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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핵]부안에서 만들어가는 '새로운 학교'

김보리( 1) 2003.09.05 22:33 추천:23

등교거부하고 있는 학생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부안 초·중·고 학생들의 등교거부가 5일 현재 각각 86,7% 80,5%
86,5%(반핵부안대책위 통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학교를 가지 않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새로운 학교’를 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진서면 대책위와 등교거부 학생, 학부모들이 모여 만든 ‘진서 민들레학교’, 변산면의 ‘변산공동체학교’, 줄포면의 ‘반핵민주학교’, 부안읍내 예술회관에서 진행되는 ‘반핵민주학교’가 그것이다.


반핵민주학교의 두 가지 원칙, “행복하게 그리고 진실되게..”

진서민들레학교를 준비한 학부모 이재관 씨는 “어른들이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긴 하지만 등교거부도 민주주의를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민주주의를 배우기 위해 일단 아이들이 모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학부모총회를 통해 이 학교를 열게 됐다. 민들레학교는 최대한 아이들 스스로 꾸려가도록 할 방침”이라고 학교의 취지를 밝혔다.

▲9월 4일 진서 민들레 학교 개교식

민들레꽃은 ‘밟아도 죽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며 씨가 널리 퍼져나가는 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진서면의 반핵민주학교 이름을 민들레학교라 붙였다.

구연동화, 우리 말글 바로 쓰기, 우리 문화 바로알기, 만화그리기 등 대체로 재미난 놀이를 바탕으로 한 수업을 준비했다. 매주 금요일엔 연극, 천연염색, 요리 등 학생들의 재능을 살려보는 수업이 진행된다. 그러나 미리 준비한 프로그램일지라도 학생들의 뜻을 물어 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따로 선생님이 없다보니 학부모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을 나눠 진행한다. 지난 4일 문을 연 민들레학교의 입학식에는 진서면 초, 중학생 240명중 180명이 참석했다.


변산의 반핵민주학교

진서면보다 이른 지난달 27일부터 반핵민주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변산면의 학부모들은 마침 지역에 대안학교가 운영되고 있던 터라 반핵민주학교를 열기가 수월했다.

풍물배우기, 게임으로 배우는 영어, 공동체 놀이 등 놀이 위주로 학교가 운영되지만 핵심은 핵발전의 문제와 생태적 삶에 관한 내용들이다.

"닭싸움도 하고 학싸움도 하고 놀 수 있어 좋아요"
"자유로와요"
"핵발전의 문제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가장 좋아요"

변산면의 반핵민주학교에서 만난 초등학교 2, 3학년 아이들의 입가에선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이 새로운 학교를 통해 핵발전과 소비위주의 생활의 문제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가장 알찬 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안예술회관에서 진행되는 반핵민주학교. 아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서 간식을 추가주문할 정도라고 운영자 학부모들은 말한다.


이외에도 돈지, 계화면에선 올 여름부터 문을 연 생태학교 '시선'이 지역의 등교거부 아이들을 위해 '신나는 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가는 부안의 '새로운 학교'들에서 만난 아이들의 얼굴에선 등교거부라는 극한 투쟁의 상황과 대조적으로 행복한 미소가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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