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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차라리 '참여정부' 이름을 떼라!

최인( 1) 2003.09.14 10:44 추천:18

요즘, 대다수 언론에서는 연일 부안 주민들의 등교거부에 대해서 '그래선 안된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모 대학 형사정책학 교수라는 J교수가, 중앙 모 일간지 15일자에 기고한 글을 예로 들어 보자.


'자녀를 소유물로 간주하지 말라'는 어떤 교수의 글

이 교수는 최근들어 자녀의 등교거부를 무기로 삼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며 부안 사례를 한 예로 들고 있다. J 교수는, 기고문에서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집행 과정과 주민에대한 서투른 접근 방법을 질책한다. 또 주민이나 시민단체가 밀어붙이면 정책을 유보하거나 바꾸는 우유부단의 탓도 크다고 지적한다. 그러다가, 자녀들을 소유물로 간주하거나 부모의 생각이 곧 자녀의 의사라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며, "이 잘못된 생각 때문에 '살려 달라' '죽기 싫다'고 애걸하는 자기 자식을 떨어뜨려 죽이고 같이 뛰어내려 죽는 비극이 생기는 것이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말미에 또 이런 말을 갖다 붙인다. "정부도 혐오시설 등을 건설할 때는 투명성과 적합성·합리성이 있도록 결정해야 옳다. 또 정부가 한번 결정한 정책은 반드시 시행하는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말을 하려고 장황하게 여러 말을 갖다 붙이는지,이해는 되지만, 학부모들을 질책하다가 갑자기 투명성과 합리성을 갖추지 못한 정부를 탓하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정부가 한번 결정한 정책은 반드시 시행하는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경우도 한번 결정한 일이니, 부안군민들이 어떤 난리를 쳐도 정부는 그냥 밀어부쳐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이 교수의 글을 다시 읽어 보면...

일의 순서가 있는 만큼, 이 글의 내용과 순서를 정리해서 다시 읽어 보자,

당연히 정책결정 과정에 있어서 정부의 투명성과 적합성, 합리성이 먼저 강조돼야 한다. 정부가 핵폐기장 위치선정에 있어서 투명성과 합리성, 적합성을 먼저 갖췄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안주민들이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해서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자녀를 옆구리에 끼고 고층 건물에서 뛰어 내리거나, 무작정 등교를 거부하게 하는 극한적인 상황'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참여 정부가 J 교수의 말대로, 핵폐기장 위치를 선정할 때 투명하게 하고, 대상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사전에 충분하게 수렴했다면 이런 극단적인 일이 생기지도 않았을텐데, 참여정부답지 않게 '비밀리에, 군수 독단으로, 주민의 참여는 아예 배제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깅종규 부안 군수 혼자, 아니 밀실에서 강현욱 전라북도 지사의 6시간여에 걸친 조언(?)을 듣고, 도지사와 정치적 생사고락을 같이 하기로 결정하고 핵폐기장 유치를 전격 선언한 일에 대해서 주민들은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겠는가?

설령 그것이 100% 안전하다해도 그 절차는 분명 잘못됐다. 부안군수와 전라북도지사는 전북발전을 위한 고심에 찬 결단이였다고 말한다. 그 결단이 지역주민의 환영을 받는다면 오죽 좋겠냐마는,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부안군의회도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혔었다. 지난 7월 11일, 부안군의회는 위도주민들이 제출한 원전수거물 처리시설 유치 청원에 대해 13명의 의원들이 표결한 결과 반대 7명 찬성 5명으로 부결시켰었다. 부안군수의 결단은 지방자치의 본질마저 묵살한 것이다.


'기본과 원칙'의 가르침을 정부에게

어제(15일) 등교 거부 22일째를 맞아 부안에서는 핵폐기장 백지화를 위한 학생, 학부모 총 궐기대회가 열렸었다.

연단에 오른 한 여고생은 "지금 풀어야 할 것은 수학문제가 아닌,꼬일대로 꼬인 핵폐기장 문제"라고 당당하게 말해 주변의 시선을 모았다. 이 학생은 또, "정부가 그렇게 핵폐기장이 안전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는데 정말 그렇다면 청와대 옆에 지을 것이지 왜 살기 좋은 부안에 떠미느냐"고 말해 좌중들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누가 이 학생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누가 부안 주민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기본과 원칙은 지난 대통령 선거 마지막 순간에 '노무현 표 참여정부'에 표를 던지게 한, 소시민들의 자그마한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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