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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면 소재지 소규모 중학교 네 군데를 한 군데 학교로 통폐합하려는 계획이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학교통폐합을 시장경제 논리로만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교육부는 2003년 6월, 농어촌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다며 농어촌 학교를 권역별로 통폐합하면 학교 시설 등에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전북 장수군 천천면과 계남,계북,장계면 등 4개 면소재지 4군데 중학교를 한개 학교로 통폐합시키려는 추진위가 4개 학교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도의회 의원 등 지역정치인, 지역 유지, 공무원들로 구성되고 적극적인 여론몰이에 나서기 시작했다. 4개 면 소재지에 위치한 중학교를 한군데로 통폐합하면, 3백억원의 예산까지 지원된다는 근거없는 얘기가 사실처럼 흘러다니면서 학부모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더구나, 통폐합에 따른 지역 여론도 극심하게 양분되면서 장수군 홈페이지는 찬반 양론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인신공격성 글까지 오르는 등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기도 했다.

4개 면 소재지 중학교를 한 개 중학교로 통폐합한다는
발상 자체가 비 교육적


과연, 농촌 4개면 소재지 4개 중학교를 하나의 광역(?) 중학교로 통폐합을 해야 학생들의 성적이 오를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제공되지 않았다. 다만, 통폐합에 반대하면 지역을 사랑하지 않는 또는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의 얘기처럼 매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장수교육청이 다음달 9일 제안서 제출 마감 시한을 앞두고 4개 면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 조사에서 통합중학교가 위치하게 될 것으로 알려진 장계면 주민들만 80%가량의 찬성을 보였을 뿐 나머지 천천과 계남, 계북면 주민들은 찬성율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수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해당 지역 주민의 90%가 찬성해야 통폐합을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조사 결과, 장계지역만 80%대고 나머지는 아주 저조해요, 제안서를 낼 수 없죠, 요건이 안되니까" 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검토할 사안조차 안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나머지 3개면 지역 주민들의 찬성율이 저조하게 나타난 이유로, “학교 통폐합이 단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만 영향이 있는 게 아니고, 통폐합 대상 지역의 경제에도 영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게 교육청 관계자의 분석였다. 말하자면 ‘장계중으로 통폐합이 된다니까, 장계지역 찬성율은 높고, 나머지 계남,계북,천천 면 지역 주민의 찬성율은 아주 저조했다는 분석’이다.

여론몰이의 선봉에는 지역 정치인들이 나섰다. 또, 그 이면에는 성과주의에 몰두하는 교육관료들이 숨어 있었다. 교육부 지침을 충실히 수행해서 ‘우수교육청’ 선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려는 교육 관료들의 숨은 의도가 잘 배어(?) 있었던 것이다.

지역 정치인들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로, 교육 관료들은 성과주의에 눈이 멀어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4개 면지역 중학교의 통폐합을 시도한 것이다.


처음부터 교육적 목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농촌 지역 4개면 소재지 중학교의 통폐합은 그 자체가 처음부터 교육적 목적을 상실했기 때문에 지역 주민의 의견 조사 결과에서 통폐합이 무산된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농촌학교의 학력 신장에 교육당국이 깊은 관심을 보여야 하지만, 이번 처럼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전범을 보여준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현지 중학교 교사들은 자신들이 농촌에서 거주하지 않고 도시지역에서 출퇴근을 했기 때문에 이번 일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기가 어려웠지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진행됐었다고 말하고 있다.

▲천천중 모습

장수 계남중학교 김 모 교사는, “이번 장수 4개면 지역 중학교의 통폐합 추진 움직임은 교육적 측면이 절대 아닌, 시장경제 논리로 접근한 사례며, 두 번째가 지역 정치인들의 정치적 야심 때문에 시작된 일”이라고 규정한다. 김 교사는, ‘교육관료들은 농촌 소규모학교를 통폐합하면 마치 인건비 등 교육재정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또 그게 당연한 것처럼 주민들에게 홍보해서 통폐합에 찬성하도록 유도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농촌학교가 문을 닫으면 그 지역이 더욱 황폐화된다는 사실은 이미 통폐합된 지역의 실정을 살펴 보면 잘 알 수 있다. 전북지역에서 지난해(2002년)까지 통폐합으로 문을 닫은 학교는 초등학교가 무려 276개교, 중.고등학교가 16개교에 이른다.

농촌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은 곧,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학교를 사라지게 했고 구심점이 사라진 그 지역은 공동체가 깨지면서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고 더욱 황폐화가 가속화돼 결국, 남아 있는 주민들조차 이농을 부추겼던 것이다. 한마디로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전북지역에서 조금만 농촌, 산간지역으로 들어 가면 가는 곳마다 문을 굳게 닫은 폐교를 쉽게 찾아 볼 수 있고, 눈을 돌려 보면 그 지역 일대는 사람 흔적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함께 황폐화됐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무분별한 학교통폐합, 신중히 재고해야

전북교육청은 오는 2천5년까지 또다시 69개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 시킨다는 계획을 세운바 있다.

전라북도 교육위원회 박일범 위원은, “농촌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보다 상치교사를 해소한다거나 또는 복식수업을 해소하는 등의 방식으로 농촌 학교에 대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인데, 경제논리를 앞세워서 일방적으로 통폐합을 추진했던 것은 발상부터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장수군 일대 천천중학교등 4개 학교를 통폐합 할려고 했던 그런 생각은 있을 수 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 였다“며 통폐합 시도의 무산을 적극 환영했다.

교육당국에 물어야 한다. 왜, 통폐합 학교에 대해서는 수백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고 하면서, 현재 존재하면서 지역 공동체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농촌 소규모 학교에 대해서는 잘못된 정보를 흘리면서 통폐합만 시도하거나 유도하고, 개보수를 위한 최소한의 예산도 지원하지 않아 폐교처럼 방치하는지를... 그것이 농촌 교육을 살리는 최선의 방책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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