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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과 평화를 외치는 절절한 구호와 시낭송으로 종묘거리를 메웠던 한국의 작가들이 ‘전쟁은 신을 생각하게 한다’(화남刊)는 책을 펴냈다.

국내 문인 122명의 시, 소설, 산문, 현장통신, 동시, 동화, 평론, 소설 등을 통해 반전평화의 염원과 파병반대의 목소리를 담아낸 반전평화문학 모음집이다. 전쟁피해 당사국인 이라크 시인들의 마음과 고뇌를 담은 ‘이라크 대표시인 5인선’을 특집으로 꾸몄다.

480쪽 규모인 이 책은 이라크 민간인 피해참상에 대한 생생한 사진 자료가 문학작품과 함께 실려 있어 더 눈길을 끈다.

참여작가중 이 지역 출신은 19명. 고은 최형 최승호 김용택 유종화 박진관 박영근 최자웅 강형철 박관서 박남준 안도현 손세실리아 정우영씨등 시인 14명과 동시를 쓰는 김은영씨, 소설가 정도상 최종수 김지우씨, 평론가 고영직씨 등이다.

특히 안도현의 시 ‘드디어 미쳤다’는 더 이상 말이 필요하지 않은 전쟁의 부도덕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제 여인의 허리를 껴안던 팔로/ 남의 여인의 허리를 쏘려고 조준을 한다// 제 딸아이의 볼을 쓰다듬던 손으로/ 남의 딸아이의 볼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제 아들의 발등 앞에 축구공을 차주던 발로/ 남의 아들의 발등을 짓뭉개는 탱크를 운전한다/(중략) // 드디어 미쳤다……// 제 집의 개는 사람보다 더 사랑하고/ 남의 집의 사람은 개보다 더 증오한다’

또 김지우씨가 발표한 단편소설 ‘해피 버쓰데이 투 유’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에서의 원정출산을 심도 있게 그려낸 역작. 또 고영직씨의 평론 ‘한국 반미문학사 서설’은 국내 비평의 미개척공간인 반미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꼼꼼히 돌아보며 내일을 조망한 글로 주목을 모은다.

이 책에는 ‘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과 잇따른 ‘촛불시위’에 대해 쓴 시들도 담겨있다.

촛불의 현재 의미는 희생되고 있는 이라크를 위한 추모도 해당되는 것. 때문에 반전평화의 염원을 한데 모은 이 책은 도덕성을 상실한 자본주의와 미국의 ‘무한궤도 질주’에 대한 양심의 저항으로 읽힌다.

이라크 전쟁 발발 직전 바그다드로 향한 박노해 시인의 전쟁의 상흔으로 뒤덮인 현지 소식과 9·11테러 1주년을 맞아 미국 뉴욕 현지의 표정을 취재한 공광규 시인의 르포는 오늘날 미국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라크 시인들의 눈을 통해 전쟁이 이라크 국민들에게 안긴 상처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특히 압둘 와합 알 바야티는 자신의 시를 통해 ‘우리가 왜, 주여!/조국도 없이, 사랑도 없이/죽어간다/두려움 속에서 죽어간다’(‘우리는 왜 유랑지에 있나’부문)전쟁의 무자비함과 참혹함, 전장에 무방비로 내던져진 민간인들의 비극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제목: 전쟁은 힘들어
작가: 둔야 미카일(이라크)

전쟁은
얼마나 심각하며
활력적이고
교묘한지!

아침 일찍
그건 사이렌을 깨우고
앰뷸런스를 사방으로 보내고
시체들을 공중에 흔들고
부상자들에게 미끄러지듯 다가간다.
어머니들의 눈에서 비를 내리게 하고
땅을 파고
잔해들 아래서 많은 것들을 삽으로 퍼낸다.
어떤 것은 생명이 없는 반짝이는 것
다른 것들은 창백하지만 맥박이 뛰고 있다.

그건 하늘에
미사일과 폭탄을 쏘아올려
아이들의 마음에
더 많은 질문을 불러일으키고
신을 생각하게 한다.

그건 들판에 지뢰들을 심고
구멍들과 에어포켓들을 수확하고
가족들에게 이주를 촉구하고
악마의 저주는
성직자들과 남아 있다.
(그건 손이 불타고 있는 불행한 이에게 상처를 입힌다.)

전쟁은 밤낮없이 무자비해.
그건 독재자들에게 긴 연설을 하도록 만들고
장군들에게 훈장을 주고
시인들에게 소재를 제공한다.

그건 인공 수족(手足) 산업에 기여하고
파리들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역사책에 페이지를 더해주고
희생자와 살인자들을 동등하게 만들고
연인들에게 편지쓰기를 가르치고
소녀들에게 기다림을 훈련시키고
신문들에 이야기들과 사진들을 채우고
해마다 축하를 위해 드럼을 치게 만들고
고아들을 위해 새로운 집들을 짓게 하고
관 제작자들을 매우 바쁘게 만들고
무덤파는 이들의 어깨를 두드리고
지도자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전쟁은 힘들어.
어느 누구도
그걸 칭송하지 않아.



* 이 기사는 전북일보 문화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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