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교육 법원 판결에 맡기려면 교육청은 왜 있나

김현상( 1) 2004.03.21 20:27 추천:2

도 교육복지위 출석한 해당학교장, 교육청 관계자들의 증언을 지켜보며

지난해 10월 12일 전국체전 출전을 위한 무리한 체중감량 중 학생이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사람은 아무도 없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해당 학교장을 비롯한 교육청은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지 못하고, 오히려 성금액을 가지고 유가족 가슴을 파헤치는 등 이중고통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故김종두 유가족은 지난 2월 전북체육고 김 前교장을 성금유용의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진상규명에 나서고 있는 상태이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위로금이 아닌 합의금으로 성금유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모금한 돈을 다시 관계기관에 반려시켰다.

故 김종두 사건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계속 파문이 확산되자, 도의회 교육복지위원회는 사망 사건 처리 진행을 파악하고 도의회 교육복지위원회 차원에서 대응하기 위해 학교장과 교육청 관계공무원을 출석시켜 교육당국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23일 전북도교육청 김은섭 부교육감을 비롯한 교육청 관계자 및 전북체육고 김 前교장 등은 203회 도의회 임시회 교육복지위원회(위원장 이충국)에 출석해 전국체전 레슬링 선수 故김종두 학생 사망 사건 상황에 대해 보고를 했다.


김 前교장, 학생-교사들 "사건수습위해 합의금 모금했다"
성금액 2천만원 합의금 명목으로 형사공탁금 사용


이날 김 前교장은 “지난 10월 12일에 사망위로 및 조의금을 학교, 교육청, 체육회 직원들이 접수를 했고, 16일 전북체고 체육과, 코치 선생님들을 소집 긴급직원회의를 통해 사고수습과 합의금 모금운동 전개를 회의를 통해 결정했고, 교장이 먼저 한달 월급 본봉을 행정실에 통장에 입금을 시켰고, 선생님들도 여기에 동참을 해주셔서 입금을 시켰다”고 경위를 밝히면서 “나는 친척결혼에 내 월급을 내본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김 교장은 학생들에게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17일에 사건수습을 위해서 학생들이 도와달라”며 학생들에게 모금요청을 했음을 밝혔다.

김 前교장의 말대로라면, 학생들이 故김종두 군의 애도 위로금이 아닌 합의금으로 알고 모금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합의금을 학생들한테 걷을 수 있는지? 사망에 대한 위로금이 아닌 합의금으로 돈을 걷었다는 말에 누가 얼마나 믿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또 김 교장이 책임을 지고 있는 학교운동장에서 잘못된 감독, 지시와 훈련으로 학생이 목숨을 잃었는데, 자신은 친척 결혼식에서 월급 본봉 전부를 낸 적 없다고 말하는 태도는 또 무엇인가? 합의금 많이 냈으니 학교장으로서 성의표시는 다했다는 것인지 사태인식의 안이함에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여기서 더욱 한심하기 짝이 없는 행태는, 학교장이 주장한 합의금을 정 모 코치의 형사공탁금으로 사용하면서 ‘유족들에게는 합의하기 전에는 줄 수 없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故김종두 학생을 위로하고 애도해야할 돈을 어떻게 학생 죽음에 책임이 있는 교사의 형사공탁 돈으로 사용하려고 했는가. 교육복지위원들이 유족과 합의도 되지 않은 합의금 중 2천만원을 형사공탁금으로 쓴 것에 대해 문제제기 하자, 김 前교장은 “선생님들의 요구에 따라 사고수습을 위해 공탁을 걸면 유족한테 넘어가니까 그 상황에선 그렇게(공탁)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 前교장은 “공금유용으로 고소를 당해 해당된 기관들에게 합의금을 반려를 시킬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유족들이 성금 유용의혹을 제기하며 학교장을 검찰에 고소하자, 학교측은 관계기관에서 모은 성금을 다시 돌려주는 상식 밖의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살펴보면 법적 책임 때문에 돈의 성격을 합의금이라고 말하고, 다시 돌려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의문은 "체고 모 선생이 학생들 모아 놓고 ‘합의금이라는 것을 주지시킨' 사실이 있다"는 교육복지위원회의 질의에서도 알 수 있다.


교육청 공문에는 '위로금 모금'으로 둔갑

그런데 전라북도 교육청은 청와대에서 이첩된 민원 문서 답변에서는 <전라북도 체육회 임원, 전라북도 레슬링 임원, 전라북도 학교체육위원회 등에서 위로금을 모금하였습니다.>라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도의회 교육복지위원회에서 도교육청 주동식 교육국장은 “위로금에 대한 성격 파악을 못했고, 원래 목표는 합의를 위한 것이었다. 유족들을 하루빨리 마음을 달래드리고 합의를 할려고 했던 것인데, 11월 10일때만 해도 우리는 유족과 빠른 시일내에 합의를 하기 위해서 이렇게 위로금이라는 표현을 교육청에서 썼다. 그러나 그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체고에서는 그런 성격(합의금)을 가지고 모금을 한 것”이라며 “ 도교육청 입장에서는 조의금이 됐던 위로금이 됐던 합의금이 됐던 간에 그런 성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쨌든 빨리 합의를 해서 유족의 뜻에 만족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교육청 담당자는 공문의 내용과는 달리 위로금과 합의금에 대해 다른 입장을 보이고, 때에 따라 말을 바꾸고 있었다.


책임주체 교장-감독은 다른학교로, 코치는 사임

故김종두 학생 사망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학교장은 다른 학교장으로 이동했고, 레슬링 감독은 다른 학교에서 계속 학생을 가르치고 있고, 코치는 그만둔 상태이다. 결국 이 사건의 책임주체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

이날 교육복지위원회에서 전북체고 김 前교장은 “내가 사고수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고 도덕적 책임이 있기 때문에, 다른 학교로 보내 달라고 교육청에 요청했다. 무능하고 부도덕하기 때문에 자진해서 전보 발령받았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이,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는데도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는 학교장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행태는 교장에게 면죄부를 주는 행위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오히려 교육청은 학교장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도록 관리 감독해야 되지 않는가?


도교육청, "재판결과에 따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
- 4월말까지 자체 감사해 교육위원회에 보고하겠다


故김종두 학생 사망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해 도교육청 김은섭 부교육감은 “유가족이 바로 재판으로 가지 않고 서로 맞대고 있는 상황이어서, 해결할 길이 없어 섭섭하다”며 유가족에게 책임을 돌리고, “현재로선 재판결과에 대해 따라 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 적극적으로 나서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법원 판결 지켜보겠다는 태도는 교육청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교육청 관계 공무원들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아 도의회 교육복지위원회가 소위원회 진상조사 필요성을 제기하자, 그때서야 김 부교육감은 '자체 감사를 4월말까지 실시해 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교육청의 자체감사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도의원들, 성금 미집행 과정추궁- 교육당국 무책임 질타

이날 한인수, 김민아, 김희수, 정길진, 강임준 의원 등 도의회 교육복지위원들은, 위로 표시로 전달되어야 할 성금들이 집행되지 않는 것을 일차적인 문제로 지적하고, 교육당국의 무책임한 대응을 질타했다. 교육복지위원회는 모금된 성금액이 유족이 원하는 방향으로 빠른 시일내에 해결되고 4월말 진상규명에 노력해줄 것을 도교육청에 요구하고 회의를 마쳤다.

한 학생의 죽음앞에서 돈의 성격이 위로금인지 합의금인지를 따져야 하는 교육관계자들의 양심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도교육청, 전현직 교장 및 교사들은 하루빨리 책임에 대해 사과하고, 유족들 마음을 진정으로 위로하고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성금유용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혀줘야 할 것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