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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졸업시즌. 정겨운 장소와 사람들, 이유 없는 반항과 덧없는 치기, 꿈과 열정, 서글픈 감정…. 이제 익숙한 것들에 고스란히 안녕을 고해야 한다.

그러나 끝은 언제나 또 다른 시작. 원하건 원하지 않건 새로운 세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1970년대 우리 영화는 ‘졸업’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았다. 대부분 ‘졸업식’이라는 사건을 통해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작품들. 당대의 리얼리티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대표적인 영화는 영화주제가가 더 인기를 끌었던 ‘여고졸업반’(김응천·1975). 몸이 아픈 어머니의 생일선물로 가발을 만들어 주기 위해 머리를 기르는 착한 소녀의 알록달록한 사랑 이야기다. 임예진·이정길·김재훈 등이 출연했다.

이승현·최불암·김윤경 주연의 ‘졸업생’(김기·1976)도 비슷한 설정이다. 어머니의 약값을 벌기 위해 신문팔이를 하던 소년이 사고를 당하지만 결국 가족에게 닥쳐온 불행을 가족간의 유대와 사랑으로 극복해 가는 내용. 졸업식을 통해 갈등이 해소된다.

▲ 왼쪽부터 영화 [대학얄개], [야망과 도전], [여고졸업생] 포스터


임예진·태현실·이정길이 주연한 ‘선생님 안녕’(박태원·1976)도 서로의 고민을 이해하고 아픔을 감싸주던 세 친구가 삼각관계로 갈등을 겪다가 졸업식에서 ‘모두 합격’ 소식에 그들을 옥죄던 모든 벽이 사라진다는 줄거리다.

‘야망과 도전’(남기남·1984)은 퇴교와 자퇴의 위기에 빠진 동료를 감싸는 경찰관 학교 동기생들의 우정을 그렸다. 역시 해피엔딩. 이해룡·정세혁·송정아 등이 출연했다.

‘고교 명랑교실’(김응천·1978)나 ‘대학얄개’(김응천·1982) 등 70년대 유행하던 얄개시리즈의 엔딩 장면이 졸업식이었던 것도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태현실·김정훈·김성원·정애란이 출연한 ‘소문난 고교생’(박태원·1977)은 ‘두사부일체’(윤제균·2001)를 연상케 한다. 부와 명예를 고루 가진 중년의 남성이 부족한 학력을 보충하고자 야간학교에 입학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결국 우등생으로 졸업하며 행복을 찾는다. 배움이 그리웠을 1970년대의 정서를 짐작케 하는 영화는 또 있다.

문희·이낙훈·남정임 등이 출연한 ‘지하여자대학’(최무룡·1970). 영화의 졸업식은 강렬한 비약이다.

학비조달을 위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유미. 학교에 이 사실이 알려지고 퇴학을 당한다. 그 후 가수로 대성하지만 같은 과 동기들의 졸업식이 있던 날, 유미는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과거를 돌이키며 인생이란 대학을 졸업한다.

▲영화 [세친구]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이라고 떠들어대지만, 그 젊음이 부담스럽기 만한 1996년의 ‘세친구’(임순례). 영화의 시작은 고교 졸업식장.

졸업과 더불어 남들 다 들어간다는 대학에 낙방한 죄로 인생의 패배자가 된 세 친구 무소속(김현성 분)·삼겹(정희석 분)·섬세(이장원 분). 그들이 겪는 혹은 겪어야만 하는 소외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학창시절 선생님의 회초리를 부당하다고 느꼈거나, 공부는 밑바닥이지만 뭔가 나름의 특기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거나, 한번쯤 연상의 이성에게 야릇한 연정을 품었거나, 또래들과 골목길을 몰려다니며 이상한 짓을 한 사람이면 이 영화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세 친구의 인생 여정은 누구에게서든 교집합을 뽑아낼 수 있는 ‘젊은 날의 초상’이다.



* 필자는 전북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인터넷 언론과 온라인을 통한 소통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전북일보 문화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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