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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입시학원화 '사교육비 경감대책' 중단하라

김한빈( 1) 2004.03.27 21:29 추천:1

29일 전라북도 교육청 앞에서 전교조 전북지부의 주최로 ‘반교육적 사교육비 경감대책 규탄과 보충·자율학습 저지 교육주체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전교조소속 교사들과 전북민중연대회의, 민주노동당 덕진·완산 지구당, 노동자학부모들의 모임 등에서 참여해 학교의 입시학원화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교육부가 사교육비 경감대책으로 EBS 시청 및 학내 지도 강화방침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학내 보충수업이 강화되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전북 도내 시행에 있어서도 전교조 및 교육관련 단체들은 우려와 권고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지난 3월 16일 전라북도 교육청이 발표한 ‘사교육비경감대책 실행계획’은 교육부 안을 그대로 입안한 것이고, 형식적인 공청회를 한번 치렀을 뿐, 우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아 그간 교사 및 학부모들의 지탄을 받아왔다.

전교조는 전북교육청의 이번 방침이 학교를 입시학원으로 만들어 공교육을 왜곡시키고 학생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교육주체들의 의사를 배제한 반역사적이고 반교육적인 행태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지난 25일 한 교사가 보충수업 도중 과로로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해, 학생들의 건강권은 물론 교사들의 업무조건을 심각하게 악화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무책임한 사교육비 절감대책에 대한 강한 분노와 함께 지난 25일 보충수업 도중 사망한 고 김영석교사를 추모하고 성금을 모았다. ‘사교육비 경감대책‘ 발표 후 학내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사실상 허용한 뒤에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쓰러진 고 김영석교사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이에 대한 대책과 책임을 피하는 교육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도교육청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규탄하는 교사들과 학부모

또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0교시수업, 야간보충수업, 심야자율학습은 학생들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과도한 경쟁을 유발해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교사들마저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다”며 도교육청에 강하게 경고했다.

김정훈 전교조 전주지회장은 발언을 통해 “3월 16일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사실상 공교육 포기정책이다. 실질적인 대책 없이 보충·자율학습으로 대체하려는 것은 학교를 단순히 사교육의 일부를 흡수해서 진행하겠다는 것인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중학교의 경우 타시·도처럼 고등학교 입시를 ’완전내신제‘로 대체했을 때 상당부분 사교육비가 해소되고 나아가 고등, 초등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하며, ”도교육청은 고입 완전내신제를 도입해서 근본적인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또 김 지회장은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0교시수업, 야간보충수업, 자율학습을 허용 하는것인데, 이것으로는 사교육비 해소가 되지 않는다”며 “그동안 고등학생들은 심야자율학습이 끝난 후에도 학원에 가는 실정인데 오히려 더 부채질해서 학교를 학원화 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집회 진행 중에 참석자들은 전북교육청이 전국에서 가장 악질적인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했다며 교육청건물 외곽을 새끼줄로 두르고 ‘보충,자율학습전면부활반대’, ‘근조 전북교육청’이라는 표찰을 메달아 교육청의 정책에 강한 항의의 뜻을 전했다.

장수 계남중학교 김정원 교사는 “우리나라 아이들은 사생활이 없다. 다양한 경험으로 성장해야하는 시기에 오로지 공부만 하는 불행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걱정하며, “사교육비 경감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중학교학생들의 보충수업과 심야자율학습인데 이것으로 아이들은 2중 3중으로 고통을 당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교육비가 절감되는 것이 아니라. 보충수업이 끝나고 또 학원에 가게된다.”고 주장했다. 또 김교사는 “10년전에도 그랬지만 저녁 7~8시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가서 새벽 1시에 집에 간다. 오히려 지금보다 2~3배의 고통속에 놓이게 된다. 학부모들은 학교보충수업비와 학원비로 더 큰교육비가 들어간다.”라며 강하게 도교육청을 질타했다.

▲'근조 전라북도교육청'이라 써진 표찰을 새끼줄에 달고있는 교사
집회 참석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지역과 소속학교를 불문하고 다양하게 참여해 잘못된 교육정책을 성토했다. “도교육청 사교육비경감대책 이후에 아침 6시까지 등교시키는 고등학교와 하루 3시간씩 보충수업을 준비중인 중학교, 사설모의고사를 수익자부담으로 실시하려는 초등학교 등이 있다”고 실상을 공개하며 “모든 결정권을 학교에 넘김으로써 불법적이고 파행적인 보충, 자율학습을 도교육청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전교조 교사들은 “학생들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되고 학부모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채 학교는 관리비 명목의 이윤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항의의 목소리는 집회에서뿐만 아니라 교육청 홈페이지에도 학부모, 학생들의 항의가 쇄도하고 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고등학생은 “EBS방송을 보여준다는 명목으로 0교시 수업을 강제적으로 하고 있으며 돈까지 받는다”며 항의했다. 도교육청이 ‘사교육비 경감대책’에서 발표한 '0교시와 10시 이후의 수업은 절대금지.'가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어느 중3 학부모는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게 보충수업아니냐”고 되물으며 “강제 조항으로 아이, 학부모 의사없이 무조건 신청해야한다고 하는 것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잘못된 가르침으로 희생양이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모인 참가자들은 도교육청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매일 오후 5시마다 도교육청 앞에서 퇴근하는 교사들과 함께 집회 할 것을 결의하고 전교조 전북지부 지부장은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다고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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