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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생활] 꿈에 대한 상상

여은정( 1) 2003.02.24 11:49 추천:6

"시작이 가장 중요했다. 거리나 시간, 자세 등 다른 어떤 것도 그 시점에서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 것의 초점은 시작과 지속하는 것에 있었다.

이젠 마음이 약해지지 않도록, 흔들리지 않도록 그리고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했다.

참아야 한다. 참아내자. 다시 한 번 참아내자. 그리고 계속하자.
며칠이 지나 나는 눈에 띄게 발전하게 되었다.

달리는 중 씩씩거리는 거친 숨소리도 사라지게 되었다. 가면 갈수록 내 몸에서 느껴지는 것이 완전하게 달라졌다. 달리기를 한 후 샤워를 끝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기분좋게 일어났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항상 충만한 상태에 있게 됐다."

- 요쉬카 피셔 <나는 달린다> 중에서


길고 지루한 겨울은 싫다고 그 중에서도 2월은 너무나 춥고 심난해서 얼른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고 한 남자가 말한다.

물론 나도 동감한다. 추워서 자전거 타기도 싫고, 아침에 방바닥에서 몸을 떼기가 쌀 한가마니 드는 것 보다도 힘들게 느껴진다.
에구 에구 귀찮아라....

봄이 오려고 하니 그래도 여기 저기서 새롭게 뭔가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긴다. 나이 사십에 운동을 하는데 기동력이 있어야 제대로 활동 할 수 있다며 운전을 배우는 사람도 있고 요번에는 반드시 살을 빼고 말겠다며 헬스장에 등록 하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이렇게 결심만 할 뿐 나처럼 배우고 싶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것은 많은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사람도 수두룩 하다. 사실 어떤 일이든지 간에 시작하기까지가 힘들지 일단 시작을 하면 생각하는 것만큼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재밌게 상상하기로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생각하고 시작하자.
나의 상상! 2004년에 나는 이럴 것이다.


#1
치렁치렁한 긴 머리를 한 갈래로 땋고- 참고로 이건 내가 가장 부러워 하는 로맨틱 스타일의 머리모양이다. 2001년 7월부터 난 3년간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기로 작정했다. 삼손이 되려고 그러는 건 아니고 삭발도 해 봤으니 머리를 길러보는 건 어떨지 느껴보고 싶어서다. .

와호장룡의 장쯔이처럼 칼을 휘두르며 공간과 공간을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동하는 날쌔고도 늠름한 검도의 일인자! 아침마다 나를 깨우는 자명종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허둥대는 것이 아닌 6시면 눈이 떠져서 명상을 하는 나! 매일 매일의 명상으로 온 몸에 평화로움이 가득하고, 그러나 화를 내야 할 상황에서는 분명히 화를 내고 뭐든 강약이 분명한 나!

#2
작년 봄 공터에 심어 논 호박이 내 정성에 잘 자라 여름내 죽어라 먹었어도 주인이 따먹기를 기다리다가 늙어버린 호박들이 가득한 방!

또 한 켠엔 그렇게도 가고 싶던 강원도 오대산에 가서 찍은 사진이 놓여있고 곡성에 귀농하여 농사짓는 친구가 며칠전 보내준 밤고구마가 한 가마니 놓여있다.

#3
전주센타의 넓은 땅에는 내가 좋아하는 해바라기를 가득 심어서 그 칙칙한 팔복동 공단일대가 다 환해졌고 휴일날이면 노동자 가족들이 그 곳으로 놀러 와 여가를 즐기고 노동자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토론을 하는 노동자 광장이 되었다.

#4
신정 연휴를 맞아 지역의 동지들과 우리가 1년 동안 공들여 만든 연수원에 모여 뜨뜻한 아랫목에 배를 깔고 누워 일년간 자신들이 연마한 장기들을 하나씩 발표하고 신나게 논다.

나는 작년 한 해 동안 독학한 발 마사지 요법으로 몸과 마음이 아픈 동지들을 치료하고 내 마사지를 받은 사람은 갑자기 기분이 매우 좋아지고 삶의 의욕을 느끼기 시작한다.



아! 이 흐뭇한 상상! 내 꿈이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이길 바라면서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근데 그 많은 해바라기 씨는 다 어디서 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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