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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인터넷, 학교를 덮어 먹다

최인( 1) 2004.03.30 07:43

인터넷 초강국, 대한민국이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서 전체 고교생을 대상으로 인터넷 교육을 하는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일을 대한민국 정부가 해낸 것이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이를두고 “e-러닝의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고 선언했다. 연 13조원이 넘는 사교육비를 줄이는 효과와 함께, 오는 11월 17일에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 시험에 인터넷 강의 내용을 반영시켜 일거양득의 성과를 거둔 다는 것이다.

어느 신문의 오늘(1일) 아침 관련 기사에는 이런 말이 실렸다. 첫 마이크를 잡은 언어영역 전문 학원의 강사 Y모씨는, “수험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여러분에게 꼭 필요한 강의를 해드리겠습니다“ 라고...

안병영 교육부총리의 말대로라면, 엄청난 학원비를 지출하지 않더라도 EBS 수능 위성방송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 강의를 잘 듣기만하면 수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식이다. 이와 관련해, 안 부총리는 “수능 시험이 끝나고 결과를 보면 알 것” 이라고 자신했단다. 교육부총리가 이렇게 인터넷 강의에 대해 설치다보니, 수능 성적에 따라 죽고 사는 학교 현장에서는 정신없이 따라 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이미, 학교는 필요 없어졌다. EBS 수능 전문 위성 방송의 강사는 유명 학원의 강사로 채워졌고, 이들 학원 강사의 인터넷 강의 내용을 수능 시험 출제에 내겠다는 것이다. 말을 뒤집어보면, 인터넷 강의만 잘 들으면, 유명 학원 강사가 족집게처럼 집어주는 수능 시험 문제를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교과 선택제니, 수준별 이동수업이니 하는 복잡한 7차 교육과정이 전개되는 학교에서는 별, 얻을게 없는 것 같다. 교사들은 전부터 7차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능시험 문제는 전혀 연계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해 왔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수능시험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학교교육은 부실해질 수 밖에 없었고, 그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유명 학원은 학생들이 차고 넘칠 수 밖에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보다, 이름난 학원에 등록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이 현실였고, 그 학원에 등록하면 마치 대학에 이미 합격한 것처럼 잔치집 분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학원식 강의가 이제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학교마다 전달된다.

수능시험과 연계한다는데, 어느 학교가, 어느 교사가 정규 교과 과목 수업을 해야 한다며, EBS 위성방송과 인터넷 강의를 보지 못하도록 할 수 가 있겠으며, 어느 수험생이 인터넷이나 위성방송에 눈을 돌리지 않겠는가?

이제, 교과서만 열심히 봤는데 수능시험에서 최고 성적을 거뒀다는 얘기는 듣지 못할 것 같다. 먼 옛날 얘기일 뿐...


차라리 학교를 없애라!

안병영 교육부총리에게 한가지 제안한다. 그렇게 EBS 수능 위성과 인터넷 강의가 훌륭한 강의로 채워진다면 굳이 학교가 필요 없지 않겠는가?

한마디로, 학교를 없애면 학교가 존재하므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갖가지 문제, 좀더 요약하면, 사사건건 교육부 하는 일에 발을 걸고 나서는 골치 아픈 전교조 문제도 일거에 해소될 것이며, 유명 학원강사에 비해 교육 내용도 부실하면서, 수능시험에서 족집게처럼 문제를 집어내지 못하는 교사들에게 엄청난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아서 국가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교육시장 개방에도 교사들이 없으면 반대할 사람도 없으니, 금방 문이 열릴 것이다.

인터넷 수능 강의 실시 다음 단계는 필요없는 학교를 없애는 것이다. 인터넷 강의는 학생들도 편안하게 집에서 보게 하면 될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장은 수능 시험 결과에 따라, 일정 수준의 성적을 얻은 수험생에게만 주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교육비가 절감되는 것은 물론, 공교육비 부담도 덜어지게 되니, 학부모들은 크게 환영할 것이다. 또한, 매일같이 0교시 수업이네, 밤 12시 새벽 1시까지 잡아 놓고 하는 야간 보충수업이니 그런 것 때문에 하루하루 힘겹게 졸린 눈을 비비면서 가방을 멘 채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 학교에 가야 하는 학생들은 더욱더 환영할 것이다.

교사들 역시, 골치 아프면서도 해결 방법이 없던 입시지도가 없어지게 되니, 당연히 환영할 것이지만 교사들은 학교가 없어지면 일터를 잃게 되는 것이니, 좀 반발이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안병영 교육부총리의 말을 간추리면 EBS 수능 인터넷 강의만 잘 보면 수능시험에서 모든 수험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게 사교육비를 절감하는 최고의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겨우 사교육비 절감 방안만 생각한 ‘우물 안 개구리식’ 생각일 뿐이라는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교육 보완,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애기는 허울좋은 애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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