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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대타협에 깔린 정보인권”

최인( 1) 2003.12.15 00:06

2003년 5월 하순, 전주를 찾은 국가인권위원회 김창국 위원장은 이런 말을 했었다. 80년 5월에 광주 민주화 운동을 진압하던 군인이, 나이 어린 여자의 가슴을 도려냈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었는데, 실제로 자신은 그 시신을 목격했었다고... 김 위원장은,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 고검에서 검사로 재직하면서, 군부대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숨진 시신을 최종 수습하는 과정에서 그런 시신을 봤었다고...

왜 그 얘기를 꺼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 그런 과거가 있었기에 검사 출신이면서, 첫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다음 생각은, 그런 비참한 광경을 목격했기에, 인간에 대한 인권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깊은 사색이 있을 수 있었겠으며, 그러기에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주어졌겠고, 종국에는 국민의 인권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임명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는 한창 뜨겁게 논란이 일던 NEIS에 대해서 국가인권위가 교무학사 등 인권 침해 성격이 강한 3개 영역은 NEIS에서 삭제하라는 권고를 교육부에 한 후 였는데, 교육부는 인권위 권고에 콧방귀도 뀌지 않을 때였다.


기본권 보호에 우선한 '현실론'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었다. 김위원장의 대답은 간단했다. “국가에서 NEIS 시행을 위해서 5백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했다고 해도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보다 더 소중할 수 는 없다.“고 말이다.

다시말해 “현실론을 따져서 (교육부가) 2년동안 준비해왔고 5백 몇 십억원이 들었고, 수시모집이 눈앞에 닥쳐 있고 그래서 혼란스럽고, 하는 얘기는 현실론이다. 현실론이기는 하지만, 그게 기본권 보호라는 중요한 가치를 상쇄할 만큼 중요한거냐? 어느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거냐 라는 질문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역시 기본권 보호가 훨씬 우선이다, 중요한 가치다, 라는 생각에서 그런 결론을 내린 것이다.“라고 강조했었다.

김 위원장은 특히 NEIS에서 3개 영역을 삭제하라고 판단한 기준에 대해서는, 사생활의 보호라는 것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라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이같은 권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보화위원회가 극적 타결로 만장일치의 대 타협안을 내놨고, 2003년 한해동안 지루하게 교육계를 억누르던 NEIS 문제는 숨통이 터지는 것 같다. 그런데, 그 타협안이라는 것이, 천만명이 이르는 학생들의 정보인권을 소중하게 여겨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꼬일대로 꼬인 교육현안을 정리하는 수준에서 이해 관계에 있던 단체끼리(어른들끼리)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

그러다보니, 본질적으로 학생들의 정보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들어가 있지 않다. 말하자면, 학생의 정보인권은 그들의 전리품이 됐고, 첨예하게 다투던 어른들이 서로 상처를 적게 입고 “윈,윈 게임”을 하자며 ‘학생 정보인권’을 조금씩 찢어 나눠 가져, 자기들 잇속만 챙긴 꼴이 아닐 수 없다.


어른들의 다툼에 전리품이 된 '학생 정보인권'

지금 다시 생각해보자. 김창국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말대로, 이번 정부의 NEIS 최종 방침이 “기본권 보호라는 중요한 가치를 상쇄할 만큼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는가?” 말이다.

그나마, 기대했던 학생의 ‘자기정보 삭제 요구권’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너나 할 것 없이 중요한 정보를 삭제요구하면 어떻게 감당하겠냐는 이유다.

보라. 그들은 학생들의 정보 인권의 소중함에 대해서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분명히, 3개 영역에 대해서는 ‘분리운영도 아닌, 삭제’하라고 권고했었다. 이미 95% 이상 NEIS에 담겨진 학생 정보는 정보주체인 학생 ‘동의 없이 이뤄진 행위’며 그 정보 수집 자체는 불법이다.

그런데도 버젓이, 국가기관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국민 개개인의 정보를 수집했고 국민들에게 마치 시혜라도 하는 냥, 3개 영역을 별도 시스템으로 관리하면 국가인권위의 권고도 일정 부분 수용하는 것이라며 극적 타결을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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