 떠돌이 음유시인 한치영씨와 아들 태주군의 오카리나 연주의 아련한 음색이 이 곡의 서정성을 증폭시키면 이어 ‘청보리 사랑’의 노래공연, 예술집단 ‘오름’의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시인 김용택, 안도현, 박남준은 무대 곳곳을 기웃하며 반가운 이들과 눈을 맞춘다. 가수 김원중은 오랜만에 ‘바위섬’을 부르며 장구목 듬성한 댓돌에 힘을 주고 김현성과 이지상도 자신의 노래로 한껏 흥을 더한다.

예정에도 없던 노래 ‘딱새’가 섬진강 아이들 창우·동우의 음성으로 불려지고 ‘아빠가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달라’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천년만년 후손들이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게 해달라’는 김나무군(동계초등6년)과 양수연양(동계초등6년)의 시낭송이나 여성농민회의 ‘섬진강 삼행시 짓기’는 참여한 이들 모두에게 반가운 메시지를 전했다.

무대뒤편은 아이들 차지. 아이들도 봄비를 맞으며 봄을 즐긴다. 모처럼 마실나온 아이들은 오망졸망한 손으로 흙탕물을 첨벙거리면서도 연신 웃어댄다. 공연은 나몰라라 하고 또래들과 물수제비뜨기에 온통 정신이 빠져 돌멩이가 수면으로 날아가듯 튕겨 가는 모습에 신기해한다.

비는 모처럼 흠씬 내렸지만, 그 비에 장구목 오강바위 근처에 자운영도 지천으로 피어났지만, 이곳 사람들의 갈증은 채 풀리지 않았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 울컥거리는 생명의 뜨거운 소리를 크게 내지르기도 했지만, 때론 슬그머니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이들이 말하는 섬진강댐 반대의 목소리는 아직도 더 많은 울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섬진강을 지키는 일이 이젠 남의 일 같지 않다. 최소한 섬진강가에서 그들의 울림을 들었던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