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2신] 요구 관철되지 않으면, 내 발로 내려가지 않는다

"10년 전에 굴뚝에 올라갔다가 회사에서 복직 각서를 써 줘서 내려왔는데, 그 이후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경영진이나 노무관리자 만나서 대화한적 한번도 없다. 그동안 여지껏 복직 투쟁을 진행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껏 한번도 대화에 응해주지 않아서 이런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13일 오후 5시 10분, 고공 농성에 돌입한 지 8일만에 굴뚝 고공 농성자 조성옥, 이재현씨는 CBS전북방송 '생방송 사람과 사람' 생방송에 출연했다.

조성옥씨는 전화를 통해 아직은 건강하다고 말했다. 해고된지 13년이 된 이재현씨 역시 건강은 아직 괜찮다고 말했다. 이재현씨는 "어려운 결단을 하고 올라갔기 때문에 요구사항이 관철될때까지 끝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조성옥씨는 해고 이후 복직투쟁으로 결혼이 늦어져 이제 "5개월된 아이를 보다가 굴뚝위에 올라갔다"며 또, 몸마저 불편하신 어머니께서 오늘도 아들걱정 때문에 울고 계신다는 소식에 가장 힘들다며 울먹였다.

해고노동자 신분의 10년, 어떻게 보냈냐는 질문에는 집안 가족이 받았을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며 결혼도 그 때문에 38살에 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진행중였는데, 이 또한 회사가 넘어가면 당사자가 없어져서 소송에서 이긴다해도 복직할 회사가 없어지는 셈이 되기 때문에, 매각전인 지난 6일 새벽에 절박한 심정으로 굴뚝위에 올라 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회사는 지난 10일 다른 회사로 넘어가는 것으로 결정됐다.

조씨는, "새로운 회사가 전향적으로 생각해서 땀 흘려 일하고 싶은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해고 이유도 회사의 잘못였다는 점을 확인시키고 내려오겠다고 말했다.

회사가 지금이라도 복직시킨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내려오겠지만,그렇지 않다면, 자신들의 발로 내려오지 않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최근 노동자들의 분신과 투신 사건이 이어지는 노무현 정부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은 대기업 노동자가 이 나라를 망친다고 하는데, 요즘 언론에서 보듯이 대선 자금을 봐라, 얼마나 많은 돈을 정치권에 쏟아 부었는가? 그런데 노동자들에게 단돈 몇 만원 올려주지 않기 위해 자본가들이 어떻게 했는가? 이 나라를 망친 게 과연 노동자들인가?"라고 되물었다.

벌써 8일이 지났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이미 각오하고 올라왔다. 우리의 요구 관철되지 않으면 내려가지 않는다. 그동안 10년동안도 대화가 되지 않았는데, 대화를 통해서 얘기를 하고 의지를 듣고 내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의 말처럼 다시 그들의 발로 내려오게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1신> 고종농성 가족들,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군산 소룡동 기아특수강 압연부 굴뚝에서 두명의 해고 노동자가 복직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기아 특수강 해고 노동자의 고공농성 8일째, 며칠째 비와 우박 등 궂은 날씨를 보이다가 오늘은 아침부터 모처럼 맑은 날씨를 보였다. '참 힘들겠다'는 생각에 직접 현장에 가서 취재하기로 하고 출입처인 전라북도 교육청이 아닌 군산을 향해 차 머리를 틀었다.

오전 10시 30분쯤, 기아특수강 회사 앞에 도착했다. 공장 밖에서도 그 높은 굴뚝이 하늘을 향해 치솟은 모습이 보였다. '저 위에 있구나'하며 출입허가를 기다리다가 출입증을 받아 들고 공장안으로 향했다.

굴뚝 바로 밑에 회사 관계자가 나와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총무팀 김승일씨,그는 언론에서 자세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고공농성중인 이재현씨는 위장취업과 불온전단 배포,선동 혐의로, 조성옥씨 역시 학력위조와 불온전단물 배포등 회사 사규를 어겨 해고된만큼, 현재로서는 그들을 복직시킬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또, 지난 6,7동안 지리한 법정관리에서 겨우 벗어나 현재 세아그룹에서 기아특수강을 인수하려는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 일이 터져 같은 근로자들에게서도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측에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지난 9일부터는 가족들이 음식과 의류등을 전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도 '저 위 두명의 사람이 안전하게 내려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을 맺었다.

굴뚝 바로 밑에는 회사측이 접근을 금지하는 철조망을 쳐 놨고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대형 매트리스를 깔아 놓았다. 옆 도로변에는 119 구급차도 비상 대기중였으며, 구급대원들도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회사를 나서자, 들어 갈 때 보지 못했던 동조 농성 천막이 눈에 들어 왔다.

천막안에는 가족과 동료 노동자들이 막 아침을 끝내고 정리중였다. 자신도 지난 98년 정리해고됐다가 2000년8월에 복직됐다는 배영희씨는 3교대를 마치고 어제밤 천막농성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회사측에서는 굴뚝 위 두사람의 농성에 근로자들이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고 하자, 그렇지 않다고 항변한다. 그는 '회사측이 사실,저 위 두사람은 아주 나쁜 사람이니까, 전혀 동조하지 말라고 선전물까지 냈다며, 동료 조합원들이 지난 98년 정리해고 경험에 비춰 볼때 회사측에 밉보이면 해고된다는 강박감 때문에 적극 동조하지 못하고 있을 뿐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은 98년 정리해고 당시, 저 두 사람이 많이 도와줬었기 때문에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해 이렇게 동조농성을 하고 있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옆에 고공 농성자 이재현씨의 부인, 정미례씨가 있었다.

정씨는 엊그제부터 바람과 비가 몰아쳐 걱정을 많이 했다며, '본인들이 내려올 수 있는 조건을 내세웠으니, 요구 조건을 회사측이 들어줘야 그들이 내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들은 그냥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측에는 "복직문제등을 전향적으로 생각해서 본인들이 내려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했다.

정씨는 "글쎄요, 저희들은 빨리 안전하게 내려 오는 게 모두의 바람이구요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서로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어제 그제는 비바람이 하도 심하게 불어서, 음식물 올리기조차 힘들었으며 굴뚝위에 있는 두사람은 멀미증세까지 보였었다고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가지고 올라간 플래카드와 비닐, 침낭으로 비,바람을 피해보지만, 역부족이라고 했단다.

회사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던 도중 50미터 높이 굴뚝 위에, 문득 모습을 드러낸 조성옥씨는, 온몸을 두텁게 감싸고 있었지만 보기에도 무척 추운 듯 했다.

위로