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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2004 현장에서 희망을] ⑥김재경 교사

최인화( 1) 2004.01.17 00:12 추천:15

"이젠 정말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 것 같네요"


지난해 3월 <참소리>는 김재경 교사의 이야기를 기사로 실은 적이 있다. 당시 김 교사는 지금은 폐교된 충남 서천의 정의여중고 사립학교 재단비리에 맞서 싸우다 해직되고, 3년이 넘게 복직투쟁을 벌이다 2심에서 해임무효를 판결을 받은 참이었다. 김 교사는 재단비리에 맞서는 투사의 이미지를 갖기 보다는, 장난기 서린 웃음과 구수한 농담, 그러나 누구보다 묵묵히 성실하게 일을 처리해 나가는 사람이었고, 그런 인간적인 모습에 김 교사의 복직투쟁은 더욱 잔잔한 감동을 줬었다.


그리고 1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연초. 새해 기획으로 <참소리> 편집진이 [현장에서 희망을]에 적합한 사람들을 찾고 있을 때, 김 교사가 대법원 재판에서도 승소하고 오는 3월 새로운 학교로 발령을 받을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지난 12일 급히 약속을 잡고, 김 교사가 몸담고 있던 전교조 전북지부 군산지회 사무실을 찾아갔다. 츄리닝 차림으로 나타난 김 교사는 집안일을 하고 오느라 이런 차림이라며, '사진도 찍는 줄 알았다면 옷 좀 잘 입고 올 걸 그랬다'며 아쉬워 했다.



조금 늦긴 했지만 복직하게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학교로는 언제 돌아가시게 되는 거죠?
만 4년 만에 학교로 돌아가게 됐네요. 2000년 2월 말부턴가 재단비리 척결을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했었으니까. 지난 8월에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았고, 1월 15일에 충남교육청에서 면접시험을 보고, 3월 1일자로 발령을 내는 것으로 확정된 상태예요.


어느 학교로 발령이 나게 되는 겁니까?
전에 다니던 정의여중고는 2002년에 폐교가 된 상태예요. 그러니까 발령은 다른 공립학교로 특채를 하는 거죠.


4년이면 짧지 않은 기간인데요. 그 동안은 어떻게 지내셨어요?
해임된 후 1년 정도는 전국에서 벌어지는 다른 사립학교 싸움, 한나라당사 앞에서 벌어진 사립학교법개정 농성 등 사학민주화와 관련된 투쟁은 안해본 것이 없구요. 재작년에 전교조 전북지부 상근자로 오게 됐죠. 제가 온 지 사흘만에 9.11테러가 터졌고, 제가 싸움을 몰고 왔다는 우스개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웃음)
아직까지도 전교조 전북지부에 속해 있는 상태인데, 작년 8월에 대법원 판결을 이긴 후에는 몸이 안좋아서, 집이 있는 군산지회로 왔어요. 요양 차 온거죠. 복직도 준비하고...

투쟁 당시 선생님 말고도 몇분이 더 해임되셨다고 들었는데, 다른 선생님들은요?
그 때 해임된 사람이 모두 네명인데, 두명은 전교조 충남지부에서 근무하고 있고, 두명은 전북지부에서 근무했어요. 네명 모두 대법원 재판까지 이기면서 교육청에 복직문제를 거론했고, 모두 이번에 복직하게 됐어요.


복직까지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뭔가요?
처음에 재단 측이 내린 교사들의 부당전보를 거부하면서 싸움이 시작되고 또 해직이 됐는데, 이것에 대해 부당전보와 해직무효 소송을 걸어야 했죠. 소송을 바로 걸어야 했지만, 그걸 이유로 이사장이 다른 교사들에게까지 피해를 줄까봐, 늦게 2001년 1월 에야 냈어요. 그리고 재판이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2003년 8월까지 진행된 거죠. 정책적으로 국가가 면죄부를 주는 방법도 있지만, 그게 안돼서 우리는 재판으로 싸운 거예요.


▲'사진을 찍는 줄 알았으면 츄리닝 안입고 왔다'며 환한 웃음을 짓는 김재경 교사
전에 다니던 학교(정의여중고) 제자들도 이 소식을 듣게 되면 기뻐하겠네요.
1차 농성을 했던게 88년도였는데 그때는 싸워서 관선이사를 파견하는 등 이기는 싸움을 했었죠. 그때 당시부터 같이 했던 제자들이 이제는 33살, 34살의 아줌마가 됐고, 지금도 메일로 연락하고 있어요. 복직하게 된 건 아직 많이 안알려져서, 그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저도 기대가 되네요.
처음엔 복직도 사실 들어가봐야 안다며 미심쩍어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면접도 치르게 되고 많이 확실시 된 것 같아서 다행이예요. 또 학교가 폐교되면서 남았던 나머지 12명의 선생님들도 이번에 복직이 되게 됐는데, 정말 잘된 일이죠.

15일에 면접을 보신다구요?
면접시험 보기 위해 복사해놓은 자료들을 훑어보고 있는데, 이자료가 아주 두꺼워요. 교육과정, 교육평가, 학생지도 뭐 그런 내용에 대해서 공부하는 건데, 처음엔 싸웠어요. 우리를 재평가 하려는거냐며 교육청에 항의하기도 했는데, 절차만 밟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길래 그냥 보는 거예요. 교사의 평가가 그런 문답을 될 수 있는 건 아닌데...

음악선생님이시죠?
네, 아쉬운 건 해직된 동안에 전교조 활동도 하고 이러저러한 투쟁도 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음악활동을 제대로 못한겁니다. 해직이 되는 순간부터 4년간 한번도 음악에 대해 신경을 못쓴 건 자신이 잘 못한거죠. 학생들 앞에서 노래가 잘 될려는지 모르겠네요.(웃음)


얼마전에 반전뱃지를 학생들에게 나누어줬다가 해직되는 선생님도 있었고, 아직도 부당한 이유로 해직되는 선생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전교조 합법화 이후에는 해직교사 1호입니다. 저는 합법화후에도 해직문제가 계속 나오는 건 교육부가 전교조와 같은 교사단체를 같은 파트너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하급단체 취급하고, 교사들을 함부로 대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립학교 비리 문제도 사그러들 줄 모르고 있잖아요?
정치인들이 문제예요. 그간 하도 많은 싸움이 있어서, 많은 문제점들이 불거지기도 하고, 사립학교법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여지도 생겼는데도 개선이 안되는 이유는 정치인들이 사립학교를 갖고 있기 때문라고 생각합니다. 선거법도 정치인들 편한대로 바꾸고 있는 판이지 않습니까. 지금 사립학교는 예전과 달리 정부가 꽤 큰 비율의 교육예산을 지원하는 형식인데, 얼마나 돈 빼먹기가 쉽겠습니까. 사립학교를 자기 정치의 발판으로 삼기 때문에 개정이 쉽지 않은 거고, 이건 우리나라 정치인을 비롯한 이익집단의 모순된 구조예요.


작년엔 네이스 문제도 시끄러웠고, 올해는 전교조와 같은 교육단체들은 공교육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올 한해 교육계의 과제라고 생각하시는게 있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제가 면접시험을 치르게 되는 충남교육청은 2004년도부터 고입 선발제를 도입했어요. 고교평준화제도가 있는데도요. 이런 사교육이 강화되고, 사교육비의 학부모 전담이 커지는 것은 정말 문제예요. 대학입시제도를 바꾸는 것으로 시작해, 사교육비를 절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립학교문제, 공교육 강화 등 제도개혁에도 지속적인 활동을 해야 하지만, 선생님은 당장 복직해서 아이들과 살맞대고 생활하는 것에 대해서도 남다른 각오가 있을 듯 한데요.
작년에 전교조 전북지부로 출근할 당시 한번은 버스를 타고 있는데, 한 무더기의 학생들이 타더라구요. 한 여선생이 학생들에게 표를 나누어주고, 현장학습을 가는 거였는데, 그 모습을 보고 눈물이 핑돌더라구요.
예전엔 해직교사들이 가르치고 싶어서 눈물이 났다고 그랬을 때, 실감이 안났는데 그때 정말 '아!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생각했어요. 앞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다면 예전하고는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해직된 기간동안 많이 느낀게 있었으니까요. 저에겐 오히려 이 해직됐던 기간이 교사로서 생각을 갖게 하는데 더 좋은 기회였던 같아요.



18일 오후. 김재경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면접은 어땠는지' 물었다. "면접은 아주 잘 봤지요." "얘기로는 이번 면접에서 떨어지는 사람은 없을거라고 하는데, 월요일에 확실히 결과가 나오면 알려줄께요"라며 환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흘러 나왔다. 어느 학교로 발령이 될 지는 2월 중순경에나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어느 학교로 가든 김 교사에게 걱정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떠나 있는 4년의 기간동안,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깊게 절감한 '선생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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