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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마치고 마늘과 수박등 밭 농사일 하느라, 짬 내기가 여간 만만치 않은 완주군 고산면 45살 김좌기 씨, 김씨는 전북 완주군 농민회 회장을 맡고 있다. 며칠 전 한강다리 교각위 농민시위에 완주군 농민회원 몇명을 보내 놓고, 며칠동안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이날(13일) 오전에도 수박 하우스 일을 서둘러 마치고, 농민회원 5명과 함께 오후 2시쯤, 인근 고산고등학교로 향했다. 오늘은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꼭 학교에 찾아갈 일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살고 있는 완주군 고산지역 농민회는, 지난 독재 정권때부터 전통적으로 강성(?)농민회로 주변에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가? 이번 네이스 문제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며칠 전, 김씨의 딸이 다니는 고산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투표로, NEIS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내 딸이 다니는 학교의 NEIS 시행 결정, 철회하라"

▲완주군 농민회 김좌기 회장
국가인권위원회가 NEIS에서 몇 개 영역은 인권침해 소지가 크기 때문에 삭제하라고 한 적이 엊그제인데, 어떻게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이 투표로 NEIS를 시행할 수 있냐는 생각였다. 따라서, 농민회 간부 몇몇이 직접 학교를 찾아가서 학교장에게 결정 배경을 들어 보고 철회요구를 하기로 한 것이다.

오후 1시 40분쯤, 다른 회원보다 빨리 농민회 사무실에 나온 김씨는, 아직 사무실에 나오지 않은 부회장과 사무국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다그쳤다.

김씨는 ‘요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통과를 앞두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일정이 빡빡하다’면서 그래도 ‘네이스 문제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오늘 바쁜 시간을 쪼개서 학교에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 인권에 관계되는 네이스 문제를 교사들이 자기들끼리만 투표로 결정했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인권을 침해하고 개인정보 유출에 관련된 문제를 교사들만이 투표로 정할 권한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며, 아주 잘못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완주군 농민회 부회장과 정책실장 등 농민회 간부 6명이 오전 농사일을 마치고 정신없이 점심을 마친 후에 사무실에 모이자, 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 가운데, 회장과 부회장, 재정부장은 고산고등학교에 자녀가 재학중인 학부모이기도 했다.

학교장실에서 잠시 기다리다 모습을 드러낸 이 학교 이 모 교장에게 학부모들은 ‘어떤 배경으로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는 NEIS를, 고산고등학교에서는 ’교사투표‘로 결정해 시행하기로 했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또,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인데다 학부모 입장에서 볼 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높다고 한 NEIS를, 교사들만의 투표로 시행하기로 한 학교측의 결정은 원천적으로 잘못됐다며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인권이 걸린 문제를 비밀투표로 결정하다니..."

처음에는 교장실로 직접 찾아온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다소 불만스런 모습으로 경계심을 감추지 않던 학교장은, ‘자신은 교사 투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그런것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일선 학교에 고스란히 부담을 떠넘긴 교육부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또 학부모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 교육청에서 지난 10일까지 결과보고를 하라고 다그쳐서 바쁜 마음에 교사들만 투표로 NEIS를 시행하기로 결정하게 됐는데, 죄송하게 생각한다, 다만 교사회의에서 한번 결정된만큼, 돌이킬 수 는 없고 최대한 학생들의 인권침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화 도중에 들어온 이 학교 정보담당 C 모 교사는, 자신도 전교조 교사로서 전라북도 교육청 전산화 과정에 깊숙히 참여했기 때문에 NEIS 도입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며 도입 배경에서부터 기술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참을 설명했다.

또, 보안상으로 C/S보다 NEIS가 훨씬 안전하며, IT 강국인 우라나라의 정보화 추세로 보나 교육 행정의 효율성 측면, 특히 대학입시와 관련해서 볼 때 당연히 NEIS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했다.

이에 대해, 완주군 농민회 소속 학부모들은 C모 교사의 설명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조차 인권침해 소지가 높다고 지적받은 NEIS를 교사들이 비밀투표로 결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생은 물론 학부모 개인의 정보까지 관련된 NEIS 시행문제를 학교의 중요한 구성원인 학부모와 학생을 제외시키고 교사들만 투표로 결정한 것은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철회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고 방문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2시간20여분만에 자리에서 일어 섰다.

정보담당 C모 교사는 말미에, ‘자신도 학생 인권 침해 부분과 관련해서는 교사들이 투표로NEIS 시행을 결정한 것이 꺼림칙 한 게 사실’이며 일부 교사들도 투표로 결정할 사안이 아녔다고 말한다‘라고 얘기하면서, 단 NEIS는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으로 알고 있다며, 내년에는 자신의 직을 걸고 인권침해 소지가 없는 다른 시스템이 도입될 수 노력하겠으니 이번 결정에 대해 철회할 것을 요구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학부모들은, ‘그 같은 인식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짚고, 대다수 학교가 만약에 교사 투표를 통해 NEIS 시행을 결정해서, 일선 학교 대부분이 NEIS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면 아무리 한시적 운용을 전제로 했다지만 어느 바보가 연말이나 내년초에 다른 시스템을 도입하겠는가? 라고 반문했다. 또, 삼성 SDS와 연관된 각종 의혹이 이제야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는데, 삼성이라는 기업이 어떤 기업이냐? 손해볼 짓을 하겠는가? 라고 지적하면서 말하자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에 불과하다고 말을 맺었다.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 믿었는데..."

완주군 농민회 김생현 정책실장은 ‘일선 학교들이 학생인권 문제에 대한 고민은 없이, 교사와 교육행정의 편의만을 따져 NEIS 시행을 결정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학부모 입장과 농민회 차원에서 분명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효율적인 학사지도를 위해서, 또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대학 입시 서류를 맞춰주기 위해서, 교육행정의 편의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학생인권은 잠시 접어 두고 NEIS를 선택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이 대구 국정과제 회의 자리에서, ‘자신도 인권변호사지만, 지금 정보 집적 자체를 거부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도 필요하다면, 국민의 기본권을 법 없이 제한한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냐고 묻는구나, 정말 기본과 원칙이 지켜지는 나라를 세울 것으로 기대했던 노무현이 지금의 대통령이 맞는가? 물음을 심각하게 던져 본다.

앞으로 완주군 농민회가 앞으로 더 바빠지겠다는 생각과 함께 깊은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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