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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러분이 희망입니다"

한선남( 1) 2003.04.15 21:06 추천:1

짤랑~ 주머니에 800원. 내 전 재산이다. 차비를 아끼려고 학교에서 집까지 한시간 정도 걸어 온 것이 무리가 되었는지 아침 수업이 있는데도 집에서 미적미적거렸다. 늦은 아침을 먹고 주섬주섬옷을 입고 집을 나왔다. 날씨가 무척이나 좋았다. 그대로 그냥 걷기 시작했다. 집에서 학교쪽으로 걸어가다가 한 선배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어디가니?" "예?.... 그냥 수업받기 싫어서..." "그러면 나랑같이 삼보일배하는데 가자" "네.."

선배의 차에 훌쩍 올라타 복잡한 전주 시내를 빠져 나와 삼례쪽으로 갔다. 봄은 훌쩍 지나가고 어느새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유난히 따가운 햇빛과 총 천연색으로 변한 나무와 들판의 꽃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면서 한참을 갔다.

저멀리... 보인다... 노란색 깃발과 걷고 서기를 반복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앞으로 뜨거운 아스팔트에 자신의 몸을 누이고 있는 사람들..

얼마 전에도 삼보일배를 이틀정도(사실은 그 중에도 몇시간만 걷기)했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찾은 삼보일배... 유난히 더운 날씨 였지만 수행자들은 처음 삼보일배에 함께 했을때보다 더 힘차게 진행하고 있는것 같았다. 그 뒤를 걷기 시작했다. 한여름같은 날씨로 아스팔트는 정말로 뜨거웠다.

조금밖에 걷지 않았는데도 숨이 막힐것 같았다. '조금만 걸어도 힘이 드는데... 지금까지 21일동안이나 이 일을 한 사람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수행자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찡해졌다. 그러면서도 힘든 내색도 하지 않는 수행자들...

그렇게 몇시간을 걸었을까.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삼례역에 도착해서 기념사진을 찍고 만난 저녁도 먹고 삼례에서 전주로 오는 기차를 탔다. 20분정도의 짧은 시간동안 나는 무엇이 그리 피곤했었는지 졸다가 부랴부랴 전주역에서 내렸다.

삼례에서 전주로 오면 그동안의 길보다 더 힘든 길들이 이어질 것이다. 아스팔트로만 이루어진 차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그 거리를 걷고 절하면서 가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냥 걷는것도 무척이나 힘이 들텐데...

하지만 그 수행자들은 이미 힘듦을 초월한 것 같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정말 불가능하리라 생각했었던 일들을 그들은 몸으로 해내고 있는것이 아닌가! 정말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도 세상은 살만한 곳 이라고 하는가 보다.

삼보일배를 수행하고 있는 모든 분들께 "당신들이 바로 희망입니다." 라고 큰소리로 이야기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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