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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고창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이앙기 관리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단 몇 시간의 교육이었지만 기계와 거리감이 있는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 트렉터 교육에 많은 기대를 했었다.

이번 교육은 김제 농민교육원에서 2월 24일~25일 1박 2일로 진행되었지만 아이들이 어린 나로서는 이틀을 집에서 다닐 수밖에 없었다. 고창에서 교육원이 위치한 김제까지는 자가용으로 1시간 30분이나 걸렸지만 교육내용에 기대를 하였던지라 그 정도의 수고는 감수하였던 것이다.

실제 활용에는 도움안되는 겉핥기식 교육

그런데 이번 교육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첫날은 농기계 안전관리와 교통안전운행, 트렉터 점검정비, 조정이론을 교육하였고, 둘째 날은 운전 조작요령, 경운작업요령, 트레일러 운전을 교육했다. 교육 프로그램은 좋아 보였으나 실상 교육내용은 매우 미흡하였다.

교통안전운전의 경우 트렉터나 농기계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일반 차량의 몇몇 사고평가가 전부였고, 트렉터 점검정비에 대해선 깨끗이 씻어서 기름칠하고 눈비 안 맞게 보관하라는 등의 상식적인 내용이 전부였다.

둘째 날의 운전조작, 작업요령 시간엔 교육장 마당에서 트렉터를 끌고 뱅글뱅글 도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20여명의 교육생이 2개 조로 나뉘어서 실습을 했는데 경운 작업이나 트레일러는 구경도 못했다.

참가자의 절반 정도는 트렉터나 콤바인, 이앙기, 관리기 등 농기계의 일부를 운전해 보았고 작업을 한 경험자도 있었다. 나 또한 작업은 해보지 못했지만 도로주행 정도는 할 수 있었기에 운전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양보하고 하루종일 구경만 했다.

기간도 짧고 기초반이긴 하지만 교육생의 수준에 맞게 조를 나누고 각자 가정에 돌아가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 되지 못해 못내 아쉽기만 했다.

참가자의 연령대는 대부분 30-40대였는데, 그 중 60이 훨씬 넘은 할머니 한 분은 적고 물어가며 열심이었고, 나처럼 자발적으로 교육에 참여한 사람도 있었지만 어떤 젊은 새댁은 면사무소의 권고에 마지못해 왔다고도 하고, 자동차 운전에 도움이 될까해서 참여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자들이 농기계 부리면 남자들이 한량이 된다?

그러나 교육에 참가한 모든 여성농민들은 기계화된 농작업의 현실에서 남자들에게만 의존하는 불편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콤바인 작업이나 이앙작업시 남자들은 기계를 부리고 여자들은 모판을 옮기고, 가장자리를 정리하고, 움직이는 콤바인에서 나락을 마대에 받아 내리는 일 등 힘없으면 하지 못하는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교육을 받는 도중 강사 한 분이 여자들이 농기계를 부리면 남자들이 한량이 되니 어쩌니 하면서 그저 기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고장인지 아니지 정도만 알면 되지 않겠냐는 말을 하였다. 비록 농담섞인 말일지라도 여성농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강사의 이런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기계를 부리던 남자들이 없이는 농촌에서 버티기 힘든 불안한 현실에서 완전한 농민으로 살고픈 여성농민들에게 좀 더 질 높은 교육의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 기정훈 / 고창 여성농민회 회원
- [전북여성농민회 회원통신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http://jbyeonong.in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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