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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조례를 대법원에 제소한 원고가 교육청이 돼서는 안됩니다. 다른데서 문제를 삼으면 모를까,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육청이 급식조례를 제소하는 원고가 돼서는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청은 지금이라도 고소 취하해서 더 이상 자신들의 직무를 유기해서는 안됩니다, 바라건대, 문용주 교육감이 고소를 직접 취하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한해를 학교급식조례 제정의 최전방에서 뛰어온 전북학교급식조례제정 급식연대 이은순 집행위원장(목사). 사실 전북 급식연대는 지난 연말 의외의 큰 성과를 거뒀었다. 약간의 진통끝에 전라북도교육위원회가 급식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도의회에 넘겼으며, 도의회는 다시 ‘우수농산물’ 표기를 ‘전북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수정해 제정 공포했던 것이다.

전북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공급해, 도내 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하면서, 믿을 수 있는 안전한 농산물을 우리의 2세, 학생들에게 먹거리로 공급해 학교급식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집단 식중독 등 불안전한 학교급식에서 학생들의 건강도 지키자는 취지가 모두 달성될 수 있었다. 말하자면,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학교급식조례였다.

그러나, 그렇게 바라던 학교급식조례가 만들어졌다는 기쁨도 잠시, 전라북도 교육청은 도의회에서 ‘전북학교급식조례’가 제정 공포된 지, 20여일도 채 안돼 도의회의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다.

전북학교급식 조례가 제정되기를 그토록 바랐던 이은순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급식연대 관계자들은 물론, 전라북도의회 역시 도교육청의 제소에 기기 막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은순 집행위원장은, “어차피 이런 과정들이 한번은 지나쳐야 할 과정인데,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왜 그렇게 교육감이 나서서 조례제정을 막느냐는 거예요, 예를들어, 국가 기소가 되면 WTO의 기소결론 나기까지는 6년여의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건 할 만하다는 거예요, 6년동안 조례를 시행하면서, 가장 적절한 안을 마련해 대처해 나갈 수 있는데, 국가가 기소되는데 왜 교육감이나 자치단체가 나서서 막느냐는 겁니다.“라고 답답해 한다. 공은 이제 대법원으로 넘어 갔다.


대법원 결정이 어떻게 날 것으로 봅니까?
이런 판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처음 제소된 일인데, 법률가들에게 물어봐도 예측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바라건대 대법원도 우리나라 대법원이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판결 내려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지금까지는 대법원에서는 국제법이 국내법과 동일한 지위를 지니는 것에 대해서 썩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그런 입장을 굳건히 지키는 선에서 판결 나왔으면 합니다.

힘은 안 드셨습니까?
제일 힘들었던 점은 교육청의 반응 였습니다. 그렇지만, 위낙 의미있는 일였기 때문에 힘이 들면서도 즐거웠습니다. 재미있었고.... 그런데, 교육청 관계자들과 대화가 안 된다는 점, 특히 교육감하고는 상식적으로 대화할 수 없었던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눈쌓인 집마당에서 아이와 함께
학교급식 조례 제정에는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됐습니까?
전부터 생명선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3년여 전쯤부터 전주에 있게 되면서 시의제 푸른온고을21 분과활동을 하게 됐는데, 유치원 유기농 급식을 시작해서 몇 개 유치원으로 확대하면서, 고민한 게 아이들의 온전한 건강을 위해서는 초등학교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을 확보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03년 5월, 급식연대가 발족됐고 교육연대와 함께 관계 단체들로 구성하게 된 것입니다.

남아공 선교활동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경험을 하셨습니까?
남편과 함께 남아공에서 사역하던 지역에는 흑인지역으로 고아들이 많았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대부분 방치돼 돌보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어린이 집’과 같은 시설을 하기 위해서 땅을 매입했었습니다.
그 일 때문에, 시청에 갔는데 법적문제 때문에 처음에는 시 관계자들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다가, 사정을 얘기하니 어떤 예외조항으로 가능할지 모르니 강구해보자고 하더라구요, 시관계자가 한달후에 부르더니, '그 목적을 보니 반드시 이뤄져야 할 일'이라면서 법적으로 가능하게 해줬던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와 일하는 입장이 너무 다르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하는 자세가 정말 다릅니다.

어떤 점이 특히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최소한 50%는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노력도 안 해보고 있습니다. 도 교육청이 붙잡고 있는 게 외교통상부 의견 일뿐인데, 법률전문가들도 반 정도는 외교통상부의 의견과는 달리,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50%의 확률을 가지고라도 저 같으면 주민의 입장에서, 더더구나 학생들의 건강을 위한 입장에서 조례제정에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이 50% 확률은 아예 무시하고 외통부의 ‘안된다’는 유권해석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답답하시겠어요?
정말, 어떻게 해야 이 사람들이 정신을 차릴까? 답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죽하면 교육세 거부투쟁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겠어요?
국민의 세금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이 이처럼, 주민의 요구를 끝까지 무시하는 것을 보면서, 교육세 거부 투쟁해야 할까보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이은순 집행위원장이 남편과 함께 섬기고 있는 교회는 우아동 왜망실에 있는 성막교회, 말이 행정동으로 우아동이지 산으로 둘러 쌓인 인적 뜸한 한적한 산골이나 다름없다. 밤에 동부우회도로 지하 차도를 통해서 왜망실 동네로 차를 타고 들어 갈 때면, 백미러에는 아중지역의 휘황차란한 네온싸인이 비쳐지지만, 눈앞은 암흑천지란다. 그만큼, 왜망실 동네는 시내권이면서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인 셈이다. 생태지역으로 가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고 한다.

눈발이 흩날린 날, 아침 이은순 집행위원장을 왜망실 집에서 만나고 돌아왔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남편께서 구운 가래떡과 꿀을 내왔다.

국무조정실이 지난해말 부처간 협의를 거쳐 자치단체와 교육청 등에 내려 보낸 ‘학교급식개선 세부대책’ 말미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미국은 지난 1946년부터 학교급식법 제정으로 학교급식을 시작했는데, 미국이 학교급식에 자국농산물을 사용하기 위해 마련한 규정을 보면, WTO 조달협정 부속서에 ‘급식 프로그램을 위한 농산물 구입은 예외’로 규정하고 있으며, 연방법 제7장 4편250-23절에,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직 국내산 식품을 구입하여야 함“ 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WTO 눈치 보느라 알아서 설설(?)기는 우리와 비교된다. 국제법 운운하면서 자국민의 보호에는 최소한의 관심조차,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 정부를 과연 정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앵무새처럼 외통부의 입장만 되뇌는 자치단체와 교육청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자기고장, 자국의 농산물을 아이들에게 공급하자는 학교급식 조례는, 지금 대법원 판결을 남겨 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과연 주권을 행사하는 국가인지를 시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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