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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전주시청 강당에 2백43송이의 노란 산수유가 피었다.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 자원봉사자로 최종 합격한 243명이 ‘JIFF를 부탁해’라는 이름으로 첫 모임을 갖고 전체교육 시간을 마련한 것.

오후 2시, 지난 해 영화제 자봉들의 활동을 담은 영상물 상영으로 시작된 이날 교육은 민병록 집행위원장의 환영사와 김은희·정수완 프로그래머의 2003영화제 프로그램 설명으로 이어졌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자원봉사자는 영화제의 얼굴이 아니라 활짝 핀 꽃”이라며 “꽃이 향기를 전하듯 자원봉사자들의 따스함과 밝은 미소가 국내·외로 널리 퍼져 영화제가 한층 더 성장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낮은 목소리1·2’(1994·1997)와 ‘밀애’(2002)의 변영주 감독이 무대에 선 소양교육 시간.

변감독은 “50년대 영화제작의 본 고장이었던 전주의 역사적인 배경이 영화제를 탄생시킨 것 같다”며 타고난 재치와 입담으로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단지 영화제 기간뿐만이 아니라 언제나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 영화제 식구가 된 자원봉사자 중에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눈에 띈다.

서하나(23)·정하영씨(23)는 영화제 역사를 온 몸으로 체험한 4년 연속 합격자다. 부산에서 온 최영애씨(61)와 강부금(23)·신아름씨(22)는 3년 연속 합격자.

할머니(곽두순·73)와 손자(이경로·19)가 함께 선발돼 관심을 끌었고, 현직 교장인 박재근씨(62·임실 성수초교)와 전직 교장인 신진탁씨(67·前전주 금암초교) 등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할머니의 활동도 기대된다.

영화제 조직위는 다음 달 12일까지 각 팀별 세부교육을 실시한 후 4월 19일 전주 덕진예술회관에서 발대식을 갖는다.

영화제 자봉 곽두순씨 "손자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작년 소리축제에서는 아들(이희관·47)과 함께 자원봉사를 했고, 손자도 1일 자원봉사를 했어. 이번에는 손자랑 함께 하니까 더 좋아.”

3월 8일 전주시청 강당에서 열린 2003전주국제영화제 자원봉사자 전체교육 현장. 올해 최고령·최연소 자봉인 곽두순 할머니(73)와 이경로군(19)의 관계는 특별하다.

경로군은 곽할머니의 장손. 할머니와 손자다. 지금까지 형제나 자매, 알고 보니 사촌 등 친인척관계는 있었지만 할머니와 손자의 동반합격은 처음이다.

“경쟁률이 심해서 두 사람 다 될 줄은 몰랐는데…. 라이벌이었거든.”

할머니는 우편으로, 손자는 인터넷을 통해 지원했다. “접수한 사실을 알면서 경쟁자가 됐고 합격 후 다시 동반자”가 됐다.

이번 영화제 자봉을 경험하면 곽두순 할머니는 자원봉사 매니아의 길에 접어든다. 무역회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전주세계소리축제 1·2회와 2002월드컵대회, 아시아·태평양 컬링선수권대회 등에서 일본어 통역과 안내 등을 맡아 봉사 활동을 했던 것.

지난해 전북 통·번역회에서 실시한 외국어경시대회에서 일본어부문 장려상을 수상한 실력이지만 매주 자원봉사센터에서 일본어 통역교육을 받고 있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올해 전남대 경영정보학부에 입학한 새내기 대학생인 손자의 영화제 도전은 할머니·아버지를 따라 지난해 소리축제 일일자원봉사 활동에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그때 주차관리를 했는데, 관객들이 격려해주시는 말씀이 저에게는 여태껏 맛보지 못했던 큰 보람이었죠.”

두 사람 모두 영화제 자원봉사는 처음. 할머니는 안내팀, 손자는 홍보팀에서 활동한다.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입을 맞추는 할머니와 손자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자원봉사 활동을 꾸준히 할 계획이라며 햇살보다 더 밝은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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