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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 동안 학교 현장에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아 왔던 장애인 부모들과 열악한 특수교육 현장을 지켜낸 특수교사들이 힘을 합쳐 만든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장애인교육법’)이 5월 26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장애인교육법은 ▲생애주기별 장애인의 교육 기회 보장, ▲장애인 교육의 질 향상에 필요한 구체적인 교육지원에 관한 사항, ▲보호자와 학생의 참여를 존중하는 학교 문화 형성 등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는 등, 기존의 「특수교육진흥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장애인의 교육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법률이 시행된다면, 장애영아에서부터 장애성인에 이르기까지 장애를 갖고 있더라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뿐만 아니라 장애학생들이 장애를 이유로 학교 현장에서 차별받지 않고 비장애인(일반인)과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누리며, 행복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입니다.

한편, 작년 5월 25일 법률 제정 이후,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법률 시행에 필요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해 왔고, 제3차 특수교육발전5개년계획을 대폭 수정하는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교과부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장애인 교육 주체와 공동으로 마련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파기하고, 몇 차례 의견 수렴 절차만을 거친 후, 밀실에서 단독으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였습니다. 5월26일 대통령이 공포한 시행령은 작년 10월과 11월 사이 의견 수렴 과정에서 마련하였던 당초안과는 달리, 대폭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교과부는 최근 이명박 정부의 교육 자율화 방침에 따라, 국가 수준에서 세워야 할 장애인 교육 사업의 대부분의 내용을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담지 않고, 도교육청의 교육규칙 또는 운영계획, 지침 등으로 위임해 버렸습니다.

특히, 교과부는 시행령에서 새 법률의 핵심적인 내용인 ▲특수교사 배치에 관한 사항, ▲특수교육운영위원회 구성․운영에 관한 사항, ▲진로 및 직업교육 운영에 관한 사항, ▲보조인력 운영 계획에 관한 사항 등 대부분의 내용을 도교육청에서 정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한편, 도교육청의 위임 사항이 없어 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으로는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설치․운영에 관한 사항, ▲특수교육 관련서비스(가족지원, 치료지원, 통학지원 등) 지원에 관한 사항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도교육청에서는 새로운 법률 시행을 위한 어떠한 준비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도교육청에서는 시행령이 확정되면, 이에 맞추어 법률을 시행하겠다는 답변으로 그동안 일관해 왔습니다.

하지만, 시행령에서 대부분의 내용을 도교육청으로 위임하였기 때문에, 이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새로운 장애인 교육 사업, 기존의 사업 중 수정․보완해야 할 사업, 없애야 할 사업 등을 이제는 도교육청에서 구체적인 계획과 지침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새로운 법률 시행을 맞아, 장애아 부모들과 현장의 특수교사들은 장애인 교육 인프라의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허망한 꿈이 될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교과부는 시행령을 통해 법률 시행에 필요한 구체적인 사항을 마련하지 않았고, 도교육청으로 그 책임을 떠 넘겼으며, 도교육청은 현재 그러한 책임을 떠 맡을 만큼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장애인교육권연대는 법률이 시행되는 5월26일 성명서을 내고, 교과부가 시행령 등에서 규정하지 못한 사항을 별도의 후속조치(운영계획) 등을 통해 조속히 마련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등 법률의 온전한 시행에 필요한 다각도의 노력을 추진해 줄 것을 촉구하고, 도 교육청이 법률의 즉각적인 시행을 위해, 필요한 후속조치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는 특수교육장학관을 비롯하여 면담을 5월28일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특수교육혁신추진단”을 설치하자는 내용으로 교육감님 면담을 요청하였습니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장애인교육법 시행에 필요한 남은 후속과제를 장애인 교육 주체들과 함께 조속히 마련할 때까지 필요한 모든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김정숙
-전북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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