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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대한민국에서 농부로 산다는 것은

이민영( 1) 2003.05.09 17:17 추천:1

오늘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 감사가 나왔다. 도에서 왔대나 어쨌대나. 난, 뭐 나와 별 상관없는 일이라 멀찌감치 눈치살피고 있는데 뭔가로 말이 많다.

'또, 뭐래' '그렇게 잘하믄 지가 하지' 등등의 짜증으로 듣고 있는데 사무실에서 영농사업을 담당하시는 분의 경력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 사무실에서 표고사업을 주로 하는 영농사업단을 운영하는데 지역에서 쭉 농사를 지으며 농민회 활동도 열심히 했고 표고사업에 대한 경험까지. 우리 사무실에서 운영하는 영농사업단은 표고버섯을 중심으로 약간의 밭농사를 짓고 있는 사업단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자들의 자활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그분의 경험으로는 영농사업단의 담당으로는 거의 최적임자인 것 같았는데 문제는 그분의 농사경험을 경력으로 인정할 수 없고 그래서 임금지급을 위한 직급인가 호봉인가와 맞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덧붙이는 말은 더 가관인데 “농사를 경력으로 인정하면 놀고먹는 백수들 다....” 대한민국에서 농사 짓는 것은 놀고 먹는 백수와 다를바 없고 하등의 경험이나 능력도 없고 인정할 수도 없다는 결론이다.

순간 눈이 뜨거워지고 안면 근육이 실룩거리는 것을 진정할 수 없다.

농사군이 어디가서 펜대 굴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학자로서, 공무원으로서의 경력을 인정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농사군으로서의 경력과 경험을 인정하겠다는 것인데 토지대장도 안되고 수매 기록도 안되고 버섯판매 기록도 자신있게 “안된다”니 농사군의 자식으로 아내로 살고 있고 앞으로 농사군으로 살 계획을 갖고 있는 나는 흥분을 가라앉힐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농사군으로 산다는 것은 놀고 먹는 백수와 다를바 없다. 전라북도 한 감사실 공무원의 말을 빌어본다면.



* 오해 없으시길 간절히 바라며. 실업자를 무시하거나 욕 보이고자 함이 절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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