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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이중적 법 해석

최인( 1) 2003.08.27 16:16 추천:1

기초 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위원회가 학교급식에 국산농산물을 사용하도록 하는 학교급식조례를 제정하려할 때 부딪치는 가장 큰 벽은 바로 GATT와 WTO의 협정의 ‘내국민 대우 의무’위반이라는 것이다.

국외산 농산물을 국내산 농산물보다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은 GATT나 WTO 협정 제3조 ‘내국민 대우 의무’ 위배라는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각 부처에서는 ‘우리 헌법에 보면 국제조약이랄지,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돼 있기 때문에 우리농산물만 학교급식에 사용하도록 하는 ‘학교급식조례’는 만들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전라북도 교육위원회에 학교급식조례안의 재의 요구를 준비하고 있는 전라북도 교육청 담당 공무원 역시, “WTO나 GATT 규정을 보면 차별을 두지 않도록 돼 있는데 우리나라도 회원국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외교통상부 역시 위배된다고 하니, 우리는 당연히 주무부서의 의견을 존중해야한다” 고 덧붙이고 있다.


국제 조약이 WTO, GATT 말고는 없는가?

참으로 법을 잘 준수하려 한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그것도 국제법까지 어김없이 지키려하니 양심있는 국가의 공무원들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국제법과 조약을 존중하는 교육부와 교육청에 계신 분들이, NEIS 문제가 제기됐을때는 국제조약을 잘 따라야 한다는 주장을 왜 들고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얘기를 달리해 좀 거슬러 올라가보자. 2003년 초에만 해도 NEIS, 즉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문제에서 ‘NEIS는 OECD가 규정하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개인정보의 국제적 유통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점잖게 받았었다. (당연히 국제규약에 어긋나기 때문에 교육부가 좀 진행하다가 벽에 부딪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도 나왔었다.)

이미 1980년에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이었다. NEIS를 구성하고 운용하려는 모든 행위 하나하나가 근본적으로 OECD 가이드라인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것으로 지적됐었다.

그 첫 번째가, 개인정보의 수집제한의 원칙이며 두 번째가 정보내용 정확성의 원칙이며 세 번째가 목적명확성의 원칙이다. 네 번째는 이용제한의 원칙이다. NEIS의 운용 방식에 있어서 어느 것 하나 OECD 가이드라인에 위배하지 않고는 운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OECD 규약은 우리 헌법이 인정하는 국제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NEIS를 강행하는 것인가? 참고로 헌법 제6조 1항을 살펴 보자,

제 6조 1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라고 돼 있다. 이같은 헌법 제6조가 지금, 학교급식조례가 만들어지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으려는 교육당국이나 시, 도 자치단체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헌법도 이렇게 명시돼 있어서, WTO 나 GATT는 이같은 헌법 조항에 따라 국내법과 똑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으니, 그 규정을 준수해야지 괜히 국산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사용하려고 하다가 국제적으로 마찰만 일으키지 말라는 것’이, 교육당국과 자치단체, 통상부처의 입장인 것이다.

자, 그렇다면 다시 교육 분야로 좁혀서 얘기를 해보기로 하자. 교육 관료들은 WTO나 GATT 규약도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으니 우리가 위반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학교급식지원조례안’ 제정을 가로 막고 있다.


OECD 규정 따른다면 NEIS는 폐기해야

그렇다면, OECD 가이드라인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김승환 교수는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라는게 우리나라가 체결 또는 가입당사국이 아니라 할 지라도 국제사회에서 넓게 일반적으로, 법 규정으로 성격을 인정받고 있는 것을 가르킨다‘면서 그런데,“OCED규약은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 그 정도가 아니고 우리나라가 헌법에 의해 체결, 공포한 조약”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헌법에 의해 체결, 공포했다는게 어떤 뜻이냐면, 헌법 제 60조에 의해 국회의 동의를 얻은 조약이라는 것이다.

OECD 가입은 국회가 법률을 의결하는 것과 준하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가입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비중있는 국제조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가입해놓고 선진국 수준에 들어섰다고 얼마나 자랑했던가? 그런데, 교육관료들은 기왕이면 국제조약을 들어 얘기할 때 OECD까지 거론할 것이지, OECD는 쏙 빼 놓고 얘기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WTO나 GATT 규정 때문에 국산농산물을 사용하는 학교급식조례를 만들 수 없다면 OECD 규정 때문에 NEIS, 즉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은 폐기해야 마땅하지 않는가? 국제법을 자기들 맘대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김승환 교수는, “헌법과 국제규약을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라고 지적하면서 이같은 행위는 ‘원칙도 기준도 없이 자기들의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해서 또는 정치적 선전을 위해서 그때그때 편의대로 이용하고 악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과연 국제법규가 그렇게 국내법과 똑같은 효력을 지닌다는 것이 국내법상에 인정이 된다면, 교육부는 일관되게 국제법규가 국내법적으로 효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라고 주문한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대로 어떤(학교급식조례)사안은, 받아 들이고 어떤(NEIS) 사안은 받아 들이지 않고 이런식으로 한다면, 적어도 교육부에서는 국제법규라는 것이, 어떤 법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이용되는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요즘 OECD 가이드라인과 관련된 자료들을 다시 읽어 보는데, 자료를 파악해 읽을 수록 가이드라인의 위치는 굉장히 확고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nEIS는 멀리 국제법까지 들춰내지 않아도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 사생활 보호원칙을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수없이 강조돼 왔는데도 버젓이 시행되고 있다. 요즘, 선무당이 노동자 잡는다는 말이 다시 유행하는데, 선 법률가가 국민과 나라 잡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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