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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주말에 내린 비처럼 시네필들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는 가운데, 참소리가 개막작 <폭스파이어>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난 작품은 박문칠 감독의 <마이 플레이스, My Place 2013>다.

 

다큐 <마이플레이스>는 이미 인디다큐페스티벌 2013에서 관객상을 받은 검증된 작품. 사적다큐멘터리가 최근 많이 제작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감독은 미혼모를 선택한 여동생의 이야기로 문을 연다.

 

▲<마이플레이스> 한 장면

 

캐나다에서 역이민을 선택한 부모의 결정에 따라 어린 시절 한국으로 이주 온 두 남매는 캐나다와는 다른 문화로 인해 유년시절 혼란을 경험한다. 특히 여동생은 자유로운 캐나다의 분위기와 다른 주입식 교육과 체벌 등의 한국교육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을 ‘비정상’으로 보는 한국의 현실에 환멸을 느낀다. 그녀는 결국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고 뱃 속에 아기와 함께 한국에 돌아온다. 남들은 보통 대학을 나오고 취직하고, 결혼을 한 다음 아이를 낳지만, 여동생은 그 순서를 뒤집고 아이부터 가진 것.

 

영화는 여동생이 왜 미혼모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물음을 시작으로 엄마의 지지와 겉으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딸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로 점점 확장해간다. 이 과정에서 감독 자신이 겪었던 유년시절의 혼란과 어머니가 한국으로의 역이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아버지의 꿈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묻어나온다.

 

이즈음 여동생이 왜 미혼모를 선택했는가라는 영화 초반의 질문은 경쟁과 가부장, 일률적인 삶을 강요하는 한국사회에서 가족 개인들의 자리 찾기로 치환된다.

 

서로 다른 아픔, 그러나 점점 닮아가다

 

경쟁과 가부장제로 얼룩진 한국사회에서 ‘이방인’처럼 취급받지만 이에 저항하는 여동생. 80년대 민주화가 이룩한 성과 그 이면의 쓸쓸함에 가슴 아파하는 어머니. 캐나다에서의 성취한 것들을 두고 돌아온 한국에서 느끼는 상실감에 혼란을 겪는 아버지. 이들은 저마다 한 가지씩 고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들은 한국사회에서 정석이라고 강요하는 삶과는 다른 삶의 길을 걸어왔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고통의 내용과 깊이는 다르지만 그 고통에 대한 해결 방법은 같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마이플레이스>는 가족 개개인이 느끼는 아픔의 내용이 서로 닮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겉으로 표현하지 못했지만 감독 자신이 한국사회에서 겪은 혼란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마이플레이스>가 감동을 선물하는 방식은 마치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것 같다. 이 가족의 아픔을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이 사회에서 상실된 관계와 소외로 작아져가는 우리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 가족의 삶을 통해 해갈을 경험한다.

 

‘힐링’이 필요하다면, 자신의 아픔도 함께 볼 수 있기를

 

“다큐멘터리 영화가 다른 영화 장르보다 호흡의 친밀도와 공감의 깊이가 깊지만, 이 영화의 무엇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낸 것일까. 이 물음의 답은 ‘위로’와 ‘치유’였다. 나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어떤 ‘영화적’ 순간이 감독 자신과 관객에게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되었다. 보기 싫고, 잔인하고, 억울한 현실의 모습을 굳이 보려하는 다큐인들은 강심장들이다. 그러나 그런 다큐인들에게도 누구보다 ‘힐링’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이 지난 인디다큐 2013 당시 했던 인터뷰처럼 지금 ‘힐링’이 필요한 그대라면 이 영화 꼭 보기 바란다. 단, 이 영화를 보면서 당신의 ‘아픔’도 꺼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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