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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8. 서울지방법원 민사합의 50부(재판장 이용훈 부장판사)는 고교생 3명이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관련자료 CD 제작 배포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하여 인용결정을 내렸다.

재판부가 인용결정의 이유로 든 것은 다음과 같다. '초 중등교육법 제25조 규정상 교육부장관은 생활기록부 작성기준을 정할 권한만 있을 뿐, 생활기록부 작성 관리권한은 없으며, 교육기본법 제23조를 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의 정보화를 위한 시책을 수립할 의무만 있을 뿐 생활기록부 전산자료를 사용할 권한은 없으므로 교육부장관에게 대입전형자료인 생활기록부를 제출받아 각 대학에 배포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개인정보 이용, 개인정보호법에 따라야

개인정보보호법상 ‘다른 법률이 정하는 소관업무 수행을 위해’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정보주체나 제3자의 권리와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는 개인정보파일 보유 목적 외에 정보를 이용하거나 다른 기관에 제공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각 대학 입시전형에 지원학생 외의 생활기록부 자료는 필요없으며, 각 대학은 이전 정시모집 등에서 생활기록부 사본을 제출받아 CD 없이도 업무처리가 가능하며, 현재의 크래킹 기술로 CD 암호화 보안이 무력화될 우려가 있고, 정보유출시 피해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교육부장관에게 NEIS 자료 CD 제작 배포 권한없다

이에 대하여 교육부 이문희 국제교육정보화국장은 '가처분은 이의를 제기한 학생 3명에 대해서만 내린 결정이므로 대입전형자료로 사용되는 CD 제작은 ‘2004학년도 대입전형 전산자료 제공계획’에 따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고, 법원의 이번 가처분 인용결정에 대해 불복신청을 할 것이며, 이번 법원의 결정은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판단이며 법률과 같은 일반적인 강제력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법원의 이번 가처분신청 인용결정과 이에 대한 교육부의 태도가 어떤 의미와 문제점을 갖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원의 결정은 교육부장관은 현행법 어디를 봐도 학생생활기록부를 작성 관리할 권한은 없고, 더구나 NEIS 관련자료를 CD로 제작하여 배포할 권한은 없으며, 각 대학의 입시전형에 지원학생 외의 생활기록부는 필요없음에도 불구하고 NEIS 관련자료 CD는 지원학생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모든 학생의 생활기록부를 입력하여 제공하므로 특정 대학 지원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침해되고, (입시업무의 혼란과 관련하여) 각 대학은 이전 정시모집 등에서 생활기록부를 제출받아 CD 없이도 업무처리가 가능하며, 현재의 크래킹 기술에 비추어 CD 암호화가 취약하고, 정보유출시 피해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법원의 이러한 결정은 NEIS 관련자료를 CD로 제작 배포하는 교육부장관의 행위는 위법하기 때문에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원래 가처분신청에 대한 인용결정은 재판기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걸리는 본안소송에 앞서서 원고가 본안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이미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버린다면 승소판결의 의미가 거의 없고, 그로 인한 피해가 회복하기 어렵거나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되며, 본안소송에서의 원고의 승소가능성이 높을 때 내리는 결정이다.

이 결정은 비록 NEIS 관련자료를 CD로 제작 배포하는 것에 관한 결정이기는 하지만, 결정의 전체적 취지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CD의 앞단계인 NEIS에도 인권침해의 소지가 상당히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교육부가 즉각 이에 대한 반응을 보였는데, 그 중에서 법원의 가처분결정에 대해 불복신청을 내겠다는 것은 자신의 권리이기 때문에 자신이 알아서 행사하면 되는 것이라 문제삼을 필요는 없다. 다만, 이번 법원의 결정은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판단이며 법률과 같은 일반적인 강제력은 없다고 본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그 인식의 오류를 분명히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법원의 재판에 부여되는 법률적 효과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기판력이고 이를 가리켜 재판의 실질적 확정력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기판력은 당사자에 한하여 미치고, 제3자에게는 미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민사소송법 제218조 제1항). 이를 기판력의 상대성의 원칙이라 한다. 원래 법원의 재판은 당사자간의 분쟁의 상대적 개별적 해결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 해결의 결과도 원고(신청인)와 피고(피신청인)를 구속시키는 것이 당연하고, 또 처분권주의 변론주의의 원칙에 의하여 당사자에게만 소송수행의 기회가 부여된 채 심판하기 때문에 그러한 기회가 없었던 제3자에게 소송절차를 강요하는 것은 제3자의 절차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장관,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결정을 따라야

그렇다면 이번 법원이 내린 가처분신청 인용결정의 기판력이 미치는 당사자는 누구인가? 즉, 신청인과 피신청인은 누구인가 라는 것이다. 신청인은 고등학교 3학년생 3명, 피신청인은 바로 교육부장관이다. 가처분신청을 하지 않은 나머지 모든 학생들에게는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 아니라, 바로 피신청인인 교육부장관은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의 결정은 법원에 신청을 낸 고등학교 3학년생 3명의 NEIS 관련자료 CD 제작․배포만을 문제로 삼은 것이 아니라, 교육부장관에게 전국의 어떤 학생이 되었건 그 NEIS 관련자료를 CD로 제작․배포하는 행위는 위법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법원의 명령은 행정기관도 내릴 수 있는 행정실무에서 발생하는 쟁점에 대한 단순한 유권해석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침해를 가장 구속력있게 구제하는 사법부가 내린 결정이다. 이러한 결정이 갖는 구속력에서 자유로운 국가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그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필자는 이미 여러 차례 시론과 학회에서의 논문발표를 통해서 NEIS의 위헌성, 해악성, 교육부의 법치주의 파괴에 대해서 지적한 바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NEIS는 위헌이기 때문에 이를 중단하라는 권고를 교육부장관에게 보낸 바 있다.

그러나 법률가를 자처하는 노무현 대통령마저도 NEIS를 중단하는 것은 전교조 등 이익단체들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그 강행을 주저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정보인권침해 사태가 이 나라에서 발생한 것이다. 아마 이러한 인권의 대량학살사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국가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에는 반드시 법률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최소한의 요청마저도 대통령과 교육부장관 및 교육부관료들의 막무가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미 오래 전 헌법재판소에 이 문제에 관한 헌법소원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매우 중대하고도 심각한 기본권침해 사건에 대해 아직까지도 세월을 천연하는 직무유기를 범하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법원은 이에 대해 비교적 신속한 결정을 내렸다. 법원의 재판을 무시하는 사태는 곧 국가의 권위가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나라의 교육부장관은 법원의 권위, 곧 국가의 권위를 무시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아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 김승환 / 전북대학교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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