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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핵]등교거부 철회, 아이들은 할 말이 많다

임재은( 1) 2003.10.05 11:56 추천:7

지금 부안의 학교들은 등교거부로 인한 학생들의 수업결손을 채우느라 부산하다. 한 달을 넘게 이어온 학생들의 반핵 등교거부 투쟁이 지난 4일 부안 대책위와 학교운영위원장단의 회의를 거쳐 철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등교거부 철회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백산고에 다니는 오 모군은 "이번 등교거부 철회 절차는 비민주적이었다"고 지적한다. 등교거부 철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귀를 기울였어야 할 아이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등교거부에 대해 언론 등에서 '학생들을 볼모로 하는 시위'라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스스로 동참하는 자율적인 등교거부'라고 항변했었고 우리도 주체적으로 참여했어요. 저는 등교거부를 계속 해야한다는 입장인데 어른들은 이런 의견 수렴도 없이 등교거부를 철회해버렸어요."

부안고의 이 모군도 "정작 등교거부는 학생들이 하고 있고 그 학생들도 스스로 나서서 반핵 활동을 하고 있는데, 등교거부 철회문제를 학생들과 회의를 거치지 않고 결정해서 많이 아쉬움이 남아요."라고 전한다.

학생들에게 등교거부는 학생 자신의 문제였지만, 그에 대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보장받지 못한 것이다.


다시 '답답한' 학교로 돌아간 학생들

어른들의 결정대로 등교거부를 철회한 후 등교한 첫 날 학생들이 오랜만에 느끼는 학교. 현장에서의 자율적 토론과 민주주의, 그리고 자율성을 체험하고 돌아온 아이들에게 '생활지도를 통한 학습습관을 기르게 한다'는 교육당국의 방침은 더욱 아이들의 숨통을 억조인다.

"등교거부를 하기 전의 학교보다 지금의 학교가 더 억압적이고, 답답하게 느껴지는데 50분(수업시간)이 너무 답답해요." 학교를 다녀온 첫 날에 대한 소감을 묻자 학생들은 한결같이 학교의 답답함을 쏟아낸다.

더구나 등교거부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활동했던 김 모양(부안여중)은 이유도 없이 교장실에 불려가 신상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음을 당하고, 대답하는 태도가 마음에 안든다고 "학생의 본분에서 어긋난 학생"이라는 '기분 나쁜'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군의 전체적인 등교거부라는 유래 없는 경험을 한 학생들이 돌아간 학교는. 산교육을 몸소 체험한 학생들을 다시 '학생 본연의 모습'으로 길들인다.


등교거부 통해 '나'를 배운 학생들

그래도 학생들은 등교거부 중 반핵민주학교를 통해 배웠던 '자유'를 더 크게 간직한다.

"반핵민주학교는 자유롭고, 다양한 체험과 토론을 통해서 뭔가를 배워나가는 것이 좋아요. 가장 좋았던 것은 9월 30일 서울상경투쟁이었어요. 내가 직접 참여하고 준비해서 서울에 다녀온 것인데, 다녀왔을 때 부안에서 어른들이 박수를 치면서 학생들을 맞아줬어요. 그때 느꼈던 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뿌듯함'이었어요."

백산고의 오 모군에게 자신이 뭔가를 주체적으로 해낼 수 있었다는 경험은 너무 소중하다.

학생들은 전보다 더욱 답답해진 학교에 다닌다. '학생의 본분인 학습과 생활지도'를 받지만, 가슴속에 '자유롭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품는다.


▲6일 학생들 주최의 촛불문화제. 핵폐기장 유치가 완전백지화가 끝날 때가지 투쟁하겠다며 결의를 다진다.



- 주간인권신문 [평화와인권] 3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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