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문화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납치가 가능할까?

김여현( 1) 2002.11.23 23:06 추천:1



납치. 흔히 유괴,인신매매와 같은 부류로써 사람이 사람을 아님 사람이 다른 어떤 것을 개인적인 목적, 집단의 목적으로 잠시 가져감을 의미한다.

납치라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에겐 그리 익숙한 단어도, 그렇다고 살가운 말도 아닐것이 그간 사회에서 흉흉하게 떠돌던 여러가지 범죄들의 첫번째 실천강령 중에 하나가 바로 납치라는데 있다는것이다.

범죄도 살인도 강간도 따지고 보면 당사자의 무언가를 사전동의없이 억지로 뺏아간다는것에 납치라는 기본적인 관념과 일맥상통하다.(순전히 내생각)

이런 저런 납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자니 사회의 여러가지 우울한 뉴스들이 떠오르고.. 그렇다고 그런 썰들을 풀어놓자니 누군가 날 보는것 같기도 하고..

납치를 다룬 영화 '파고'

때마침 어제 저녁 나의 대뇌와 신경계 전부를 마비시켰던 충격적인 영화 한편이 있어 말할까 한다. 이 영화는 지난 97년 아카데미상의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수상작이며 이미 많은 한국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조엘 코엔 감독의 실사를 바탕으로 제작한 미국영화 '파고'이다.

감독의 출생지이기도 한 미네소타주에서 일어난 한 가정의 어처구니없는 납치 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감독의 재능을 뽐내기 시작한 처음 영화는 아니다. 전에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아리조나 유괴사건'을 통해 유괴란 것 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이미 선보인봐 있다. 그때도 그랬지만 역시 코엔감독의 유괴영화에서 정상이란 개념은 너무 희미하다.

역시 이 영화 '파고'에서는 자신의 주에서 일어났던 한 사건을 소재로 한다. 돈많은 장인과 역시 돈많은 부인의 옆에 장인의 자동차회사 세일즈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업의 자본을 위해 실로 기가막힌 납치극을 계획하게 된다. 바로 자신의 부인을 납치, 장인에게 돈을 뜯어내려는 것이였다. 3류 날치기 건달들과 내연을 통해 부인을 납치하고 이제 장인에게 범인이 원하는 8만불만 얻어내면 아무도 모르게 끝날것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사건은 납치의 과정에서 일어난다. 건달들은 부인을 납치하고 잠시 잠적해 있으려는 곳으로 가기전까지 속도위반에 걸려 경찰을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뒤에 따라오던 낯선 사람들 마저 살해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연락만을 기다리던 남자는 이번 납치사건이 언론까지 확대되버린 살인사건으로 커지자 초조해져만 간다.

이때 여경찰 마지의 투입으로 사건을 점점 더 확대되어 가고 주인공대신 나간 장인의 살해를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춘다. 하지만 뜯어낸 돈을 더 가지려했던 한 건달을 자신의 파트너가 톱밥기계에 넣고 갈아버리는 끔찍한 살해를 저지르게 된다.

결국 착한 유괴를 꿈꿨던 주인공 남자도 잡히고 부인도 시체로 발견되고 건달들 역시 죽음을 맞이한,소위 모두 자폭해버린 사건으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

모두를 죽음으로 이끌고 간 납치

아 정말 아무런 교훈도 메세지도 감독의 의도도 비주얼도 영상편집도 볼수 없는 독특한 영화였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준 사건의 진실성은 정말 눈부시게 반짝였다. 돈을 위해 자신의 부인을 납치한다는것이.. 물론 종종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는 사건이긴 하지만 그렇게 납치한 부인을 결국 죽음으로 내몰고 납치에 가담한 건달들 마저 자욕으로 파멸해 버린 사건은 없었다.

돈을 위해 납치를 할수도 있고 잠시 사람의 의중을 떠보기 위해 납치를 할수도 있고 실로 납치는 여러가지 개인적인 사유들로 일어난다. 그렇다. 납치는 개인적이다.

대의를 위해 하는것도 명분을 대고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 나쁜유괴에 틀림없지만 이처럼 개인의 자욕에 충실한채 결국 모두들 파국으로 몰았던 이'파고'의 사건은 의도는 착했을지도 몰라도 결국 나쁜유괴로 막을 내린 것이다.

가끔 나도 누군가를 납치해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일때가 있다. 기존에 한국영화에서도 보여줬던 '나는 소망한다.내게 금지된것을'처럼 유명연예인을 납치해보고 싶은 충동도 있고 학대하기 위해 감금시키는 기분나쁜 아이에 대한 납치도 있다. 영화 '올가미'처럼.. 아님 개인의 영리를 위해 잠시 유괴하는 착한유괴이고 싶었던 "복수는 나의것"도 있다.

물론 학대라는 점에서 내가 마조히즘이나 사디즘을 신봉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런저런 납치에의 충동은 살면서 누구나 딴맘 한번 품어본다면 가능한 사고일수도 있다는것..

어쨌든 저쨌든 납치를 하는덴 지극히 개인적인 그리고 주관적인 사유가 바로 그 본질인 사건도 있다는 또다른 가능성을 알려준 이 영화 '파고'의 등장을 환영한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