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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전주 코아백화점 앞. 선거를 하루 앞둔터라 선거유세차량 한대가 세워져 있다. 그리고 피켓을 든 다섯명의 젊은 아주머니들. '아니, 다섯명 이상이 모이면 안될텐데. 선거법 위반 아냐?'라고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선거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 피켓에 담겨있다. "책있는 능력을 등급으로 매기는 독서능력검정시험 반대한다"

(사)어린이도서연구회 산하 전주 동화를읽는어른들의모임(회장 이창순) 회원들인 젊은 엄마들이, 최근 도입되려 하고 있는 독서능력검정시험에 반대하는 서명운동과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독서능력검정시험은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르는 시험으로, 아이들의 책읽기 능력을 시험을 치르고, 그 결과를 '생활기록부에 인증 급수를 등재'하는 시험이다. 언뜻 들으면 아이들의 책읽기를 독려할 수 있는 제도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캠페인을 벌이는 젊은 엄마들의 주장은 다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독서라는 것이 아이들의 상상력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인데, 현재 학교 국어교육처럼 객관식 문답으로 기준을 정하는 것은 책읽기를 시험을 위한 도구로 밖에 못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이 제시한 독서능력검정시험 샘플
또, 최근 학교에 공문과 신청서를 발송하며 본격적으로 시험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는 전국독서새물결모임은 홍선생교육이라는 프랜차이저 형태의 사교육기관의 후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교사모임으로, 독서교육도 학원화시키는 교육상업주의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동화를읽는어른들의모임 회원이고 초등학교 1학년, 5학년 아이를 두고 있다는 한 주부는 "우리 아이들이 그런 획일적인 교육과 시험을 치르게 한다는 것은 너무 끔찍한 일"이라고 말하며, 기자에게도 서명을 재촉한다.

현재 어린이도서연구회, 문화연대 등의 단체들은 전국적으로 독서능력검정시험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시험제도 도입을 반드시 막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제도를 도입하려는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은 논술시험 등 입시의 요구사항이 다양화되고 있는 교육현실에서 독서능력검정시험은 아이들의 읽기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새물결모임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독서능력검정시험을 찬성한다는 한 학부모의 이런 글귀가 쓰여져 있다.

"100명 기준으로 볼 때, 독서습관이 든 아이는 10%도 채 안되는 현실입니다. 그 10%도 학원이며 학습지로 인해 읽을 시간이 없는거지요. 책도 시간을 내어서 일부러라도 읽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독서인증제 꼭 필요합니다. 아니 의무화 되어야합니다."

왜곡된 입시교육으로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는 요즘, 어른들의 조급한 욕심으로 아이들에게서 책읽기의 즐거움마저 빼앗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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