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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8일(목) 대통령주재 제2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유연근무제 확산방안’을 확정했다. 노동부는 유연근무제를 노동자와 사업주가 근무시간이나 장소를 선택 조정해,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하거나 인력활용의 효율성을 제고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리나라는 소수가 장시간 근로하는 관행으로 단시간근로 비중이 저조하다”며 단시간근로 비중을 높이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유연근무제가 단시간일자리를 정규직 개념으로 대체하거나, 여성의 일자리 대부분을 분리직군제로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고 봤다. 또 장시간 노동관행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전제 되어야 하지만, 기본급이 낮은 임금체계를 개선하지 않는 노동시간 단축은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이번 유연근무제 확산 정책을 통해 다른 OECD 국가에 비하여 낮은 우리나라 고용률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2008년 우리나라 15~64세 고용률은 63.8%로 OECD 평균 66.5%보다 낮다. 이재갑 노동부 고용정책관은 “아주 적은 사람이 장시간 일을 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가지고 생활하는 형태다 보니까 고용시간도 길게 나오고 고용률도 낮다”면서 “단시간근로자 비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고용률이 높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통계상 지표인 고용율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단시간근로자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유연근무제를 통한 정부의 고용률 높이기 방식은 단순 숫자놀음이라는 지적이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는 “5시간 일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어야 하는데 또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아니냐”면서 “더 큰 문제는 유연성이 높아지면 안정적인 신규일자리 창출은 불가능 해 진다”고 지적했다. 김혜진 대표는 “장시간 노동관행을 줄이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면 현 임금체계로도 생계를 보장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실 노동시간을 줄인다면 임금인상이나 월급제가 전제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가정 양립 방안을 놓고도 김 대표는 “앞으로 공무원 여성일자리도 직군분리가 가능해 진다”면서 “퍼플잡을 통해 독립적인 업무 성격을 가진 일자리에 여성을 몰아넣고 나면, 여성의 일자리는 애초부터 단시간 일자리만 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단시간근로가 하나의 고용형태가 된 사례가 대학 시간강사다. 전임이 아니라 매주 정해진 시간에만 강의를 하고 시간당 일정액의 급료를 받는 시간강사는 대표적인 단시간근로자다.

노동부도 이런 단시간 일자리의 문제점은 인정했다. 이재갑 고용정책관은 “단시간근로는 논란도 많고 기존 일자리들이 열악해, 단시간근로 확산과 동시에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단시간근로자 차별시정에 대한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비정규 대책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를 위해 단시간근로자 등 고용영역에서의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가칭) 차별시정 종합상담센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그동안 차별시정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주장해 왔다. 김혜진 대표도 “정규직과 동일하게 대하고 차별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분리직군제가 되면 그 직군의 노동자는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에 저임금이 일반화 된다. 여성들은 더 저임금을 받게 되므로 차별을 없앨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에 확정한 일·가정 양립형 단시간근로를 중심으로 유연근무제를 확산시키기 위해 △공공부문 유연근무제 선도모델을 발굴, 민간 확산 △제도적으로 유연근무 확산 장애 법령 개선, 사회분위기 조성 대책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에서 유연근무제 선도모델을 발굴해 신규 고용소요가 발생하면 단시간근로가 적합한 직무에는 단시간근로자를 채용하도록 하고, 재택근로 등 다른 유연근무 사례도 적극적으로 확산 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이 같은 사례로 올해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 단시간 상용 직업상담원 90명을 기간제로 채용한다. 이들의 근무시간은 1일 5시간(10:00~16:00), 주 25시간이다. 또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는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주 5일, 1일 4시간, 월 50만원 내외의 단시간근로자 2,000명을 채용한다.

정부는 또 유연근무제 촉진을 위한 제도적·정책적 기반을 강화를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유연근로시간제를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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