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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성적이 발표되면서 고3 수험생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학교마다 고3 수험생들의 진학지도에 비상이 걸렸다고 법석이다. 행여나 수능 성적때문에 또다른 불상사가 발생하지나 않을까 마음이 불안해진다.

그런 답답한 마음을 품으면서, 전북 완주에 있는 대안학교, 세인고등학교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조금, 자유로운 분위기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뭔가 비대안(?) 학교와 다를 것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전주시내에서 40여분 거리, 인적도 뜸한 완주군 화산면 산골마을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은 세인고등학교,

방금, 점심 시간을 지낸 3학년1반 교실, 십여명의 학생들이 떠들썩하게 나누다 기자 손에 들린 마이크를 보고 이리저리 달아 난다.

수능 성적표 대신 책상위에 형형색색의 실을 놓고 자수에 여념이 없던 김하얀 양, 어거지로 붙잡아 놓고, 질문을 던졌다. 수능성적에 관심이 없냐는 질문에, 수시에 합격했기 때문에 부담감이 없었다고 말한다. 김양은 서울 M대 어문계열에 합격했다고 하면서, 우리 교육이 변해야 할 게 너무 많다고 했다. 특히, 사람을 키운다는 학교에서 성적만으로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문제라며, 우리 교육이 너무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양은 덧붙여서, 외부에서는 대안학교 세인고하면 ‘파라다이스’라고 하는데 실제로 3년을 살아보니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관리를 하도록 하는 학교였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수시모집에 초점을 맞춰 자신의 적성에 맞는학과를 선택해 광주 모 대학 간호학과에 합격한 이주향 양은, 지난 3년간의 학교생활이 공부하는 기계를 만드는 분위기가 아닌 인간성을 배우게 한 교육 과정였다며, 앞으로 사회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틀에 박힌 것을 요구한 게 아니라, 자신이 깨달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할때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 분이 많았다며 고맙게 여기고 있었다.

한동대 수시2차에 합격한 김슬기 군은 수능 성적표를 받아 보니 생각보다 점수가 한심하게 나왔다며, 만약, 일반고에 다녔다면 점수가 낮게 나온 것에 한탄하고 있겠지만 지금 심정은 점수와 상관없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살 수 있게 된 것이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선생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의 만남을 통해서, 사고방식과 말씨가 다른
학생들이 인간관계를 형성해가고 그 관계를 통해 사회생활을 일찍 터득할 수 있게 만든 3년간의 생활이 흡족했다는 황규철 군,
자신도 실제 점수는 생각보다 많이 떨어 졌지만 대학은 4군데 정도 합격해 놓은 상태였다. 황 군은 ‘모든 것을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점수에 매달리는 학부모와 학생 모두가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따끔하게 충고한다.

이들에게, 수능제도는 공부하는 기계를 만드는 제도로 비쳐지고 있었다. 3학년 1반 담임 교사인 김현주 선생은 "처음부터 중하위권 학생을 뽑기 때문에 수능에서 최상위권 학생이 나오기 힘들지만, 학급 학생 10명 전원이 수시에 합격한 상태였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수능 성적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겉으로는 표현을 하지 않지만 자기가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마음 아파하는 학생도 있다고 귀뜸했다.

자신이 알아서 공부하도록 하는 대안학교, 그 학교 학생들은 수능성적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다만 그들은 자기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3년을 보낸 수험생였으며, 그것을 피부로 체험해 알고 있는 수험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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