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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교 체육 변해야 한다

최인( 1) 2003.10.12 00:13

천안 모 초등학교 축구부 참사에 대한 아픈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 전국 체전에서 경기를 앞두고 체중감량을 하던 고교 레슬링 선수가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적위주의 학교체육이 확실하게 바꿔지지 않으면 또다른 희생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1. 전국 체전 대학부 축구대회가 열리던 전주대학교 구장, 선수들간 과격한 몸싸움으로 인해 한 차례 경기에 들것이 십여차례 이상 축구장에 드나드는 것을 목격한 한 축구팬은 선수들의 지나친 승부욕이 축구를 망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자신을 전주대학교 직원이라고 소개한 이 사람은 "연일 벌어지는 전국 체전 축구 경기를 보면서 축구팬으로서 가장 아쉬운 것이 있다면, 선수들의 과열된 분위기로 인해 전술이라든지 평소에 배운 기술실력이 나오지 않고 과격한 몸싸움을 통해 승부 경쟁이 이뤄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이러한 현상이 시정되지 않으면 지난해 월드컵 4강 신화는 앞으로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특히 전국체전의 경우, 각 시,도별의 지나친 승부욕이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과격한 몸싸움을 강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2. 전국 체전이 중반을 지나고 있던 13일 오전 11시 30분쯤, 전국체전 태권도 경기가 열리고 있던 전북 김제 실내체육관에서는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던 서울 임원진이 전북 임원진과 난투극을 벌여 선수와 임원 5명이 부상했다.

전북 김주미 선수와 서울 김선옥 선수의 태권도 여고부 페더급 예선전이 끝난 뒤 김주미 선수의 승리가 결정되자 서울측 임원진이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경기장으로 몰려들면서 전북 임원들과 난투극이 벌어진 것이다.

이 사고로 서울 대표팀 코치와 선수, 전북측 임원등이 서로 다쳤다. 시도별 과열 경쟁이 불러오는 난투극이 올해 체전에서도 어김없이 태권도 경기장에서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3. 역도 경기장에서는 전혀 역도 선수같지 않은 선수가 나와서 10kg도 채 안되는 바벨을 들었다 놓고 들어가는 웃지 못할 경기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은 당연히 ‘무슨 역도 선수가 저래? 코미디아냐?’라고 물음을 던지지만 경기에 임하는 각 시도별 임원들은 심각하다. 체전 종목에 한가지라도 빠지면 점수에서 뒤지게 되고 순위 경쟁에서 쳐지게 되니, 역도 선수가 아닌 비 선수라도 데려다가 5kg짜리 바벨이라도 들게 해서 참가점수라도 확보해야 되는 실정이다.

위 세가지 사례는 우리나라의 학교 체육과 전국체전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다. 시합을 앞둔 고등학교 레슬링 선수가 무리한 체중감량을 견디다 못해 숨진 사건도, 전국체전등 전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야 고등학교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스포츠정신은 사라진 채,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성적 지상주의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잇따라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빗속 축구 경기 모습


경쟁의식 부추기는 스포츠 교육이 학생 희생시킨다

전북대학교 체육교육학과 강종구 교수는 "천안 모 초등학교의 축구부 참사사건이나, 이번 전국체전에서 고교 레슬링선수의 사망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우리나라 학교 체육이 안고 있는 큰 구조적 문제 때문에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말하자면, 학생들을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에 대한 소질보다는 경쟁의식을 부추겨서 성적위주로 지도하다보니,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구조적 문제 때문에 학생들이 희생당하는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교수는 초,중,고교에서 합숙소를 운영하면서 엘리트 선수육성을 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초,중,고에서 학교 정상 교육과정을 무시하는 선수 육성을 하다보니 선수는 ’운동기계‘가 되고 운동선수 생활을 마감하면 자칫 사회생활 적응까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서구유럽쪽은 일정량의 학습을 성취해야만 운동선수의 자격준다고 말한다. 우리는 학습과는 전혀 동떨어진 별개의 학교체육 육성하다보니 숱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국 규모의 각종 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해야만 대학이나 고등학교 진학하게 되는 그런 현상들은 우리나라만 있는 비정상적인 구조적 문제며, 그런 시스템이 이제는 더 늦기전에 성적이 아니고 소질있는 선수를 발굴하는 그런 학교 체육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체전 역시 각시도의 메달 경쟁, 점수경쟁을 통해 순위를 정하는 시스템이 시도의 과열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국체전 운영방식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정상적인 학교체육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학생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 교육당국의 의식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한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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