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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이 코앞에 다가 왔지만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들은 노사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올 초 국회에서 통과된 노조법 개정으로 노정간 대립의 불씨를 안고 있는 노사관계가 금속 소속 사업장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해 더욱 크게 불붙을 전망이다. 작년엔 하반기에 노조법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투쟁으로 노사·노정이 1차 전면전을 벌였다면, 올핸 금속이 특단협 투쟁과 더불어 3월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벌이면서 극심한 노사·노정대립으로 갈 수도 있다. 노동계는 쌍용차 투쟁에 나선 노조 간부들에 대해 중형을 구형한 이유를 올해 있을 구조조정저지 투쟁의 본보기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봐왔다. 노동계도 이미 정권의 강경신호를 다 읽고 있지만 더 물러날 곳이 없어 극한 대립을 피할 선택지가 없다.

금속노조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26일부터 시작되는 한진중공업 파업 투쟁과 3월 금호타이어 본격투쟁, 금속노조 산하 전 조직에서 진행되는 노동기본권 사수를 위한 특별교섭 투쟁을 묶어 3월에 수차례 대규모 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장 26일엔 소속 조합원 5천여 명을 광주, 경남창원, 경기안산 등 3곳으로 나눠 ‘생존권 사수를 위한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동시다발로 연다. 금속노조가 각 지회의 투쟁을 직접 챙기면서 전체 금속 투쟁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한진투쟁과 금호투쟁을 부산양산지부와 광주전남지부에서 주도 했지만 이후엔 금속 본조가 적극 개입할 예정이다. 금속노조는 두 지부에 각각 부지부장과 수석부지부장을 파견했다.

이에 따라 26일 오후 3시엔 광주에서 충남, 대전충북, 전북, 광주전남권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 1천여 명이 ‘금호타이어 부실경영 책임전가 반대, 노동3권 사수, 구조조정 분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연다. 금속노조는 “금호타이어 경영진과 채권단은 워크아웃 사태를 빌미로 371명 정리해고를 포함해 1,337명 인력 구조조정을 하려 한다”면서 “더 나아가 회사는 노동3권의 핵심인 쟁의권 포기 및 노조동의서 서명 등 백기투항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고광석 금속노조 금호타이어 지회장도 “회사는 마치 모든 쟁점이 타결됐고 상여금 300% 삭감안을 200%삭감안으로 수정한 내용을 노조가 거부하는 것처럼 호도한다”면서 “정리해고나 도급화 외에도 이미 제시한 임금 20% 삭감, 3년 동안 임금동결, 호봉상한제, 임금체계 개선, 단협 개악 안 38개, 복리후생 개악 안 등에도 전혀 입장의 변화가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회사가 이미 명예 퇴직한 178명에 193명을 추가로 정리해고하고 1,006명을 아웃소싱을 통한 도급사로 전적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노조는 사실상 1,337명을 정리해고 한다는 것으로 봤다. 고광석 지회장은 “회사가 제시한 임금 20% 삭감에 상여금 200%삭감, 복리후생, 수당 축소 등을 모두 합하면 44%의 삭감요인이 발생하는데 이는 사실상 모든 조합원을 비정규직화 한다는 것”이라며 “정규직의 임단협을 축소하고 나면 도급사에는 더욱 큰 고통을 전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8년 12월부터 1년 가까이 기본근무만 했기 때문에 이미 총연봉 삭감요인이 큰 데다 3개월간 체불임금은· 600-700%에 달해 조합원들의 생활은 말이 아닌 지경에 이르렀다.

금속노조는 이날 광주 송정리역에서 광주시민들과 함께 금호타이어 경영진의 노동탄압을 규탄하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긴급자금 투입을 촉구할 계획이다. 집회를 마치고 참가 조합원들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안 파업광장까지 행진한다.

같은 날 경남창원에서는 경남, 부산양산, 울산, 경주, 포항, 대구, 구미 등 영남권 소속 조합원 2천여 명이 ‘대림자동차 구조조정 분쇄, 노동3권 쟁취 및 노동탄압 박살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연다. 오토바이 생산 및 자동차부품 업체로 잘 알려져 있는 대림자동차는 지난해 10월 21일 생산계획 50% 감축계획과 동시에 전체 직원 670여 명 중 296명의 잉여인력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 뒤 197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그러자 회사는 노동부 신고를 거쳐 지난해 11월 30일자로 47명을 강제 정리해고를 했다. 이 명단엔 현직 지회임원 3명 전원과 지회집행간부 6명 중 5명이 포함돼 노조탄압의 일환이라는 의혹도 일고 있다.

한진중공업 지회가 이날 회사와 협상에 이르지 못하고 전면파업에 돌입하면, 전 조합원이 버스를 나눠 타고 창원의 대림자동차 정리해고 철회투쟁지원에 나선다. 한진중공업이 노동청에 신고한 정리해고 시한은 3월 5일이다. 한진중공업은 2008년 당기순이익 620억원을 2009년에는 519억원을 기록했다. 김상옥 한진중공업 수석 부지회장은 “정년 퇴직자까지 410여명이 정든 일터를 떠났지만 1월 19일부터 13차례 교섭에서 회사는 어떤 경우든 352명 인원정리를 하겠다는 얘기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진중공업 지회는 22일 50억원의 고통분담 안을 제시했지만 회사 쪽은 전혀 변화가 없다. 현 상태라면 지회는 전면파업 돌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경기 안산에서도 서울, 인천, 강원, 경기 등지에서 1천여 명이 모여 ‘인지컨트롤스 구조조정분쇄, 노동3권 쟁취, 노동탄압 박살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연다. 인지컨트롤스는 지난해 10월 31일 설립한 지회 교섭요청에 사측이 2008년 12월에 주도하여 만든 ‘노조’를 통해 복수노조 논란을 일으키며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 회사는 올 1월 12일 1공장 직장폐쇄에 이어 19일 2공장 직장폐쇄까지 단행했다. 금속노조는 인지컨트롤스 안산공장 앞에서 직장폐쇄 및 부당징계 철회와 금속노조와의 성실교섭을 강력히 촉구할 예정이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회사 쪽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들어 인력구조조정만 밀어붙이고 회사 스스로 자구 계획은 전혀 내 놓지 않고 있다”면서 “회사가 이정도 하니 노조가 이정도 하자는 협상안을 던져라”고 촉구했다. 박유기 위원장은 “금호타이어, 대림자동차, 한진중공업, 발레오 등 모두 공통분모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3월부터 금속노조가 본격적으로 안고 싸워가겠다"고 밝혔다.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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