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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새벽 6시35분, 전주 J고등학교 정문 앞에서는 ‘정보인권 수호를 위한 NEIS 3개 영역 폐기 전주 시민,학부모 실천단’ 소속 학부모와 교사들이 서둘러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유인물을 나눠 주고 있었다.

6시45분, 학생들이 바쁜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0교시 수업이 7시20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란다. 종종걸음을 옮기는 학생들의 표정은 창백하면서도 무표정한 모습였다.

유인물을 받아들 시간조차 없는 것처럼 보이는 학생들은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구겨서 손에 들고 가거나, 정문 안쪽에 누군가 가져다 놓은 임시 휴지통에 그대로 던져 놓고 교실로 향했다.

혹시나 불미스런 일이 일어날까 교문 안쪽에서는 몇몇 교사들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교문 밖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틈에 끼어들어, 손사래를 치는 몇 학생을 붙들고 NEIS를 아는지 물었다.

‘모르겠는데요’라는 대답이 40%가량, 약간 들어서 알고 있다는 학생이 30% 가량, 나머지는 묵묵히 고개만 흔들었다. NEIS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다는 학생들도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듯 했지만, 어떻튼 시행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의사를 밝히는 학생도 있었다.


NEIS보다 더 무서운 대학입시

이렇듯, NEIS의 최대 피해자인 학생들은, NEIS보다 더(?) 무서운에 대학입시에 쫓겨 교실로 향하기 바빴다. 자기의 정보가 어떻게 이용되든 말든, 지금은 그런것에 생각을 빼앗길 여유가 없다는 표정들였다. 우선 당장 수업시간에 늦지 않게 실에 들어가고, 오늘도 다른 생각 갖지 않고 입시준비에 매달리는 것이 오늘, 이들에게 주어진 책무처럼 보였다. 새벽까지 공부하다 새벽에 다시 일어나 학교에 나가야 하는 학생들의 표정은 그래서 더 무표정했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 학생들

유인물에는 ‘학생들의 자기정보 통제권! 학생 모두가 알아야 할 권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언뜻 ‘학생들이 무엇을 알아야 반대를 해도 반대를 하지’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오히려 수업시간에 쫓겨 황망히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을 붙잡고 NEIS를 아냐고 묻는 것 조차 미안스러울 정도였다.

전주지역 1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보인권 수호를 위한 NEIS 3개 영역 페기 전주 시민,학부모 실천단‘은 어제(2일)부터 전주시내 학교를 돌면서 등굣길 학생들에게 NEIS의 문제점을 알리는 유인물과 함께, 학부모가 내 자녀의 정보를 NEIS에 올리지 말아 달라고 학교측에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이 적힌 유인물을 나눠 주고 있다.


학생들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추진된 NEIS

국민을 위한답시고, 정부측 관계자들만이 전자정부 출범을 축하하는 축배를 들고 아무런 저항권을 행사할 수 없는 미성년자, 천만명에 이르는 학생들의 개인신상정보를 온라인상에 집적시켰다.

그것이 학생들을 위한 것이든, 아니면 교육행정의 편의를 위한 것이든 당사자인 학생들의 신상 정보가 입력되는데 대해서 누군가 충분하게 설명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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