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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My Songs are Stronger than tanks

편집팀( 1) 2003.04.07 12:58 추천:2

진실은 우리를 행동하게 만든다. 테오도라키스는 음악으로 행동했다. 쉼없이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상상속에서 그것들을 조합하고 긴 망명에서 벗어나면, 섬에서의 감옥생활에서 놓여나면, 군 수용소의 강제노동에서 풀려나면, 그 조각난 음표들을 오선지에 옮겼다.


- 배경음악 : [Love Theme form Phaedra]
- 관련기사 : [영원한 그리스인 조르바 : 미키스 테오도라키스(1)]


무자비한 고통이 따르지 않았다면 테오도라키스의 음악엔 울림이 없.을.지.도. 모....른....다.....라고 얘기한다면 내게 돌이 날아올지도 모르겠다. (아얏 !) 그러나 돌바닥위에서 차가운 공기를 이불삼아 고통스런 잠을 청하는 동안에도 테오도라키스는 줄기차게 민중을 위한 음악을 꿈꿨다. 포기의 미학에 즐거이 동참하는 나는, 달콤한 굴복에 어느새 길들여진 나는 때때로 그런 사람들의 정신이 무서워진다.

'미키스 테오도라키스'라는 이름앞에서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만을 떠올린다면 그는 무척 슬퍼할 것이다. 1,000여곡이 넘는 민중 가곡 외에도 교향곡 7곡, 2곡의 발레곡, 2곡의 대작 오라토리오, 4개의 오페라를 남겼다면 당신은 엄청 놀라겠지? 정통 클래식 작곡가였지만 대중예술을 폄하하지 않았던 사람. 그래서 늘 대중들의 입을 통해 허밍으로 읊어지는 선율을 만들어내고 싶어 했던 사람.

유럽의 근 현대사에서 가장 치열한 내전과 쿠데타, 그리고 무자비한 폭력과 억압이 있었던 땅 그리스는 그를 투쟁가로 길러냈다. 빅토르 하라처럼 그의 총알 역시 노래였다. '젊은 우체부의 죽음'으로 유명한 동료 작곡가 하지다키스와 함께 비극적인 그리스의 현대사 중심에 서서 독재에 항거했던 테오도라키스.

그의 삶을 재미없게 정리해보면 이렇다. (그는 아직 살아있다)


청년기(1937-1943) 학습기(1943-1954) 성숙기(1954-1960) 원류회귀기(1960-1967) 애국전선기(1967-1974) 대화탐색기(1974-1980) 교향악적차원기(1980-1985) 우주적차원기(1985-현재)


이 얼마나 따분한 이력인가, 그러나 테오도라키스의 삶은 이렇게 정리될 수밖에 없단다. 정신의 원류인 그리스로 돌아가 진정한 그리스 음악인으로 남은 시기, 이른바 원류회귀기에는 에피타피오스를 비롯해 영화음악 〈그리스인 조르바〉를 남겼고 파시스트 Junta가 정치적인 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1967년에는 은둔해서 애국당을 결성하기도 했다.

군부는 급기야 음악을 듣고 연주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13호 군사칙령을 발포했고 테오도라키스는 스스로 체포되어 구금된다. 국제적인 연대운동으로 석방되는 테오도라키스, 1970년엔 국외추방령으로 망명생활에 오른다. 이 때가 바로 애국전선기이며 수많은 연작가곡과 오라토리오, 그리고 영화음악 〈Z〉가 만들어진 때다.

그러나 이 시기에 만들어진 가장 감동적인 작품은 아마도 오라토리오 칸토 제네랄이 아닐까.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의 시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일 이 작품에 테오도라키스는 절절한 멜로디를 덧씌웠다. 칠레의 군부독재에게 대항하다 이탈리아로 망명을 떠나 오랫동안 망명자 생활을 해야했던 네루다와, 지중해 언저리에서 그리움과 분노의 시선으로 조국 그리스를 바라봤을 테오도라키스.

두 사람은 칸토 제네랄을 통해 진정한 자유의 투사로 만난다. 팝스갤러리를 통해 호엘 페리의 인디언 플룻 연주로 흘렀던 '자유의 투사'는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나는 상상한다. 지금 자유의 투사 테오도라키스는 지중해 어디쯤에 머물 거야. 창이 넓고 빛이 많이 들어오는 집에 홀로. 마노스 하지타키스를 들을지도 모르구. 오래된 나무냄새가 나는 탁자에 어지럽게 놓여있는 종이들을 들추다가 아마도 오선지 한 장쯤을 놓치겠지? 바람에 실려 간 오선지를 따라 테오도라키스는 몇 발 걸어 나올테고 갑자기 고개를 들어 지중해 하얀 햇살을 눈부셔 할거야. 그리고는 생각하겠지. 순간 저 햇살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다고.

자유의 투사는 곧 우리 곁을 떠날 것이다. 그때 부주키 하나 얻어 그의 노래를 연주해주고 싶다. 그러나 아직 그를 떠나보낼 준비가 안 된 세상에 우린 살고 있다. 세상은 지금 어느 때보다 더 절박하게 자유의 투사를 갈구하고 있다. 테오도라키스는 지금 죽을 수 없다.


- 박지원 / 원음방송 팝스갤러리(FM97.9MHZ 밤 12시~2시) PD
- 이 글은 노동자의 집 소식지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에도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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